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7.1.13(토)
* 산행 코스 * 대관령 북부 휴게소(11:00)_ 케이티 송신탑(11:22)_ 정상, 점심(12:50_ 1:50)_ 나즈목(2:24)_ 산죽지대(3:20)_ 보현사(3:50)
* 산행 시간 * 4시간 50분
[선자령 가는 길]
서울 사당에서 출발한 차량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든 후, 대관령 직전, 횡계 나들목에서 빠져나왔다. 나들목을 나온 후, 우회전하여 횡계로 가다가 신설 영동고속도로 밑을 지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였다. 물론 교통표지판이 있다. 강릉 방면이다. 곧 도로가 나오는데 이 도로가 서울과 강릉을 잇는 옛길이다. 잠시 후, 오른쪽에 대관령 휴게소가 나온다. 선자령 산행 들머리는 이 휴게소 건너편이다. 따라서 이 휴게소 뒤에 있는 조그만 다리를 건너 건너편 휴게소 방면으로 가야 한다.7시에 출발해 10시 35분에 도착했다.
오늘은 선자령을 오른다.선자령은 지금까지 몇 번 오른 경험이 있는데다 코스가 간단해 산행로을 머리에 그리며 오를 수 있었다. 대관령북부휴게소는 등산객들을 실은 버스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 휴게소 뒤에 난 길을 따라 건너편 휴게소로 갔다.산행은 여기서 시작했다. 대관령과 선자령의 상징인 풍력발전기들이 세 팔 벌려 등산객을 맞는다.
첫 목적지는 케이 티 송신탑이다. 그 곳까지는 아스팔트길이다.눈이 많이 쌓이지 않았다면 아이젠 없이 여기까지 오르는 편이 낫다. 우리도 오늘 아이젠 없이 이 곳까지 올랐다.
선자령의 높이는 1157이다.그러나 산행 출발점이 840이기 때문에 실제 오르는 고도는 317이다.상당히 손쉬운 산행이다.올라야 할 고도도 낮은데다가 소위 깔딱고개라 할 수 있는 곳도 없다.그렇다고 특별히 오르기 어려운 산행로도 없다.쉬엄쉬엄 가면서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산행로다. 단지 바람만이 장애물이다. 이 날 눈을 원없이 밟으며 걸었다.등산화 밑에서 나는 뽀드득 소리가 정겨웠다.
왼쪽으로 작은 숲 지대를 끼고 걷다보면 새봉에 오른다.새봉은 선자령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작은 봉우리다. 워낙 경사가 완만한지라 오르는지도 모르게 언덕 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 곳에는 조망을 위한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전망대에 서면 주위의 산들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산과 산은 이웃하여 줄을 지었고, 하늘과 바다도 맞닿아 있다.
선자령을 중심으로 서쪽은 영서지방이고 동쪽은 영동지방이다. 서쪽은 평창이고 동쪽은 강릉이다. 선자령에서 동해는 바로 코 앞이다.그 짧은 거리에 1100이 넘으려니 선자령 동쪽은 자연스레 경사가 심할 수 밖에 없다.그러나 서쪽은 높낮이가 크지 않은 평원지역이다. 차거운 대륙의 편서풍이 서쪽에서 달려오고, 습한 바닷바람이 동쪽에서 날아 와 부딪혀서 바람과 바람을 불어대고 눈을 흩뿌리는 곳이 바로 선자령길이다.그래서 선자령에는 바람이 많고, 이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기가 줄을 지어 세워 져 있어 이국적인 멋을 낸다.
겨울산의 매력은 눈, 트인 시야 그리고 바람이다. 눈과 트인 시야를 싫어할 사람이야 없겠지만 바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나 역시 굳이 바람부는 날 눈 쌓인 산에 오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그러나 몇 해 전, 정말 무척 추웠던 날, 소백산에 올라 칼바람을 맞은 후부터는 겨울바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선자령 역시 바람이 매력인 산이다. 정상에 올라갈 수록 바람이 매서워지며 나무들도 힘겨운 듯 비스듬히 몸을 가누고 있다.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는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하였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대부분의 산은 정상으로 다가갈 수록 적설량이 많아진다.그러나 선자령은 예외다. 바람의 탓이리라.
