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 (530) 썸네일형 리스트형 태백산 천제단에서 // 박장락 그리움이 나에겐 없는데 태백산 천제단에서 허공에 기대어 시간을 견뎠을 뿐인데 광활한 능선에 그림자만 나를 따라온다 매서운 바람만이 나를 따라온다 능선을 맴도는 칼바람이 주목(朱木)의 몸속에서 울음을 꺾는다 저 울음의 뿌리를 적시는 눈물이 나에겐 없는데 한 사람을 그리워하다 잔설로 녹.. 콘탁스 g2 1990년 대 , 그 때는 사진이 내 취미 생활의 전부였던 시절이다.어느 날 동호인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나간 자리에서, 일본으로 사진 유학을 다녀온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그의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가 눈길을 끌었다.단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카메라였다.이렇게 해서 말로만 듣던 콘탁스 카메라.. 꿈꾸는 산 // 김장호 가리왕산 정상에서, 2012년 2월 회오리치는 눈발 속 얼얼하게 취했다가 녹초가 되어 나자빠진 겨울산. 눈감아라. 여름날 주먹비가 안겨준 수모도 봄가을의 뼈아픈 봉욕(逢辱)도 모두 제것이었거니 이 하늘 아래 그득찬 눈보라 속에 하필이면 내 어깨에 떨어지는 눈송이랴. 산수유 .. 핫셀브라드 503cxi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나도 소형카메라로부터 시작했다가 점점 중형카메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지만 당시로서는 확대한 사진의 화질에 왜 그리도 관심이 많았던지.결국 마미야, 롤라이플렉스, 그리고 핫셀브라드 이 셋을 놓고 고민하다가 가장 .. 라이카 M6 니콘 카메라는 나에게 있어 초등학교 동기와 같은 존재다.처음 만난 친구이고, 부담이 없는 친구이고,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친구다.그러나 사람이 성장하면서 다른 친구를 또 만나 듯, 어느 날 라이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사진을 좋아하고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화질에 .. 니콘 Fm2 어린 시절, 전자 제품은 전적으로 부모님 특히 아버님의 영역이었다. 요즈음처럼 학생 신분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전자 제품이란 없었다. 아버지가 사진을 좋아하면 그 집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만지작거릴 수 있는 행운을 얻었고,아버지가 음악에 관심이 많으면 LP판을 닦으면서 팝송에 일..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 이전 1 ··· 63 64 65 66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