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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다시 찾은 태백산

* 산행일 * 2007.1.27 (토)

 

 

* 산행 코스 * 유일사매표소 (12:25)_ 유일사갈림길1 (12:45)_ 유일사갈림길2 (1:08)_ 유일사쉼터, 간식 (1:32_ 2:04)_ 장군단, 점심 (3:06_ 3:42)_ 하단 (4:00)_ 부쇠봉 (4:09)_ 문수봉갈림길 (4:30)_ 망경사 (4:50)_ 반재 (2:18)_ 반재밑 (5:31)_ 당골매표소 (6:00)

 

 

* 산행 시간 * 5시간 35분

 

 

* 태백산 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원주 직전, 만종인터체인지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빠진 다음 안동 방향으로 가다, 제천 인터체인지에서 나온다.그리고 '영월 태백' 팻말을 보고 그 방향으로 가다, 영월을 지난 다음, 석항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태백시내 방향으로 들어가고 우회전하면 태백산으로 바로 간다.서울에서 7시 30분에 출발한 차량이 유일사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30분 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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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을 다시 찾게 되었다.아직 태백산을 가보지 못한 친구들을 안내할 겸 서울을 떠났다.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예보와는 달리 눈이 내리지 않았다.태백산으로 오는 도중에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니 눈이 간간히 내리고 있다고 한다.마음이 설렌다.

 

 

 

유일사 입구에 도착하니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주차장에 차를 댈 수도 없었다.하는 수 없이 당골매표소 방향으로 갔다.그러나 그 곳도 주차만원이란다. 임시로 마련한 주차장에 차를 댔다. 마침 태백산 눈꽃 축제 기간이라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여기서 택시를 잡아타고 유일사매표소 방향으로 갔다.5000원이 조금 넘었다.

 

 

 

 

 

 

첫 목적지인 유일사삼거리에 도착했다.사람들 대부분이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졌다.그러나 우리는 오른쪽으로 향했다.우리 앞에 아무도 없었다.호젓하게 걷는다.왼쪽길은 완만한 s자 길이다.그러나 오른쪽은 다소 경사가 있는 길이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랐다.

 

 

 

 

 

 

 

 

 

 

 

20여 분 오르면, 능선에 올라선다. 이 곳에도 '유일사갈림길'이란 팻말이 있다.왼쪽으로 꺾어진다.오른쪽으로 탁 트인 전망이 나타나면서 찬 바람이 세차게 분다.백두대간의 길이다.태백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 유일사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는데, 그 길은 따스한 반면 이 길은 전형적인 겨울길이다.

 

 

 

 

 

 

 

 

 

 

 

 

20여 분 걸은 후, 유일사쉼터에 도착했다.아래 유일사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오른 사람들과 합류한다.배가 고프다.싸온 도시락 일부를 꺼내 먹었다.이제 천제단으로 오른다.본격적인 태백산 산행길이다.산행로가 완만하기 때문에 누구나 오를 수 있다.

 

 

 

 

 

 

 

 

 

 

 

갓 피어난 눈꽃들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그래도 아침에 눈을 살짝 뿌린 탓에 고사목과 주목에 내린 눈을 볼 수 있었다.바람을 이겨낸 채 외로이 서 있는 나무들은 언제나 보아도 아름답다.그 모습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나무의 그 마음도 아름답다. 지난 12월에 왔을 때는 눈보라가 치면서 하늘이 흐렸는데 오늘은 하늘이 파랗다.

 

 

 

 

 

 

 

 

 

 

 

 

 

 

 

 

 

 

 

 

 

 

 

 

장군봉에 올라섰다.제단이 보인다.장군단이다.태백산에는 세 개의 제단이 있다.장군단,천왕단 그리고 하단이다. 이 셋을 가리켜 천제단이라 부른다. 그러나 천왕단만을 가리켜 천제단이라 부르기도 한다.장군단 아래 사람들이 빼곡하게 몰려 앉아 있다.우리는 장군단 왼쪽으로 접어들어 그럴듯한 주목 아래서 점심을 먹었다.한쪽으로는 광활한 설원이 펼쳐져 있다.이보다 멋진 레스토랑이 어디 있겠는가. 이 주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를 일찍 비워주어야 했다.

