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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살아가는 이야기

6.10 촛불 집회

 

 

 

 

 

5시 40분, 서울시청역 5번 출구에서 고교 동기 몇이 만났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서울광장에선 보수단체인 뉴라이트가 주최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국민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그리고 서울광장은 열린 광장이기 때문에 누구나 모일 수 있다. 따라서 뉴라이트의 집회도 정당하다.그러나 이미 촛불집회가 계속 여기서 열리고 있었고, 오늘 집회도 오래 전부터 예고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4시간 먼저 와서 자리를 선점했다.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가? 그게 그들의 한계다.

 

 

 

 

 뉴라이트 집회.한나라당이 전국에서 관광버스로 참가자들을 동원했다고 한다.대부분 노인들.뉴라이트를 옹호하는 조선일보가 7천명이라 보도한 집회.저 멀리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이거야 원.

 

 

 

 

시청 뒷골목에 가서 저녁을 일찍 먹고 다시 광장으로 나왔다.뉴라이트 집회가 끝나고, 5백여 명의 신자들이 구국기도회를 하고 있었다.박수를 치며 찬송가를 부른다.우리는 광장 앞으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아마 당국에선 청계천 소라광장을 집회 장소로 허락한 모양인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소라광장은 물론 태평로도 교통이 통제된 채 시민들로 흘러넘쳤다.

 

 

 

 

 

 

 

 

 

 최근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기독교 비판이 일고 있다.권력 핵심부에 교인들이 많은데다, 그들이 곧잘 국민들 염장이나 지르고, 일부 목회자들 또한 그들의 그러한 행동에 맞장구를 쳤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독교 자체를 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유난히 단체 깃발이 많았던 이 날, 내가 눈으로 직접 확인한 교회 깃발만도 다섯 개다. 교회 내에도 여러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의 가르침이지, 일부 목회자나 눈에 보이는 일부 신도들의 행동이 아니다. 기독교의 핵심인 예수의 가르침은 이 세상 어느 것보다 값지고 소중하다. 오늘 내가 광장으로 발걸음을 하게 된 것도 상당 부분 젊은 시절부터 따르려고 애썼던 예수님의 가르침 덕분이다.

 

 

 

 

 

 nhk가 일반 시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오늘 집회는 다음날 전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뉴욕타임즈는 '이명박 정권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회 깃발.대학 시절 저 깃발 아래 4년을 보냈다.

 

 

 

 

 

 

 

 

 

 

 ytn보도 차량.이날 와이티엔 노조에서는 새로 임명된 구본홍 사장이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국민들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었다.친구들과 이 차량 옆에서 상당 시간 있었는데, 와이티엔 기자들도 자신의 가족들과 나와 시위에 참석했다가 이 차량 앞에서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지난 정권 인사를 코드 인사라 비판했던 그들이 이제는 가족 인사를 하고 있다.

 

 

 

 

 

 

 

 

 

 

7시가 조금 넘으면서 집회가 시작되었다.거리에 사람이 차고 넘쳤다.안치환이 최근 자신이 만든 '유언'이란 노래를 부르고, 문소리가 자유 발언을 하고, 양희은이 '아침이슬'을 불렀다.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었고 열기는 뜨거웠다.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안치환, 유언

 

 

 

 

 

 

 

 

 

 

 

 

 

 

9시가 조금 넘으면서 집회가 끝나고 시가 행진으로 들어갔다. 목표는 청와대. 모두 손에손에 촛불을 들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6.10 민주항쟁의 상징인 이한열 영정과 이순신 동상.이순신 동상 앞에는 바리케이트로 컨테이너가 서 있었다. 그 안에 모래주머니를 넣고 밖에는 기름칠을 하여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했다.이 어처구니 없는 장면에 대해 네티즌들이 센스있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하여 '명박산성'. 청와대로 향하는 거리 행진을 효과적으로 막았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과의 소통을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상징물로 역사 속에 조롱거리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백악관 앞에서는 재미교포들이 한국의 촛불 집회를 지지하는 시위를 하여 대조적이다.

 

 

 

 

 

 

 

 

 

청계천과 종로를 거쳐 안국동에 다다랐다.안국동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도 컨테이너가 막고 서 있다.사람들은 길거리에 주저앉아 노래를 부르며 평화 시위를 주장했다.사람들은 길이 막히면 돌아갔고, 돌아갈 길이 없으면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토론을 하거나, 구호를 외치거나, 춤을 추며 시위 축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이 지루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다.

 

 

 

 

 

 

 

 

 

 

 나라가 이 지경 이 모양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방법은 간단하다.국민들의 소리를 들었어야 했다.그러나 그들은 계속 '배후세력''빨갱이''사탄'이라는 말로 이 사태를 호도했다.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게 만들었던 그 국민들도 빨갱이요 사탄이란 말인가? 게다가 대통령은 계속 거짓말을 했다. 청와대에서 만난 종교지도자들에게, 집회 참가자들 마음을 이해한다고  대통령이 말했다며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그러나 그 모임에 참가했던 한 종교 지도자는 대통령이 배후세력 운운하며 국민들의 소리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인상을 받았다고 고백했다.심지어 대통령은 촛불집회를 소나기에 비유하며 소나기는 잠시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게 문제의 원인이다.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아직도 국민의 소리보다는 자신의 소리에 충실하고 있다.

 

 

 

 

 

   

 

 

 

 

 

 

 

 

 

 

 

그 곳에서 머무르기를 40여 분. 이제 우리는 자리를 뜨기로 했다.저런 대치가 아마 새벽까지 이어지리라.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하기로 하고 돌아서는데 그 시각까지 시위대가 이어져 오고 있다.시위에 오늘 처음 참가했던 친구 하나는 무척 놀라는 표정이다.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보고 들은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이렇게 많은 군중이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것을 보며 '참으로 국민들이 착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그렇다. 이 군중들이 만일 폭력 시위를 했다면  오늘 서울은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꿈엔들 생각지도 못했다. 국가의 한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이런저런 의견을 낼 수는 있겠지만, 국가 정책 전반에 관해 불만을 갖고 이렇게 길거리에 나서는 날이 내 생애에 또다시 나타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결국 오늘 청와대 비서진 전부와 내각 전체에 대해 새로이 점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정부의 신뢰도는 끝모를 곳까지 떨어졌다.계속 꼼수로 일관한 대통령의 진심을 믿는 사람은 드물다.대통령 자신이 총체적으로 가치관을 바꾸고 정직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싸움은 상당 기간 오래 계속 될 것이고 그만큼 국민이나 국가나 상처를 입을 것이다.

 

 

바람이 눈을 몰아 창문에 부딪치니

찬 기운이 방으로 새어 들어와 잠들어 있는 매화를 건드린다

아무리 얼게 하려 한들 매화의 봄뜻을 빼앗을 수 있겠는가

                                                              ........... 안민영, '매화사' 중에서

 

 

 

 

 

촛불 든 당신 손이 아름답습니다......전경 차량에 내걸린 어느 전경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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