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과 길/산행

민둥산(1118.8......강원도 정선)

* 산행일 * 2006.10.14(토)

 

* 산행 코스 * 증산초등학교(12:40)_ 갈림길(1:14)_ 매점(1:41)_ 점심(1:50_2:40)_ 발구덕(2:45)_ 정상(3:20)_ 되돌이 갈림길(3:50)_ 갈림길(4:28)_ 증산초등학교(4:40)

 

* 산행 시간 * 4시간

 

 

 

 

 

 어렵게 어렵게 민둥산 산행들머리에 도착했다. 단풍철을 맞아 많은 차량들이 영동 고속도로로 몰렸다. 서울에서 7시 50분에 출발한 차량이 다섯 시간 정도 걸려서 산행들머리에 도착했다. 민둥산에도 엄청난 인파들이 차량이나 기차를 이용해 찾아왔다. 하기사 우리 나라 산 가운데 억새로 가장 유명한 곳 가운데 하나가 민둥산이니 이 정도 인파야 감수해야 한다. 산행은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작된다.

 

 

 

 

민둥산 입구에서 몇 발자국을 옮기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가파른 길이고 오른쪽은 경사가 완만한 산행로다. 결국 만나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택했다. 민둥산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숲지대도 적고 바위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산행 내내 먼지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다. 그러나 특별히 어려운 길은 없다.

 

 

 

 

다시 갈림길에 섰다. 어느 길이든 정상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오른쪽 길을 택해 오른다. 민둥산 등산 코스는 상당히 단순하다. 어느 길을 가든 만나게 되어 있다. 몇 갈림길이 있지만 헷갈릴 위험은 없다. 정상에서 하산할 때는 왼쪽 길로 내려올 계획이다. 산행 도중 '민둥산 억새 축전' 기간을 맞아 벌이고 있는 매점들도 지났다. 아마 오늘이 그 첫날인 것 같다.

 

 

 

 

 

 

 

이 곳을 지나자 조그만 솔밭지대가 나온다. 평평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경사가 있지만 꾸역꾸역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산행을 계속했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 발구덕지역이 나왔다. 민둥산 일부 지하는 물과 진흙이 고인 거대한 석회석 동굴지반이다. 즉 지하가 텅 비어 있다. 그 결과 땅이 움푹 들어간 지대가 있는데 이것이 발구덕으로, 그 지역 주변에 여덟 개의 구덩이가 있다하여 '팔구덕'이라 하다가 '발구덕'으로 변했다.

 

 

 

 

 

 

 

민둥산 정상이 가까워졌다. 드디어 억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잠시 후 끝없는 억새의 물결이 바람에 실려 춤을 추고 있다. 마침내 민둥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위 하나 없는 이 광활한 지역에 이 억새란 무엇이란 말인가? 예전에 산나물 채취를 위해 매년 한 번씩 이 산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그 결과가 이런 모습을 낳았다. 어찌 보면 민둥산은 이 지역 사람들의 가난이 만든 산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에게 낭만으로 남아 있다.

 

 

 

 

 

 

 

민둥산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이지만, 우락부락하지 않고 포근하다. 말 그대로 민둥산이다. 나무가 없이 흙이 드러난 산을 '민둥산'이라 한다. 즉 보통명사가 이 산의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민둥산은 말 그대로 민둥산이다.

 

 

 

쏟아지는 햇볕을 받아 억새의 터럭들이 역광을 받아 은빛 물결로 넘실거린다. 마치 파득이는 물고기의 비늘처럼.

 

 

 

 

 

  

 

 

 

 

 

 

  

 

민둥산 정상에 섰다.억새의 수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서 있었다. 정상 너머에는 지억산으로 가는 길이 펼쳐졌다. 여기에도 억새의 낙원이다. 억새가 마치 융탄자처럼 깔렸다.

 

 

 

 

 

 

 

 

 

 

 

 

 

아름다운 선(線)과 포근함이 있는 민둥산 저 너머로 가고 싶다. 그러나 되돌아 가야 할 시간을 계산해야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채 발길을 돌린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도종환, 가을 사랑
 

 

 

 

민둥산 정상에서 내려오면 바로 갈림길이 나온다. 앞으로 계속 가면 올라온 길이다. 오른쪽으로 꺾어진다. 잠시 억새밭을 걷다가 일반적인 산행로로 접어든다. 민둥산의 특징인 맨흙을 밟으며 하산한다.

 

 

 

 

 

 

 

이따금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길로 가든 만나게 되어 있다. 가능한 오를 때와는 다른 길을 택해 내려왔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은 오를 때와 다름이 없다. 민둥산 전체가 육산인데다 요즈음 가물어 땅에 습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