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7.2.10 (토)
* 산행 코스 * 설천봉 상제루(11:30)_ 향적봉(11:55)_ 향적봉 대피소(12:08)_ 점심(12:35_50)_ 중봉(12:55)_ 오수자굴(1:33)_ 백련사(2:24)_ 삼공리매표소(3:30)
* 산행 시간 *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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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역에서 7시 30분 출발한 버스가 덕유산 자락의 무주 스키장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0분.설천봉으로 오르는 곤돌라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덕유산 겨울 산행은 오르내리는 코스 가운데 어느 한 쪽은 곤돌라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우리는 오를 때 곤돌라를 이용하기로 했다.어쩌면 가장 손쉬운 산행 코스다.30분이 넘게 기다려서 곤돌라를 탔다.곤돌라를 이용하는 시간은 20여 분 정도.
날씨는 포근한 편이었고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곤돌라를 타고 오르며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은 눈이 덕유산 자락에 하나도 없는 점이었다.스키장에만 죽은 눈이 쌓여 있었다.그러나 8부 능선 정도 올라왔을 때다.곤돌라에 탄 8명 모두가 입을 벌리고 말았다.살아 있는 생생한 얼음꽃 눈꽃이 만발하고 있었다.곤돌라에서 내리는 순간,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설천봉(雪天峰) / 눈 덮인 하늘의 봉우리......그 이름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설천봉 상제루]
아이젠을 차고,복장을 점검한 다음 눈길을 밟아 나아갔다.다음 목적지인 향적봉으로.향적봉으로 걷는 시간은 고작 20여 분.그 짧은 거리에서 우리가 즐긴 눈의 향연은 다른 산 전체와 맞먹을 만큼 대단했다.
오늘 덕유산 산행은 이미 오래 전에 계획했었다.그러나 요즈음 날씨가 따스해지면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다.그러나 겨울 명산답게 덕유산은 우리를 그리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눈과 얼음 향기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인 향적봉이다.향적봉, 은은한 향기가 흐르는 곳이란 뜻의 향적봉. 늦은 봄이면 이 주변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향기를 내뿜는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순백의 눈과 수정같은 얼음들이 내뿜는 향기로 가득하다.
향적봉에서 100여 미터를 가면 대피소가 나온다.사람들로 가득하다.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바로 백련사로 내려간다,짧은 하산길이다.그러나 우리는 오른쪽으로 향했다.중봉으로 가는 길이다.내가 덕유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덕유평전이 있는 곳이다.덕유평전으로 가는 길에도 엄청난 설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중봉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자리를 펴고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온통 눈으로 덮인 은세상에서 간식을 먹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대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 지표면에 생기는 것이 서리다.이에 반해 지표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일반적인 서리보다 많은 양이 생기는 것을 상고대라 한다.적어도 상고대가 생기려면 해발 1000미터는 넘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운 좋게도 이 상고대를 체할 만큼 많이도 보았다.때로는 사슴의 뿔같기도 하고 때로는 산호초와도 같은 나무서리는 늘 겨울산행을 유혹한다.
태백산이나 지리산에 못지 않게 이 덕유산에도 주목과 구상나무 그리고 고사목이 있다.이러한 나무들이 눈과 어울려 빚어내는 모습은 장관이다.
덕유산 중봉에 다다랐다.이 주변이 덕유평전이다.철쭉이 만발하는 곳이다.그리고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있는 곳이다.그러나 오늘은 철쭉 위에 붉은 철쭉꽃이 아닌 하얀 서리꽃이 피었고, 장쾌한 능선은 안개 속에 숨어 있다.때로는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드러나는 것보다 숨겨진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오늘이 그렇다.
중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졌다.오른쪽으로 가면 남덕유산이다.오늘 남덕유산을 오르는 또 다른 산친구들이 있다.그들도 눈냄새를 마음껏 맡으며 산행을 하고 있겠지.왼쪽으로 꺾어져도 잠시 덕유평전이 계속 이어진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문정희, 겨울 사랑
덕유평전을 지나 오수자굴로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아이젠을 찼는데도 조심조심 걷는다.그런데 이게 웬 사치란 말인가? 눈발까지 내린다.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하산하는 1시간 정돈는 눈을 맞으며 걷는 행운도 얻었다.
덕유산(德裕山)......너그러움과 넉넉함이 있는 곳.눈의 포근함까지 하니 더할나위없다.왜 선조들은 이 산에서 넉넉함을 보았을까? 산의 부드러움인가, 아니면 국난 시 피난처로서 역할을 해서일까. 오늘 산행을 하는 나도 그 너그러움과 넉넉함을 가슴에 품으며 걷는다.
[백련사]
백련사에서 매표소까지 걷는 길은 좀 싱겁고 지루하다.큰 차도를 상당히 오랫동안 걷고 또 걷는다. 그래도 오늘같은 날이라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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