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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터키

터키여행 7일(6), 카파도키아의 로즈밸리 투어

 

 

 

2012.6.7(목)

 

 

 

 

 

 

 

오후 5시 40분, 로즈밸리 투어 시작

 

 

터키여행을 하고 왔다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던지는 첫 질문

_ 카파도키아에 갔다 왔어?

그만큼 이곳 카파도키아는 특이한 풍광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워낙 넓은 지역이라 투어 상품들이 여럿 있다.

여행 중심지 괴뢰메에서 좀 떨어진 곳을 도는 그린 투어, 괴뢰메 근처를 도는 레드 투어,

열기구를 타는 벌룬 투어를 삼대 투어로 볼 수 있다.

 

위 상품 가운데  레드 투어 코스는 렌트 차량을 이용해 오늘 돌았고,

벌룬 투어는 오늘 아침에 마쳤으며, 그린 투어는 내일 할 생각이다.

삼대 투어에 들지는 않지만 석양을 보며 트레킹을 하는 로즈밸리 투어도 있는데,

오늘 이제 내가 시작할 투어다.

 

터키여행을 준비할 때 원래 이 투어는 계획에 잡혀 있지 않았다.

괴뢰메 내에 선셋 포인트들이 많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현지에 가서 적당한 곳을 골라 가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료인 이 투어를 무료로 해준다는 말에 따라나섰다.

 

 

 

 

 

 

 

 

 

삼대 투어는 전문적인 여행사가 진행하지만,

로즈밸리 투어는 몇몇 숙소가 중심이 되어서 하고, 그 진행 방법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어떤 곳은 포도주를 제공하고, 또 어떤 곳은 감자를 구워 먹으며 별도 본다고 하는데,

내가 선택한 곳은 중간에 차이 한 잔 하고 석양을 보는 클래식한 투어.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선택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주최자는 내가 묵었던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이고,

이 호텔에서 벌룬 투어와 그린 투어를 신청할 경우, 15리라(약 1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할 이 투어를 무료로 해준다.

 

숙소를 출발한 미니 봉고 버스가 몇몇 곳에 들려 다른 숙소의 사람들을 태운 후,

로즈밸리 투어 출발점에서 내려 준다.

가이드와 함께 정해진 코스를 도는데, 중간중간 갈림길에는 화살표 표지가 있어 혼자 돌기에도 무리는 없다.

 

 

 

 

 

 

 

 

 

처음엔 이렇게 차도처럼 넓직한 길을 걷는다.

ATV를 이용해 코스를 도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_ 운이 좀 없네요

숙소를 출발할 때 스태프가 던진 말이다.

레드 밸리 투어의 가장 큰 목적은 환상적인 노을 풍경이다.

그런데 아침까지만해도 쨍쨍했던 날씨가 오후 들어서면서 흐려지더니 쌀쌀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곧 비가 내릴 것처럼 검은 구름이 잔뜩 하늘을 덮고 있었다.

카파도키아에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내게 너무나 섭섭한 날씨였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이 시각 이 순간 이 상황은 어떤 경우라도 되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냥 주어진 모습 그대로 즐기리라.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다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거주했던 사람들의 동굴집에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저 가이드.......

 

앙카라에서 카파도키아로 넘어오기 전, 숙소에 전화를 했다.

괴뢰메에 도착하는 즉시 벌룬 투어를 할 수 있는지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스태프가 for를 '포르'라고 발음했고, 그의 모든 영어 발음이 독일식이었다.

바로 저 친구다.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온 신경을 써서 들어야 했는데,

저 친구 '포르' 발음에 킥킥거리다 보면 설명이 끝났다.

 음식을 만들 때 생긴 그을림이 명확하게 남아 있다.

 

 

 

 

 

 

 

 

 

로즈밸리 투어를 하는 그룹들이 모두 같은 시각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 온 길을 살펴보아도 다른 팀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날씨가 워낙 안 좋아 투어에 참가한 팀들이 거의 없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아아.......노을

날씨가 상당히 쌀쌀해지며 곧 첫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7월인데도.

