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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살아가는 이야기

대동맥류 진단




(2015년 10월, 화왕산에서)






죽음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 방에는 기쁨과 웃음도 있지만 슬픔과 눈물도 있다. 

그러나 저 방에는 그 아무것도 없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남은 자들은 슬픔 속에 눈물을 흘리겠지만

정작 죽은 자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세상으로 들어간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1월말에 아산병원에서 정밀 종합검진을 받았다.

특별한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들 그러하듯 막연하게나마 암을 걱정했는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대동맥류.....대동맥의 정상적인 굵기가 2cm인데 6cm 가까이 되는 두 곳이 발견되었다.

혈관 파열은 손 쓸 틈 없이 맞이하는 죽음을 의미한다.

6월에 우선 심장 쪽 혈관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통보를 받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그리고 나도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늘 죽음과 동행하는 여행이라는 것을.

당장 내일 아침 눈을 못 뜰 수도 있다.

 몇 사람은 내 육신 옆에서 슬퍼하고 가슴 아파할 것이나,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평안히 잠들고 있을 것이다.

이승의 한 모퉁이에서 그것을 두려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언젠가 허물처럼 추억만 남기고 떠날 인생인 것을.

아름답게 살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