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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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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며 잠든다 2014년 7월 어비산에서
바람의 말 // 마종기 2013년 9월 방태산에서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
휴전선 // 박봉우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
뼈아픈 후회// 황지우 2013년 12월 베트남 무이네에서 ver. 1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김재진 2012년 6월 터키 카파도키아 괴뢰메에서 갑자기 모든 것 낯설어 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滿月(만월)같이 어디에도..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2012년 12월 운탄고도에서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
醉眠(술에 취해 잠들다) // 당경 2013년 10월 치악산에서 山靜似太古 산의 고요함은 태곳적 같고 日長如小年 해는 길어 짧은 일 년 같구나 餘花猶可醉 남아 있는 꽃들은 오히려 취기가 돌고 好鳥不妨眠 귀여운 새들은 잠을 방해하지 않는다 世味門常掩 세상살이 힘들어 사립문을 항상 걸어 두고 時光簟已便 돗자리 깔..
두타산(頭陀山) // 김장호 2013년 10월 두타산 정상에서 주는 자는 안다 저에게 있는 것이 무엇이며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간을 떠나는 자는 안다 인간이 가진 것이 무엇이며 안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두타산에 오르면 내게 줄 것도 깨칠 것도 없다는 깨침. 그것은 삼화사(三和寺) 뒤 무릉계(武陵溪)에 앉아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