그래, 그래도 즐기자. 딱 이런 날씨에 이곳을 거니는 사람은 우리뿐이야1

 

 

 

 

 

 

 

 

저 끝에 우치히사르 성채가 보인다.

환상적인 노을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풍광을 즐기자!

 

 

 

 

 

 

 

 

 

 

 

 

 

 

 

 

 

 

 

 

 

 

 

 

 

3백만 년 전 에르지에스 산의 화산 폭발이 계기가 되어 지구별에서 보기 힘든 특이 지형을 형성한 카파도키아.

이 지역 토양에는 석회와 철분, 황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 성분 중 어느 것이 얼마만큼 더 많냐에 따라 바위의 색깔이 달라진다.

석회가 많으면 회색, 철분이 많으면 적색, 황이 많으면 노란색을 띠게 되고,

그 함유량 정도에 따라 그 색깔의 농도도 달라진다.

로즈밸리에는 특히 철분을 함유한 바위들이  많아 붉은 색을 띤 바위산들이 많다.

만일 노을과 어우러지게 될 경우, 그 바위산들은 유별나게 더 붉어진다.

그래도 오늘은......

 

 

 

 

 

 

 

 

 

마치 벽지를 붙여놓은 듯한 동굴집 내부.

갖은 핍박과 멸시를 피해 이곳 척박한 땅에서 어렵게 살았을 그들이었지만,

마음엔 여유가 있었다.

 

 

 

 

 

 

 

 

 

저것은 비둘기집이다.

사람들은 비둘기의 천적인 족제비로부터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저런 위치에 비둘기집을 지었다.

 

괴뢰메 어느곳을 가 보거나 비둘기집 없는 곳이 없다.

그들은 왜 그토록 비둘기 사육에 열중했을까?

첫째는 통신 수단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비둘기는 옛날부터 통신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권력으로부터 핍박을 받던 그들로서는 비둘기만큼 은밀한 통신 수단이 없었을 것이다.

둘째는 프레스코화와 관련이 있다.

그것은 벽 위에 석회를 바르고 천연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석회 속에 그림이 남게 하는 기법인데,

 석회 속에 비둘기알의 흰자를 섞어 넣어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셋째는 포도 재배와 연관이 있다.

비둘기똥은 포도밭의 좋은 비료가 되었다.

 

 

 

 

 

 

 

 

 

 

 

 

 

 

 

 

 

프레스코화의 화려함보다

나는 이런 수수한 흔적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만일 이것이 예수상이라면, 요즈음 우리가 보는 예수상보다 훨씬 낫다.

 

 

 

 

 

 

 

 

 

 

 

 

 

 

 

 

 

 

 

 

 

 

 

 

 

 

 

 

 

 

 

 

 

 

 

 

 

 

 

 

 

 

 

 

 

 

 

 

 

중간에 휴게소가 하나 있다.

잠깐 여기 앉아서 휴식, 물론 차값 역시 투어비에 포함된다.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기 보다 여기서 해가 지는 시각을 고려해 시간 조절을 한다.

이날 이 투어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국인 대여섯 명과 외국인 10여 명,

각자 자기들 나라 말로 국가별 회합을 갖는다.

 

 

 

 

 

 

 

 

 

아앗! 시간 조절을 하고 난 후 일어서는데.......

흐린 날씨 탓에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던 노을 풍경이 어렴풋 나타난다.

혹시...... 아니야, 저 정도 광경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

 

 

 

 

 

 

 

 

 

잠시 후 조그만 동굴교회로 들어갔다.

교회 구조를 잠깐 설명하더니 혹시 있을지 모를 노을 풍경을 보자며 가이드가 서두른다.

이때 교회 안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어 성화를 보려면 벽면 바로 앞까지 다가서서 보아야 했다.

맨 뒤에 서 있던 나는 무심코 위를 쳐다보았다.

아아.......그때 어쩌면 이번 터키여행에서 가장 황홀했던 장면과 마주쳤다.

동굴의 구멍(창문)을 통해 들어온 노을의 붉은 기운이

동굴교회 프레스코화 위에 내려앉았다. 신비스러움이 내 온몸을 감싼다.

