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P

(516)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
해남 들에 노을 들어 노을 본다 // 장석남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에서 이 세상에 나서 처음으로 해남 들 가운데를 지나다가 들판 끝에 노을이 들어 어찌할 수 없이 서서 노을 본다 노을 속의 새 본다 새는 내게로 오던 새도 아닌데 내게로 왔고 노을은 나를 떠메러 온 노을도 아닌데 나를 떠메고 그리고도 한참을 더 저문다 ..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 // 양성우 1998년 10월, 소래포구에서 사람으로 순간을 산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이 짧은 삶 속에서 누구 누구를 사랑하고 미워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모든 사물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더우기 몸 하나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아직도 여기 이승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나에게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