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24(토)
3박 4일의 교토 여행 내내
사쿠라 테라스 더 갤러리에서 묵었다.
시설이 깔끔한 것처럼 아침 식사도 그러했다.
오늘 여행은 킨카쿠지(금각사)로부터 시작한다.
교토역 앞에서 시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입장한 후 짧게 걷다가 어느 코너를 도는 순간, 숨막히는 장면이 나타난다.
와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모습이다.
'거울처럼 맑은 저수지'란 뜻을 지닌 경호지 그리고 금각.
날렵하나 결코 가볍지 않은 금각, 그 그림자를 온전히 받아내는 경호지.
많은 인파에 부대끼면서 오랫동안 금각을 보며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는다.
유명한 것에 비해 금각사에서의 관람 거리는 짧다.
다음 관람지는 료안지(용안사).
금각사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려다 그냥 걸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30여 분 후 도착한 료안지(용안사)
방장 입구
지족(知足):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을 앎
용안사 석정(Rock Garden).
금각사나 청수사는 교토를 대표하는 사찰이지만,
용안사 석정은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방장은 그 사찰의 주지스님이 기거하는 곳으로,
손님을 맞기도 하고 참선을 수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한 공간 앞에 차려진 이 정원은
다른 곳의 것들에 비해 화려하게 꾸며지지도 않았고 특별한 것도 없다.
자잘한 백사와 평범한 돌 15개, 그것이 전부다.
그곳엔 고요만이 있을 뿐이다.
이 비움, 이 아늑함, 이 정막......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석정 앞 마루에 앉아 마음을 달랜다.
나도 그 자리에 앉아 잠시 내 마을을 고요 속에 맡긴다.
선의 정원.
용안사 쓰쿠바이.
오유지족이라는 네 글자의 공통 획인 입 구(口)를
물확의 물받이로 하였다.
오유지족(吾唯知足); 나는 오직 만족함을 알 뿐이다/ 부처
용안사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도시샤 대학. 20여 분 거리.
이곳에 특별한 두 분의 비가 있다.
정확한 위치를 사람들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교정을 한바퀴 돌다 보면 눈에 들어온다.
1917년 역사적 인물 두 사람이 태어난다.
한 사람은 젊은 시절 교사로 재직하다가 일본이 세운 만주국육군사관학교에 입학,
후일 일본군 장교가 된다.
해방을 맞자 귀국해 국군 장교로 변신했는데,
남로당에 가입한 것이 발각되면서 사형을 언도 받지만
남로당 조직을 밀고하고 가까스로 생명을 구한다.
마침 한국전이 일어나면서 국군 장교로 복직한 후 승진을 거듭하던 중,
1961년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하고 18년간 최고 권력을 잡고 있다가,
1979년 부하에 의해 피살된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박정희의 이력서다.
다른 한 사람은 시인 윤동주다.
도시샤 대학 재학 중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 하나로 잡혀 들어갔는데,
온갖 고문 속에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감된다.
그곳에서 일본의 생체 실험(소금물 주입)으로 생명을 앗겼다는 것이 정설이다.
윤동주 시비 옆에 또 한 사람의 비극적 시인인 정지용 시비도 있다.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언어로 우리나라 현대시의 전기를 마련했던 그도,
도시샤 대학 출신으로 문장 시 추천위원으로 청록파를 탄생시켰다.
해방 후 극우 세력으로부터 빨갱이라 비난을 받았던 그는
어떻게 임종을 맞았는지 정확한 것이 알려져 있지도 않다.
납북되어 가던 중 미군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
자진 월북했으나 감옥에 수용되어 있다가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
어떻게 임종을 했든 민족의 비극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아름다운 그의 시와는 달리.
그들의 비극적 삶이
그들의 아름다운 시로 인해 더욱 슬퍼지는 지금,
두 시비를 모두 볼 수 있는 벤치에 앉아 마음의 아픔을 달랜다.
그때 다가온 대학 직원들이 정지용 시비 앞에 와서 뭔가를 숙의하고 있다.
정지용 시비가 약간 변색되고 있어 그 처리를 논의하는 듯했다.
도시샤 대학에서 30여 분 또 걸어 도착한 교토 맛집 기쿄(kikyo) 스시.
트립어드바이저 평가, 교토의 스시 맛집 랭킹 1위다.
1시 20분 경 도착해 입구에 적힌 안내판을 보니 점심은 1시 30분까지다.
게다가 대기하고 있는 손님이 또 대여섯 명 있어서 포기한다.
실내가 상당히 좁아 문을 여는 11시경에 가지 않는 이상 먹기 힘들 듯하다.
그런데 식당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는데 불친절한 눈초리로 보던 주인 녀석,
다시 가 보고 싶지는 않다.
근처의 맛집들을 구글링해서 찾아낸 체인점 코코이찌방야, 카레라이스 전문 체인점이다.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일본의 카레라이스가 맛있다는 말은 들어 이 식당으로 결정했다.
변두리인데도 한글 안내판이 있는 것을 보니 체인점 본부에서 마련해 지점들로 내려보낸 듯 하다.
해물을 토핑하고 매운맛 3단계로 주문.
결론은 대만족,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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