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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시

태백산 천제단에서 // 박장락

 

 

 

 

 

 

그리움이 나에겐 없는데
태백산 천제단에서
허공에 기대어 시간을 견뎠을 뿐인데
광활한 능선에 그림자만 나를 따라온다
매서운 바람만이 나를 따라온다

능선을 맴도는 칼바람이
주목(朱木)의 몸속에서 울음을 꺾는다
저 울음의 뿌리를 적시는 눈물이 나에겐 없는데
한 사람을 그리워하다 잔설로 녹았을 뿐인데

그리움이란 말의 수피(樹皮)에서
슬픔이 배어 나오는
산재하는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면
생각만으로 고통받은 그리움이 운해를 떠돌 때
상처 난 주목의 활처럼 휘어져 천년을 울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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