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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소백산(1439......경북 영주, 충북 단양)

* 산행일 * 2007. 2. 3 (토요일)

 

 

* 산행 코스 * 삼가리 주차장(10:26)_ 비로사, 구 등산길 갈림길(11:49)_ 정상(1:05)_ 대피소, 점심(1:35_ 2:00)_ 갈림길(2:10)_ 휴게소(2:42_ 3:00)_ 관리소(3:52)_ 주차장(4:10)

 

 

* 산행 시간 * 5시간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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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던 소백산 산행에 나섰다.서울 대치동에서 7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삼가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20분. 채 3시간이 안 걸렸다.보이는 산줄기들에 눈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그러나 유독 소백산 정상부분만 흰머리를 하고 있었다.그것도 살아 있는 색깔의 눈이었다.멀리서도 구별이 가능했다.며칠 전 많은 양은 아니지만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백산은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에 걸쳐 있다.영주쪽은 양지 바른 곳이라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중간 지점부터 눈이 보이다, 정상에 서면 눈이 쌓여 있을 것이다.희망을 품고 산을 오른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나는 겨울산이 좋다.그리고 겨울산 가운데서도 소백산이 제일 좋다.칼바람과 추위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소백산.이번 겨울에 언제 이 곳에 오르는 것이 적절할 까 기회를 보다 나선 오늘 산행. 멀리 정상이 보이고 등산로 옆에 핀 눈꽃이 파란 하늘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사실 비로봉으로 오르는 이 코스는 지루한 편이다. 그러나 가끔 볼 수 있었던 이런 눈꽃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가끔씩 얼굴을 내미는 정상부분이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었다.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거센 바람이 옷깃에 스며든다.하산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중무장하고 있었다.정상의 날씨가 어떤지 미리 예고해 주는 듯했다.소백산 등줄기가 완연하게 눈에 들어온다.짜릿하다.

 

 

 

 

 

 

 

마침내 정상에 섰다.백두대간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다 태백산에서 남서쪽으로 꺾어진 백두대간의 바람을 지금 이 순간 나는 맞닥뜨리고 있다.몸을 가누기가 힘들다.하얀 눈으로 뒤덮인 광활한 소백산 등줄기를 보며 마냥 행복감에 젖어든다.비로봉...범어의 '바이로차나'에서 따온 말로 '광명,태양'을 의미한다.

 

 

 

 

 

 

 

 

5월이 오면 붉은 철쭉으로 물들 연화봉쪽이 지금은  하얀 눈꽃으로 뒤덮혀 있다.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이르는 구릉들의 곡선미가 드러나 있고, 높고 낮은 곳에 따라 흰눈이 적절하게 자리잡고 있어 소백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정상을 내려온다.고요함이 가득하다.고요함과 눈.이 거대한 산줄기에 정적이 감돌고 바람만이 주인으로 홀로 남아 눈 위로 스치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때로는 산행객의 온몸을 휘감고 돌아간다.

 

 

 

 

 

 

 

 

 

 

 

 

 

 

 

며칠째 내리는 폭설이다 

바람마저 잠든 깊은 산속 

자꾸만 쌓이는 눈의 무게를 

이를 악물고 견디던 소나무 가지 하나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며 

끝내, 자결한다 

적막강산이 두 동강 나는 소리 

나를 후려치는 죽비소리 

솔잎처럼 퍼렇게 멍든 

내 안에 깃들던 잔 시름들 

화들짝, 산새처럼 놀라 깨어 

일제히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정채원, 적막

 

 

                                                                                                

 

 

 

 

 

450여 년 전 풍기군수였던 이황은 소백산에 오르고 난 후 '소백산록'을 남겼다.'비단 장막 속을 거니는 잔치 자리에 왕림한 기분'이라 표현했다.그가 오른 때는 철쭉이 피던 시절이었다.그가 만일 눈 내리는 겨울철에 올랐다면 그는 과연 소백산의 멋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천동리로 하산을 한다.오를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소백산에 눈이 많이 온다지만 정상에는 눈이 그리 많지 않다.정상부에 부는 강한 바람 때문이다.바람의 힘을 견디지 못한 눈들이 이 천동계곡으로 쓸려 내려와 안식을 하고 있다.그래서 이 계곡엔 눈이 많다.게다가 주목과 멋진 나무들도 많아 산행객에게 볼거리를 준다.

 

 

 

 

 

 

 

 

 

 

 

 

 

 

 

 

 

 

 

 

주목 지대를 지나고 나면 이제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의 긴 눈길이다.걷는 것이 행복하다면 이 길은 행복한 길이다.우리 나라의 연 평균 강우량이 1160mm인데 반해 이 곳 소백산은 1760이란다.이런 연유로 겨울이 되면 소백산은 폭설로 뒤덮인다.

 

 

 

 

 

 

 

 

 

 

 

 

 

 

 

[휴게소]

 

 

괸리소를 지나고 나면 이번엔 눈이 아니라 계곡 자체가 볼거리다.좌우로 멋진 바위들이 서 있다. 여름이면 물소리 시끄럽고, 가을이면 단풍이 요란할 이 계곡도 지금은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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