 

 

 

 

 

 

 

 

 

태백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천제단이 있는 곳을  정상으로 생각한다.그러나 태백산의 주봉은 바로 장군봉이다.장군봉에서 내려다 보면 장군봉보다 약간 낮은 곳에 천왕단이 있다.

 

 

 

 

[점심 장소]

 

 

 

 

 

 

자리를 털고 일어선 후, 천왕단으로 향했다.천왕단은 장군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단군도 이 곳에서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삼국시대에도 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항일 의병장들도 이 곳에서 제를 올려 하늘의 도움을 구했고 독립운동가들도 이 제단을 찾았다 한다.태백산을 찾을 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경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그리움이 나에겐 없는데
태백산 천제단에서
허공에 기대어 시간을 견뎠을 뿐인데
광활한 능선에 그림자만 나를 따라온다
매서운 바람만이 나를 따라온다

능선을 맴도는 칼바람이
주목(朱木)의 몸속에서 울음을 꺾는다
저 울음의 뿌리를 적시는 눈물이 나에겐 없는데
한 사람을 그리워하다 잔설로 녹았을 뿐인데

그리움이란 말의 수피(樹皮)에서
슬픔이 배어 나오는
산재하는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면
생각만으로 고통받은 그리움이 운해를 떠돌 때
상처 난 주목의 활처럼 휘어져 천년을 울었을 뿐인데......

 

                                                                                박장락, 태백산 천제단에서

 

 

 

 

 

 

천왕단 근처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곳이 없다.우리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대부분 왼쪽으로 꺾어져 망경사로 향한다.그러나 우리는 오른쪽 문수봉 방향으로 향했다.놀라우리만치 적막감이 돈다.사람들이 뜸하다.게다가 지금까지 보아온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아기자기한 것이 아니라 장쾌한 태백산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저만치서 부쇠봉과 문수봉이 기다리고 있다.

 

 

 

 

 

 

 

[뒤로 부쇠봉과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펼쳐져 있다]

 

 

 

 

[하단이다.하단은 다른 두 제단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아마도 위의 두 제단은 힘 있는 자들이 사용했고 이 제단은 서민층이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호젓한 길이다.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지만 펼쳐진 광경도 그러하다.어김없이 주목도 있다.바람은 능선을 타고 달리다 주목과 고사목 주변을 맴돌았다.

 

 

 

 

 

 

 

[뒤를 돌아다보면 멀리 천왕단의 모습이 보인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주목이 태백산에는 즐비하다]

 

 

 

 

 

 

 

[눈으로 만들어진 산호세상]

 

 

문수봉 갈림길에 섰다.잠시 망설였다.문수봉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다.아쉽지만 망경사 방면으로 꺾어졌다.망경사로 가는 길에도  주목들이 얼굴을 내민다.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주목이 태백산에는 너무나 흔하다.이제는 낯선 나무가 아니라 오래 된 우리 집 정원의 나무처럼 내 마음 가까이에 있다.

 

 

 

 

 

 

 

 

 

 

 

 

 

[다시 천왕단이 보인다]

 

 

 

 

 

 

 

 

 

망경사가 보인다.천왕단에서 바로 내려왔더라면 채 5분도 걸리지 않았을 곳을 돌고 돌아 왔다.지름길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돌고 도는 길이 더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다.

 

 

 

 

  

 

 

 

 

그 많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단지 그들이 남긴 흔적만이 남아 있다.하산길이 밴지르르 하다.잠시 후 반재에 도착했다.왜 '반재'일까?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아마 천왕단에서 당골까지 반이 되는 거리라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닐까 하는 내 생각을 말했다. 나중에 반재에서 오뎅을 팔고 있는 주인 남자에게 물으니 그 뜻이 맞다고 한다.

 

 

 

 

 

 

 

 

 

 

[반재에서 급경사길을 내려가면 반재밑이 나온다.여기서 문수봉으로 오를 수도 있다]

 

 

 

 

[하산 지점 근처에 단군 성전이 있다.물론 이 모습을 보려면 길에서 성전 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야 한다]

 

 

하산을 끝냈다.조용한 산행이 끝나고 왁자지껄한 인파 속에 파묻힌다. 태백산 눈꽃 축제 기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광장의 얼음 조각 광장에서 겨울을 즐기고 있었다.

 

 

 

 

 

 

다른 코스의 태백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tapeo/784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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