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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비박산행

지리산 바래봉 비박산행 3일

 

 

2013.1.1(화)

 

 

 

 

 

 

 

 

2013년 새해 첫날이 밝았다.

작년에는 국망봉 정상 부근에서 맞이했는데 금년은 지리산 바래봉 정상 바로 밑이다.

새벽부터 친구는 일출을 보겠다며 부산을 떨지만,

나는 별 감흥이 없다.

그 해는 바로 어제의 해고 내일 또 뜰 것이다.

그래도 달력이 통째로 바뀌는 날이라 기분은 묘하다.

 

 

 일출 시각이 조금 지났을 때 텐트 문을 열어 보았다.

눈들이 우수수 침입을 하고 밖에는 눈발이 강하게 날리고 있었다.

찬 바람이 강하게 밀고 들어온다.

 

 

어젯밤에는 잠에서 세 번이나 깼었다.

그때마다 소리치면 친구가 응답했다. 친구도 잠이 오질 않는 모양이었다.

노동의 고단함이 없었던 탓인가?

아니면 어젯밤 늦게 올라온 몇 팀의 비박산행 팀들이 밤늦도록 떠들었던 탓인가?

언론이 부채질하면서 요즈음 야영 백패킹 비박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었다.

그 중에는 자연과의 교감보다는 동행인들과의 어울림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많다.

아프다.

 

 

 

 

 

 

 

 

 

 

 

새해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

라면에 누룽지 이것이 새해 첫날의 양식이었다.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니 휘날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그토록 화려했던 크리스마스 트리는 성탄 연휴가 끝난 것처럼 화려함을 뒤로하고 있었다.

 

 

 

 

 

 

 

 

 

 

2박 3일간 강추위와 싸웠던 텐트가 꽁꽁 얼었다.

철수를 할 때 그 꼿꼿함 때문에 접기가 무척 힘들었다.

 

 

 

 

 

 

 

 

 

 

사실 우리는 눈삽이 필요 없었다. 남들이 차렸다 방금 내려간 자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중에 올라온 비박산행 팀들이 내 삽을 빌려가 자리를 마련했다.

 

 

 

 

 

 

 

 

 

 

침략군들이 내 텐트 안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 아쉬움 속에 짐을 꾸린다.

 

 

 

 

 

 

 

 

 

 

비박지 철수, 오른쪽 구상나무 왼쪽 넓은 곳이 우리들의 비박지였다.

다시 한번 입주하고 싶은 곳.

 

 

 

 

 

 

 

 

 

 

 

 

 

 

 

 

 

 

 

 

 

 

 

 

 

 

 

 

 

 

 

 

 

 

 

 

 

 

 

 

 

 

 

 

 

 

 

 

 

 

 

 

 

 

 

 

 

 

 

 

 

 

 

 

 

 

 

 

 

 

 

 

 

 

 

 

 

 

 

 

 

 

 

 

 

 

 

 

 

 

 

 

 

 

 

 

 

 

 

 

 

 

 

 

 

 

 

 

 

 

 

 

 

 

 

 

 

 

 

 

 

 

 

 

 

 

 

 

 

짧은 3일 간 날씨가 다양하게 바뀌었다.

헌데 그보다 훨씬 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까.

새해 나의 삶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사람으로 순간을 산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이 짧은 삶 속에서 누구 누구를 사랑하고

미워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모든 사물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더우기 몸 하나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아직도 여기 이승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 속에서

이제 남은 시간은 도대체 얼마인가?

고즈넉이 사방에 깊이 모를 침묵이 있고,

그 안에서 참으로 외로운 자만이 외로움을 안다.

보아라, 허물처럼 추억만 두고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

 

 

양성우,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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