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25일(토)
불땅계곡 입구(2:15)_ 불땅계곡 갈림길(2:42)_ 도성고개(5:00)_ 비박지(5:45)
오랫만에 나홀로 비박산행에 나섰다. 산행지는 한북정맥의 도성고개_국망봉 구간이다. 다가오는
봄에 대한 설렘보다 떠나가는 겨울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 한 번이라도 겨울눈을 다시 밟고 싶어
집을 나섰다. 작년 초반까지만 해도 나홀로 비박산행이 많았는데, 그후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돌아다니다 오랫만에 나홀로 나섰다.
11시 58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일동행 버스에 몸을 실으니 도착한 시각은 12시 10분, 점심을 먹고
택시(1만원)를 불러 불땅계곡으로 향했다. 도성고개에 도달하려면 가평쪽 논남기에서, 또는 일동
의 불땅계곡에서 출발한다, 두 방향 모두 경험이 있는 탓에 마음 편히 올랐다. 그러나.......
이 근처에 오토 캠프장이 있다.
계곡 곳곳에 장마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작년 2월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모든 이정표가 민둥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어차피 민둥산으로 가려면 도성고개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큰 실수를 한다.
이정표 뒤에 노끈이 쳐져 있기는 했지만, 또렷한 길이 있고 산악회 리본도 있다.
내가 작년에 걸었던 길이 아닌 듯 싶었지만. 표지 리본도 있고 길도 또렷해 의심 없이 올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너무 가파르다. 작년에 걸었던 길도 가파르긴 했지만 넓직한 산행로였다.
되돌아 내려오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가파르다.
어느 정도 걷자 희미한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갔더니 막혔고, 돌아와 오른쪽으로 가니 역시 막혔다.
다시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오른쪽 희미한 길로 올랐다.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저 위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절벽인가? 칼날같은 암릉인가?
되돌아 내려가 불땅계곡 입구 강가에 텐트를 칠까도 생각했지만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저 팻말이 있다는 것은 예전에 누군가 지나갔다는 표시, 그렇다면 올라가 보자.
올라서니 놀랍게도 방공호가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람의 흔적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숲 사이에 텐트 한 동을 칠 수 있는 공간들이 여러 곳 있다.
원래 조심성 있는 성격이라 길을 잘못 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경우는?
작년에 처음 왔을 때 너무 또렷한 길이라 쉽게 오른 것을 기억하고 방심했다.
게다가 이렇게 한두 개씩 걸린 산악회 리본도 잘못 인도하는데 한몫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들도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
방공호가 있는 동산을 지나니 앞에 한북정맥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반갑기 보다는 고민이 더 커졌다.
깊이 내려갔다가 다시 치고 올라가야 한다.
갈 길이 있기나 한 것인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일단 내려가 보기로 했다.
만일 힘들면 방공호 옆에 텐트를 치기로 하고.
3,4분 내려갔을 때다.
오른쪽으로 길이 보인다! 정상적인 산행로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섰다.
정상적인 산행로는 내가 넘은 산을 왼쪽으로 끼고 오른쪽에 나 있다.
끼고 도는 그 산을 내가 그냥 치고 올라 넘은 것이다.
불땅계곡 갈림길 전,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박배낭을 메고 고개 돌리기가 불편한 탓에 그냥 앞에 난 길을 따라 걸었고.......
그 길은 잘못 들어선 사람들의 길일 것이다.
정상적인 산행로로 접어든 지 20여 분 후 도착한 도성고개.
앞쪽이 논남기에서 오르는 길로 차량도 다닐 수 있는 아주 편한 길.
한켠에 잣숲이 있고, 앞이 강씨봉을 거쳐 오뚜기령으로 가는 길이다.
민둥산으로 향하는 길
원래 계획은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이었다.
그러나 도성고개 오르기까지 너무 고생을 했고, 해넘이 시각도 다가왔다.
도성고개 잣숲에서 잘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럴 경우 내일 내내 잣숲에서 밍기적거리다 내려갈 듯 싶었다.
그래서 민둥산 방향 헬기장으로 향하다.
사실 잣숲에서 잘 이유가 또 있기는 했다.
해가 넘어갈 시각이 되자 갑자기 돌풍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에 능선에서 과연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바람과 함께 간간히 흩날리던 눈발,
그것이 발길을 내딛도록 유혹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텐트 위에 내려앉은 눈......그 풍광을 상상했다.
강씨봉
하룻밤 묵어 갈 곳
비박지에 오르니 넘어가는 해가 하늘만 물을 들인 것이 아니라
땅도 채색하였다.
왼쪽 삼각봉우리가 국망봉, 그리고 오른쪽 붉게 물든 것이 민둥산이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는다.
해는 그냥 평범하게 넘어가고 있다.
사진을 즐겨 찍던 시절에도 게으른 탓에 일출과 일몰 사진은 찍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비박산행을 즐기면서부터 그 사진들을 많이 찍게 되니 아이러니하다.
포천시의 야경.
가리왕산 비박산행에 이어 이번에도 최근 구입한 파나소닉 GX1을 들고 나갔다.
이왕 구입한 것, 기능을 제대로 써 보자 하여 다양하게 세팅하여 사용했는데,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자꾸만 실수를 했다.
기능이 워낙 많다 보니(뭐 다른 디카들도 그러하지만),
앞에서 세팅한 것으로 다른 환경의 다음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었다.
단지 조리개와 타임, 그리고 측광 방식만으로 모든 것을 조절하던 필카 시절이 그립다.
비박을 나오면 집에서보다 훨씬 일찍 잠이 드는 편이다.
오늘은 개고생을 했으니 더욱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잠이 오질 않는다.
포천시의 야경과 하늘에 걸린 별들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내니 12시가 다 되었다.
다른 때면 자장가가 되어 주던 노래들도 야경과 어우러져 잠을 내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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