순간 경주의 석굴암이 머리에 떠올랐다.

 

숨이 막혔다. 떨리는 손으로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에 동굴교회를 만든 사람들은 해의 각도를 계산해 의도적으로 구멍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일행들에게 이 모습을 알려주려 했지만 그들은 벌써 동굴을 빠져나가 보이질 않았다.

길을 잃을 염려 탓에 발목을 잡는 그 무엇을 뒤로 하고 나왔다.

그런데 왜 가이드는 이것을 투어 참가자들에게 보여 주지 않았을까?

그는 거의 매일 이곳에 오기 때문에 이 장면을 알고 있을 텐데.

지금도 의문이다.

 

 

 

 

 

 

 

 

 

밖으로 나오니 서쪽 하늘에 석양빛이 더욱 진해졌다.

그러나 역시 흐린 날씨가 문제였다.

그래도 내 마음은 풍성했다. 조금 전 그 장면으로 오늘의 모든 것을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철분 함량이 많은 바위산들은 점점 더 붉어지고 있었다.

 

 

 

 

 

 

 

 

 

 

 

 

 

 

 

 

 

어어 그게 아닌데?

나는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멋진 석양을 탐하기 시작했다.

 

 

 

 

 

 

 

 

 

선셋 포인트에 다다랐다.

투어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잽싸게 언덕 위로 올라가서 떨어지는 해를 찍기 바쁘다.

그러나 나는 조금 뒤떨어져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그 떨어지는 해보다 그의 축복을 받고 있는 것들에 더 관심이 갔다.

물론 떨어지는 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기이하고 웅대한 자연 속에 노을의 붉은색이 내려앉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감이 밀려왔다.

 

 

 

 

 

 

 

 

노을의 멋진 모습을 보며 황홀경에 빠져 있을 때,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랑비가 내릴 것에 대비해 겉옷을 가져오긴 했지만, 우산은 준비하지 않았다.

투어에 함께 참가했던 한국녀 두 분이 비를 피하라며 보자기를 준다.

보자기를 머리에 얹으며 뒤를 돌아다 보는 순간,

아앗!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았다.

이것으로 나의 로즈밸리 투어는 그 황홀경에 방점을 찍었다.

 

 

 

 

 

 

 

 

오후 9시 15분,  숙소 도착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다.

_ 고생 많으셨지요?

_ 아니 왜요?

_ 비도 오고 날씨도 흐리고 기온은 내려가고....... 어제는 노을이 멋있었다는데.......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본 풍경만으로도 터키여행에서 마주친 최고의 장면,

 아니 내 생애 가운데 오래오래 남을 노을 풍경을 마주했었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하천을 따라 이런 꼬마전등들이 줄을 이어 달려 있다.

중심가에서 볼 때 가장 끝에 있는 곳이 바로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 들어가는 길목이다.

 

 

 

 

 

 

 

 

오후 9시 40분, 저녁 식사

 

 

메이단 근처에 있는 식당 메르칸, 2층으로 되어 있고, 전망이 좋다.

음식 가격도 싼 편, 쾨프테+샐러드+물에 11리라.

 

 

 

 

 

 

 

 

 

식사 전에 나오는 공갈빵.

터키에서 음식을 시키면 이처럼 빵은 무료로 제공되는데,

대부분의 빵이 재활용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공갈빵은 즉석에서 만들어 주었고 맛도 무척 좋았다.

나올 때 주방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니 주방장 녀석의 입이 째진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 식당 바로 옆에 선술집이 하나 있다.

강렬한 사이키 음악이 흘러나오는 집인데 안을 들여다 보니 젊은 친구 둘이 손짓을 한다.

_ 헤이, 잡(일본인)

조금 전 메르칸 녀석도 일본인으로 착각하더니 이 녀석들 역시.......

한 녀석은 물담배를 피고 있고 다른 녀석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래, 이번 터키여행에서 물담배 한번 피워보기로 했지.

잠시 망설였으나 새벽부터 움직여 몸이 무척 피곤하다. 내일 오기로 마음먹고 그냥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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