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14(목)
셀축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버스로 10시간이 넘는 거리로
불을 환하게 밝힌 휴게소에 몇 번 들리게 된다.
버스에 타면 어떤 회사이든 간단한 주전부리와 음료수를 주는데, 카밀코치에서 제공하는 것이 가장 나았다.
선잠을 자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버스가 배로 이동한다.
찬 공기가 상큼하다.
물론 배 안에는 여행자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았다.
여행자에게는 아름다운 일출이지만 그들에겐 고단한 삶의 하루를 시작하는 징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출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바다 위를 달려온 싱그러운 바람을 폐부 깊숙하게 마시며 해 뜨는 쪽을 바라본다.
바다 위를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동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에게 있어 새벽은 늘 가슴 설레게하는 것이다.
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 것인가.
한 번 와 보았던 이스탄불이지만 그래도 역시 가슴은 설렌다.
이제 터키 여행도 이틀이면 끝이 난다.
묘한 설레임과 진한 아쉬움이 교차했던 이날 새벽.
7시 30분 이스탄불 오토갈 도착
이스탄불의 오토갈은 상당히 넓다.
중앙에 상가가 있고 그 양쪽으로 버스 회사 사무실들이 포진해 있다.
여행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며 오늘 하루의 일정을 대략 잡아 보았다.
어제까지의 일정은 한국에서 그려왔지만,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완전히 자유 일정이다.
숙소에 가 보아야 체크 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숙소가 있는 술탄아흐메트 가는 길에 있는 '파노라마 1453박물관'과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들리기로 했다.
이젠 지도만 보고도 효율적으로 여행 동선을 잡을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섰다.
메트로로 제이틴부르노에 간 다음, 트램을 타고 가다 톱카프 역에서 내리면 된다.
9시 톱카프 역
저 건물이 1453박물관이다.
아래층에는 터키 역사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위층에는 파노라마 전시실이 있다.
1453년 봄, 격동의 순간이 다가온다.
어떤이는 피눈물을 흘렸고 어떤이는 환희의 시간을 갖는다.
14세기 개막과 함께 소아시아의 유목민들이 작은 나라를 만들었다.
차츰 세력을 확장한 그들은 조금씩 서쪽으로 그들의 영토를 넓혀가다가
1453년 4월, 당시 유럽 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곳 이스탄불까지 이르게 된다.
지휘자는 술탄 메흐메트 2세.
원래 이스탄불은 로마 제국 내의 무역 도시 비잔티움이었는데,
서기 330년 콘스탄티노플 황제가 수도로 삼으면서
비잔틴 제국 또는 동로마 제국이라 불리우는 나라를 건설한다.
그후 1153년간 이 제국은 유럽 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1453년 그들이 야만인으로 생각했던 또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던 이교도들에 의해 함락당하고 만다.
이 전쟁이 쉽게 끝난 것은 아니다.
엄처난 파괴력을 자랑하던 오스만 투르크 병사들도 이 도시를 함락하는데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쇠락한 콘스탄티노플엔 7천 명의 병사밖에 없었지만,
7만의 이슬람 병사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53일간 공격을 해야만 했다.
그토록 많은 병사가 적은 무리의 방어진을 뚫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3중으로 만들어진 성채였다.
반면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헝가리 기술자가 만들어 준 우르반 대포다.
8미터 길이에 300Kg이나 나가는 이 대포는
한 방을 쏘고 난 다음 포신을 식히고 알을 장전하는데 반나절이나 걸렸다고 한다.
5월 29일 마침내 콘스탄티노플은 함락된다.
술탄은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그날 하루 약탈을 허용한다.
남아 있던 로마인들은 도륙을 당하고 재물을 빼앗긴다.
전쟁은 언제나 비극이다.
이 지상에서 기독교와 가장 가까운 종교는 아이러니칼하게도 이슬람교다.
둘의 유사성이 상당하다.
그러나 종교가 지닌 폐쇄성이란 특성 때문에 결국 둘은 가장 앙숙적인 관계가 되고 만다.
유럽의 변방에 위치해 있으면서
유럽인들에게 다소 경멸을 당하고 있는 터키인들로서는
이러한 자신들의 역사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9시 25분 박물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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