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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터키

터키여행 13일(1), 셀축의 쉬린제 마을

 

 

 

2012.6.13(수)

 

 

 

 

 

빌라 드림스, 정말 전망 하나는 끝내주는 집이다. 셀축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이번 터키여행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다. 행운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 참고했던 야후 일기예보는 그렇지 않았는데.

 

 

 

 

 

 

 

 

 

 

 

 

 

 

 

 

 

 

 

풀장을 중심으로 빙 둘러있는 식탁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런데 아침 식사가 영 그게 아니다. 터키여행하면서 먹은 것 중 최악이다. 아침부터 김이 샌다.

어젯밤에 바베큐 파티니 뭐니 하면서 그 요란을 떨더니 주방사람들이 모두 나가 떨어진 모양이다.

식사 후 비치 체어에 잠시 누웠다가 체크 아웃을 위해 직원에게 갔다.

 

 

오늘도 직원은 일본 여자 여행객과 잡담을 하고 있었다. 어제부터 뭔가 말을 걸듯이 하던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_ 한국인인가?

_ 그렇다.

_ 내 이름은 스가사와 이츠코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렇게 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귀국 후 서로 이메일을 주고 받기로 약속했다.

직원에게 기념사진을 부탁하자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셔터를 눌렀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는(실제 나이는 물어보지 않았다),

직장 휴가를 얻어 왔는데, 오늘 하루 더 이곳에 머문다고 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 며칠이 지나지 않았을 때 그녀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리고 한 달 후, 그녀는 자신의 언니 게이코와 함께 서울을 찾았고 난 반나절 시간을 내어 가이드를 했다.

위 사진은 청계천에서 찍은 것.

 

 

자매가 서로 상당히 다른 취향을 갖고 있었다.

 언니는 주로 아시아 지역을 본인은 유럽 지역을 여행한다.

서울에서 만난 날 저녁식사로 한정식을 먹었는데,

언니는 홍어삼합이 맛있다고 즐거워했지만 이츠코는 먹다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낯선 여러 것들과의 만남이다.

새로운 자연과 문화를 만나기도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번 터키여행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다.

이스탄불 갈라타 다리 위에서, 앙카라 지하철 안에서, 사프란볼루의 언덕에서 그리고 또다른 곳에서

사람 냄새 풍기며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들들들.

귀국한 후,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몇 생겼는데,

그 가운데서도 이츠코는 이웃에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연락을 자주하는 편이다.

 

 

 

 

 

 

 

 

 

 

 

 

 

 

 

 

 

 

 

체크 아웃을 하고 오토갈로 갈 때 직원이 스쿠터로 태워줬다.

_ 우리 숙소 평점을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나?

_ 8점?

순간 앞에 앉아 운전하던 그가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그만 축구에서 통상적으로 매기는 점수가 튀어나왔다.

_ 아마 90점?

나는 즉시 수정을 하면서 이번엔 후하게 점수를 주었다.

_ 10점을 더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_ 아침 식사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실제 내 마음은 위치와 직원 태도 때문에 70점!

 

 

 

 

 

 

 

 

 

 

카밀 코치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늘밤 이스탄불 행 10시 30분 표를 갖고 있었는데 9시 15분 차로 바꾸었다.

역시나 친절한 친구들. 살갑게 대해 준다. 여기서 내 특기가 나왔다.

_ 너희들 친절하기로 한국에 소문났더라.

입이 함지박이 된 서 있는 저 직원, 차이 한 잔을 주며 내가 멘 배낭을 이따 탈 때 찾아가라며 내려준다.

터키여행에서 야간 이동을 하여야 할 경우,  보통 체크 아웃 시 숙소에 배낭을 맡겼다 저녁에 찾았지만,

여기서는 숙소가 너무 멀어 그냥 챙겨 나왔다.

 

 

 

 

 

 

 

 

 

 

쉬린제 마을로 가는 버스가 셀축 오토갈에 있다. 이렇게 버스 차창에 탑승 시각을 붙이고 다닌다.

생각보다 자주 다닌다.

한국에서 여행 준비를 할 때, 쉬린제 마을 버스표를 찾느라 시간 보낸 것을 생각하면 우습다.

 

 

 

 

 

 

 

 

11시 오토갈 출발

 

 

오토갈을 출발한 버스는 20여 분만에 쉬린제 마을에 도착한다.

 

 

 

 

 

 

 

 

 

 

원래 이곳은 그리스인들이 살던 마을인데, 1924년 인구 교환을 하면서

그리스에 살던 터키인들이 이주해 왔다.

