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1(일)
슈퍼 주인에게서 3시 30분에 버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일찍 나왔다. 그러나 40분이 다
되었는데도 버스가 안 온다. 이상하다 싶어 정류장 안쪽을 살피니 12시 15분, 3시 15분에 출발하
는 버스 시간표가 있다. 확실히 하기 위해 시간표 밑에 적혀 있는 버스 기사 번호로 전화를 하니
일요일엔 아예 3시 차가 없단다. 결국 택시를 불러 예송리 해수욕장까지 갔다. 1만 7천원.
예송리 해수욕장은 보옥리와는 달리 까맣고 작은 검정 갯돌이 해변에 깔려 있다. 그리고 뒤에는
마을 주민들이 오래 전 해풍을 막기 위해 식수했다는 상록수들이 700여 m 띠를 형성하고 있다.
텐트를 세우기 전 상록림을 따라 마련된 탐방로를 걸어 보았다.
여기도 떨어진 동백꽃들이 널브러져 있다.
노화도와 이곳 보길도에는 전복 양식장이 많아
주민 대부분이 중산층이라고 한다.
어젯밤 바람을 생각하고 텐트를 단단히 묶었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한 밤이었다.
바다도 고요하고....... 피서철이 아닌 탓에 사람 소리도 없고.......
모든 것이 조용하다.
갯돌 사이사이로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만 있을 뿐.
예송리는 보옥리와 달리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박집도 훨씬 많고 가게들도 곳곳에 있다.
그러나 피서철이 아닌 탓에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지만.......
마을 길을 걷다가 분재가 몇 있는 집에 들어가 구경한 명자
전복 직판장에서 6만원 어치(손질비 5천원 포함)를 구입하다.
일식집에서 가끔씩 보조 음식으로 나오는 전복을 먹은 적은 있지만,
산지에서 전복을 양껏 처음 먹은 것은 작년 청산도에서였다.
그때 그맛을 잊을 수 없다.
이번 보길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 덤덤한 맛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전복에 소주로 저녁을 시작하고.......
예송리 해수욕장은 동쪽이고, 보옥리 공룡알 해변은 서쪽이다.
해 지는 시각이 되자 이 해변도 어정쩡하게 물이 든다.
윤선도와 이 해변과의 관계가 특별히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보길도에서 가장 큰 해변인 이 곳을 윤선도가 찾지 않았을 리 없다.
그도 이 해변가에 앉아 저녁놀이를 했으리!
백 패킹을 즐기는 주변 사람들 가운데,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추위가 물러가고 따스한 봄이 오면 산과 들로 나가겠다고.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봄에 나가기 더 힘들다.
황사 비 바람을 맞딱뜨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나가기 힘들다.
일기불순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가 간 이 2박 3일의 기간은 운이 좋았다.
고즈넉한 바다를 바라보는 가운데
온 세상이 깊은 침묵 속에 빠졌다.
주인인 파도와 갯돌이 노래하는 소리를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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