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카메라는 나에게 있어 초등학교 동기와 같은 존재다.처음 만난 친구이고, 부담이 없는 친구이고,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친구다.그러나 사람이 성장하면서 다른 친구를 또 만나 듯, 어느 날 라이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사진을 좋아하고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화질에 대한 고민은 결국 카메라 변종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요즈음 디지탈 세대야 제대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1980년 대 필카 시절엔 캐논보다 니콘이 절대적이었다. 니콘으로 훌륭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사진을 위해 기회가 되면 카메라를 바꾸려는 경향이 있었다. 나 역시 그런 부류 속에 있었다.좋은 사진은 카메라가 낳는 것이 아니라 찍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카메라를 들고 동호회에 나갔을 때, 간혹 라이카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들은 라이카의 우수성에 대해 입에 침이 튀도록 자랑했고, 전설적인 사진작가들이 모두 라이카 사용자였임을 강조했다. 그 당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던지...... 그러나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전설적인 작가들이란 사람들이 활동하던 시절에 제대로 된 카메라가 라이카 밖에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그럼에도 한번 눈길이 간 라이카에 대해 누를 수 없는 그리움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그리고 어느 날, 제법 큰돈을 지불하고 라이카 M6, 티타늄 바디를 구입했다.35미리 렌즈와 함께.
라이카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전설들이 즐비하다.100년 숙성된 유리 재질로 카메라 렌즈를 만든다는 설도 있었다.그래서 유리를 땅 속에 묻어 장기간 숙성시킨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까지 있었다.더 황당한 것은 맹인들이 렌즈를 깎는다는 소문이었다. 이 숙달된 장님들이 그야말로 마음으로 깎은 렌즈가 라이카 렌즈라는 것이다.그래서 라이카로 찍은 사진은 다른 사진기로 찍은 사진보다 더 감성적이라는 그럴 듯한 소문까지 생겨났다.이러한 소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 카메라에 대한 신비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이 카메라를 들고 동호회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던지......심지어 우리 동호회의 지도 선생도 일주일만 좀 빌려달라고 했을 때, 얼마나 찜찜했던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물었다. "라이카야?" 그렇다고 하면 그들은 역시 다르다고 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라이카에 대해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니콘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위 '땀구멍까지 보인다'는 라이카 렌즈의 우수성은 과장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중에 중형 카메라도 사게 되는데 (핫셀 브라드), 중형 카메라에 비해 확대한 사진에서의 해상력은 턱없이 떨어졌다. 필름 크기에서 차이가 있으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사람들은 항상 어느 카메라로 찍었는지 확인한 후에 '역시 라이카야!'라고 말하곤 했다.결코 내가 어느 카메라로 찍었는지 말하기 전에는 라이카 사진을 따로 구별해 내지 못했다. 내 결론은 니콘은 니콘이고, 라이카는 라이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카메라는 모두 소형 카메라일 뿐이다.
그런데 참 묘한 일이 있다.인터넷상에서 보면 라이카로 찍은 사진들이 더 매력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두 가지 이유이리라.하나는 선입견이고, 다른 하나는 찍은 사람의 숙련도일 것이다. 즉 다른 소형 카메라들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는 반면, 라이카는 소수 전문가 수준의 사람을이 찍은 선별된 사진들만 올라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이 카메라는 내 마음을 빼앗았다. 사실 이 카메라, 기계적으로 보았을 때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필름 장전...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렌즈 조절...일반 소형 카메라와 정반대로 되어 있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그러나 손에 딱 들어오는 컴팩트한 크기, 필름 장전 레버와 셔터의 정숙성과 부드러움, 아름답다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 디자인. 카메라야 사진 찍는 도구에 지나지 않지만 어떤 사람에겐 그 이외의 가치도 있다.바라보는 즐거움,만지작거리는 즐거움이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카메라는 최고의 카메라일 것이다.요즈음 이 카메라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고 먼지를 털며 만지작거릴 때도 행복을 느낀다.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카메라다.
* 단, 흑백 사진의 경우, 어두운 부분에 관한한 니콘보다 훨씬 그레이드가 뛰어나다. 니콘은 어두운 부문이 뭉개지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이것은 상대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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