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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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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정지용 호수/ 정지용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2017년 6월, 교토 도시샤 대학 교정, 정지용 시비.
서시/ 윤동주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7.6,24일, 윤동주 시비, 도시샤대학, 교토, 일본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
강 // 이성복 2016년 11월 청량산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미지(未..
오리(五里) // 우대식 2015년 3월 금오도 비렁길에서 오리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香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 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
여행에 대한 짧은 보고서// 이화은 2015년 8월 동해에서 사는 일이 그냥 숨 쉬는 일이라는 이 낡은 생각의 역사(驛舍)에 방금 도착했다 평생이 걸렸다
바람이 오면// 도종환 2015년 10월 화왕산에서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세월이 가면// 박인환 2015년 10월 가평 깃대봉에서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