정상에 서서 되돌아보니 능선을 타고 줄을 지어 오르는 사람들이 마치 개미떼 같다.오늘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선자령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바람에 대한 준비만 잘하고 온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겁게 오를 수 있다.
선자령은 백두대간의 한복판에 있다.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곤신봉을 지나, 오대산 설악산을 거쳐 금강산과 백두산으로 연결된다.
하산하는 방법은 크게 셋이다.자가용을 몰고 온 사람들이나 경사가 심한 눈길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원점회귀를 한다. 둘째는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간 후 초막골로 내려가는 방법이다.일반적으로 산악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거리가 짧고 상당히 가파른 길이다.몇 해 전 내려가다 부상당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그러나 이 하산길은 볼거리가 전혀 없이 냅다 밑으로 밑으로 내려간다.셋째는 곤신봉쪽으로 가다 나즈목에서 보현사로 내려가는 길이다.이 길도 역시 경사가 심하고 볼거리가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초막골보다는 낫다.우리가 택한 하산 코스였다.게다가 나즈목까지 걷는 동안 평원 지역을 볼 수 있는 코스다.
점심을 먹는 위치는 나즈막에서 보현사로 내려가는 초입의 양지바른 곳이 적당하다.그러나 오늘 일행들이 배가 고프다 하여 선자령 정상 오른쪽 양지 바른 곳에서 해결했다.정상석 부근에는 바람이 심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점심을 편 곳은 따사로웠다.
점심을 먹고 곤신봉을 향해서 나아갔다.정상에 오기 전보다 더 많은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고 있었다.왼쪽으로 눈을 뒤집어쓴 설원지대가 마치 알프스의 풍광을 보는 듯하다.선자령을 겨울에만 와 보았는데 파릇파릇 목초들이 자랄 때 와 보아도 기가 막힌 풍경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설원과 초원.색깔만 다를 뿐,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같으리라.
풍력발전기의 거대함은 그 기계 바로 밑에 서 보아야 느낄 수 있다.기계의 날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묵직하다.
이 날 선자령의 기온은 대략 영하 4,5도 정도 되는 것 같았다.선자령 아래는 전혀 바람이 없는 듯 싶었으나 역시 선자령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그리고 하늘은 청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서서히 나즈목이 가까워졌다.이제는 바람과 이별을 해야 한다.바람을 피하게 되어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별이 아쉬기만 하다. 상징적으로 풍력 발전기의 모습이 나무들 사이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즈목이다.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곤신봉이고 왼쪽으로는 지금까지 보아온 것보다 더 광활한 평원이 전개된다.삼양 대관령 목장지대다. 그러나 여기서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는 오른쪽으로 꺽어져 보현사 방면으로 향했다.초입 따스한 곳에서 커피 한 잔씩 들이 킨 후 산행을 계속했다. 아래에서 보면 선자령과 곤신봉의 두 봉우리 사이에 낮은 곳이 있어 '낮은 목'이라 하다가 '나즈목'으로 변한 듯 싶다.
이 계곡길은 상당히 가파르다.바로 난 길이 없고 경사가 너무 심해 산행로 대부분이 갈 짓자로 나 있다.한 쪽이 낭떠러지인 곳이 드문드문 등장한다.따라서 비닐포대를 이용한 눈썰매는 위험하다. 계곡도 몇 번 건너야 한다.얼음 밑에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산죽지대에 와서야 경사가 덜하기 시작했다.희디 흰 눈 밭 위에서 푸르름을 간직한 산죽을 바라보는 내 눈이 즐겁다.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보현사.신라 시대 낭원국사인 보현이 창건한 절이라 한다. 이 절의 이름을 따 한때 선자령을 보현산이고 부른 적도 있다.대관산이라 불리운 적도 있는데 이는 아마 대관령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을 마쳤다.저녁은 진부로 가서 오삼불고기로 해결했다.그리고 일행들과 헤어져 속사나들목 근처의 모텔에 묵었다.내일 아침 친구들이 계방산으로 온다.나는 이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계방산을 오르기로 했다.고단함 속에서도 계방산을 꿈꾸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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