 전통 가옥이 남아 있는 아담한 마을로 소문이 나 있고 종종 사프란볼루와 비교를 하는데,

여러 면에서 사프란볼루보다 훨씬 못한 곳이다.

 

 

 

 

 

 

 

 

 

 

 

 

 

 

 

 

 

 

 

사프란볼루는 전통마을이 있고, 그 안에 소박한 전통가게들이 있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상업화된 가게들이 중심에 있고 그 주위에 전통가옥들이 있는 인상을 준다.

사람들도 그곳에 비해 훨씬 상업적이다.

이미 이런 정보를 알고 갔기에 나는 가게들을 무시한 채 마을 주변만을 서성였다.

 

 

 

 

 

 

 

 

 

 

 

 

 

 

 

 

 

 

 

 

 

 

 

 

 

 

 

 

 

 

 

 

 

 

 

 

 

 

 

 

 

 

 

 

 

 

규모도 상당히 작아 골목골목을 누비며 보았자 한 시간이면 모두 끝낼 수 있다.

 

 

 

 

 

 

 

 

 

 

마을 한켠에 있던 자그마한 옛 교회당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로 내려서려던 순간, 입맛을 돋구는 사진이 내걸린 식당을 발견했다.

 

 

 

 

 

 

 

 

 

 

높은 지대에 위치했던 이 식당에서 골목길을 내려다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아들과 딸은 공부를 하고 있었고, 모친은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주방 앞에선 주인남자가 서성였고.......

손님은 나 하나, 아직 점심 시간으로선 이르다.

모친이 만들고 있는 것이 궁금해 다가가니.......

 

 

 

 

 

 

 

 

 

 

꽃밥이었다!

 

 

 

 

 

 

 

 

 

 

이 마을에서 나는 꽃을 이용해 만드는 향토음식이란다.

신기한 듯 쳐다 보고, 사진을 찍자 모친이 먹어보라며 두 개를 집어 주신다.

상상했던 그대로의 맛....... 호박잎에 쌈 싸 먹는 느낌.

 

 

 

 

 

 

 

 

 

 

자리에 돌아와 음식을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주인남자와 잡담으로 때웠다.

그러던 중 축구 이야기가 나왔고, 축구광인 그는 신이 나서 이 지역 클럽 팀을 소개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FC서울의 감독이었던 터키인 세놀 귀네슈 이야기를 꺼냈는데,

주인남자는 그가 현재 어느 팀을 맡고 있는지 알지 못해 버벅거렸다.

그 순간 또 한명의 축구광인 그녀의 중학생 딸이 끼어들었다.

 

 

아버지가 기념 사진 찍으라고 권하자 딸이 쪼르르 달려왔는데,

공부하던 손에 잡고 있던 볼펜으로 그만 내 등을 찍고 말았다.

잠시 후 정색을 하고 다시 사진을 찍었지만, 이 순간의 추억이 잘 남겨진 이 사진이 더 마음에 든다.

 

 

 

 

 

 

 

 

 

 

가족들과 한결 가까워진 사이가 되자,

주인 남자는 다음에 또 오라며 명함과 자필로 쓴 자신의 이름까지 적어준다.

그러나 어쩌나.

이런 황금 여행을 할 기회가 적은 걸.

 

 

 

 

 

 

 

 

 

 

주인남자는 자신의 식당이 일본 관광 잡지에도 나왔다면서 자랑을 한다.

 

 

 

 

 

 

 

 

 

 

이런 음식이 그리웠다. 30분 정도를 기다려서야 먹을 수 있었다.

음식 이름은 잊었지만, 가게 메뉴판에 사진이 있어 쉽게 고를 수 있었다.

식당을 나서며 모친에게 다가가 머리를 숙이면서 한국식 인사를 하니,

주인남자가 상당히 좋아한다.

그리고 식구들 모두가 식당 앞까지 나와 배웅을 한다.

 

 

 

 

 

 

 

 

 

 

이 마을은 포도주를 비롯해 과일주들이 유명하지만, 이런 종류의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냥 지나쳤다.

관광객에게 시음해 보라며 따라붙는다고 하는데 나에겐 그런 기회조차 주질 않았다.

이런 류의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굴에 쓰여 있었던 모양이다.

 

 

 

 

 

 

 

 

 

 

 

 

 

 

 

 

 

오후 1시 쉬린제 마을을 빠져 나오다

 

 

쉬린제 마을의 버스 정류장은 하나, 내린 곳 즉 마을 입구에서 다시 타고 시내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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