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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계방산 (1577...강원도 홍천군, 평창군)

* 산행일 * 2007.1.14(일)

 

* 산행 코스 * 운두령 정상(10:50)_ 1492봉(12:40)_ 점심(12:55_ 1:48)_ 정상(1:55)_ 주목지대(2:18)_ 이승복생가(4:10)_ 주차장(4:35)

 

* 산행 시간 * 5시간 45분

 

 

[계방산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속사 나들목으로 나와 좌회전한 후, 31번 국도를 따라 운두령 방면으로 향한다.나들목에서 운두령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서울 잠실에서 8시 경 출발한 고교 동기생들이 대절한 차를 이용해 영동고속도로를 달려오면서 연락을 했다.나는 어제 선자령 산행을 한 탓에 계방산 아래 모텔에서 숙박을 했다. 10시 30분 경, 도로에 나가 친구들과 합류해 운두령 정상으로 향했다. 좁은 길에 엄청난 차량들이 비집고 들어왔다.큰 버스를 이용해 온 등산객들은 아예 고개 언덕 아래서 내려 걸어갔다.다행히 우리는 소형 버스였기에 정상까지 갈 수 있었다.

 

 

 

 

 

 

정상은 1577이고 산행들머리는 1089이니 오르는 고도가 고작 488이다.계방산은 한라산,지리산,설악산,덕유산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그러나 그 높이만큼이나 산행들머리도 높아 높은 산치고는 오르기 쉬운 산 가운데 하나다.

 

 

 

 

 

 

초입 부분에서 아이젠을 차지 않고 올랐다.단지 귀찮다는 이유에서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 않아 후회했다.차가운 날씨, 그리고 수많은 등산객들의 발에 밟혀 땅이 매끌매끌했다.아슬아슬하게 걷다가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이렇게 불안하게 걸을 바엔 아예 처음부터 차고 걷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그 조그마한 다짐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첫 목적지인 1492봉까지 오르는 등산객들이 줄을 잇는다.등산로가 좁고 오름길이 많아 사람들은 동행자와 이야기할 기회도 못 잡은 채 아무 말 없이 헐레벌떡이며 꾸역꾸역 오른다.앞 사람의 뒤꿈치를 따라 걷고 또 걷는다.빨리 걸을 수 있다고 해서 빨리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등산화에 밟히는 눈의 비명소리만이 차가운 공기를 뚫는다.

 

 

 

 

 

 

 

 

 

 

 

 

1492봉까지 오르는 동안은 사실 좀 지루한 편이다.특별히 볼 만한 것도 없는데다가 짧은 깔딱고개들이 반복된다.그러나 1492봉에 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역시 높은 산답게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오른 사람들이 모두 탄성을 자아낸다.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의 위용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이 땅 어느 산을 올라도  

모든 길은 백두에 닿는다는  

백두대간의 큰 꿈을 아는가.  

첫눈 내리는 날 한반도 모든 산줄기들  

흰 털 하얗게 곧추세워  

하얀 능선 위를 달려가고 있으니.  

그놈의 등에 덥석 올라타는 꿈이여  

겨울산과 한 몸의 날렵한 산짐승 되어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튼튼한 등뼈를 밟고  

한걸음에 달려가는 즐거운 꿈이여

 

 

                                                          정일근, '겨울산' 중에서

 

 

 

 

 

 

 

 

 

 

[이 봉우리 바로 아래서 시산제를 지내는 산악회를 보았다.저 멀리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그리고 그 뒤 계곡이 주목군락지다.]

 

 

 

높은 지대인데도 이상하리만치 바람이 불지 않았다.여기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넓직한 공간도 많았다. 우리는 잠시 주저하다가 조금이라도 정상 가까이 가서 먹기로 했다.그러나 이것은 실수였다.중간 지대에 갔을 때, 적당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어느 정도 바람을 감수하면서 좁은 자리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점심 장소에서 바라본 정상] 

 

 

 

 

[점심 장소에서 바라본 1492봉]

 

 

 

 

 

 

계방산 정상에 섰다.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하다.이 맛에 겨울산을 찾고 이 기분에 계방산을 찾는다. 정상에는 돌탑이 있다.기념 촬영을 하느라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 있었다.

 

 

 

 

 

 

 

[1492봉과 연결되는 길...내가 걸어온 능선길이다]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선자령도 보였다]

 

 

 

하산을 준비한다.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지능선을 따라 바로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그러나 우리는 계속 능선을 타고 주목지대로 향했다.태백산이나 소백산 주목에 비해 이 산의 주목군락은 규모도 작고 주변 환경도 뒤떨어져 다소 싱겁다.게다가 막 피어나는 눈꽃이 없었던 탓에 별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이제부터는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오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계방산 산행은 전반적으로 쉬운 산행이다.다소 경사가 진 길이 짧게 반복되는 초입에서 일단 1492봉에 오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타고 정사에 오른 다음,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한다.하산하는 이 계곡은 한창 눈이 쌓이는 때는 허리까지 눈이 쌓이는 곳이다.

 

 

 

 

 

 

어제 선자령에서의 일이다.일행 가운데 한 명의 아이젠이 고장났다.고장나는 순간,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왼쪽 아이젠을 벗어 주었다.문제는 하산길이었다.상당히 가파른 보현사계곡.아이젠을 양쪽 다 차도 미끄러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오른쪽 하나로 내려오려니 무척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결국 오른쪽 다리에 무리한 힘을 주면서 내려왔다.

 

 

문제는 오늘 아침에 일어났다.아침 식사를 하려고 모텔 방에서 나와 층계를 내려오는데,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렸다.아뿔싸! 이 때 생각난 것이 무릎보호대다. 약 6개월 전, 등산점에 갔다가 만일을 위해 무릎보호대를 하나 샀다.그리고 항상 배낭에 넣고 다녔는데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결국 오늘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준비성의 중요성을 지난 번 태백산행 때에 이어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겨울 산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썰매타기는 여기서도 가능하다]

 

 

 

 

 

 

 

 

 

오늘 아침 모텔에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주인으로부터 들었다.많은 사람들이 계방산을 겨울 산행지로만 생각하는데 야생화가 피는 시절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그 때가 되면 이름 모를 야생화가 계방산 지천에 널린다고 한다.

 

 

 

 

[이승복 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