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P/살아가는 이야기

아버님 묘를 이장하다

 

5월 14일 수요일 새벽 5시 30분,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서 춘천으로 향했다. 33년 전 모셨던 아버님 묘를 이장하는 날이다.날씨가 약간 차거웠지만 하늘은 더없이 맑다.

 

 

 

 

 

 

 

 

 

 

 

 

 

 

 

경춘국도에 차량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 탓에 아침 식사를 하는 것도 잊고 춘천까지 내달렸다.시계를 보니 7시가 조금 넘었다.아침 식사를 하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결국은 굶게 되었다.8시부터 개장을 하는데 빨리 오라는 동생들의 전화가 빗발친다.형제들 부부가 모두 모여 개장을 시작했다.

 

 

 

 

 

 

 

 

춘천 가톨릭 묘역.아담한 곳에 자리잡고 계셨지만 아버님 묘가 수맥 가까이 있어 늘 마음이 편하지를 않았다.개장을 해 보니 역시 습기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또렷했다.이제서야 이장하는 불효가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른다.

 

 

 

 

 

 

 

 

춘천 화장터를 거쳐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 춘천 시립 묘역으로 갔다.재작년 새로 문을 연 곳이다.운치는 덜하지만 훨씬 더 따사로운 곳이다.이제 어머님과 함께 편히 주무시겠지.아버님의 묘를 개장했을 때 어머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어머님의 소원이었다. 결국 오늘에서야 두 분이 한 자리에 누우신다. 늘 마음에 지고 있던 큰 짐을 덜어놓는 듯 싶다.

 

 

 

 

 

 

 

 

 

 

 

 

 

 

 

 

 

 

 

 

아버님의 묘를 개장하며 삭지 않고 남아 있던 뼈 조각들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이상하리만치 담담했다.우리의 삶은 늘 죽음과 이웃하고 있다.매 순간 바둥거리며 살고 있지만 결국 우리의 삶도 봄날이 가듯 자연스럽게 지나가리라.

 

 

 

 

 

 

 

 

 

 

 

 

 

25097

 

'NP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10 촛불 집회  (0) 2008.06.12
[s5pro] 5.31 촛불 집회  (0) 2008.06.03
[s5pro] 복장리 드라이브  (0) 2008.05.18
[s5pro] 매봉(서울)  (0) 2008.04.09
굿바이, 핫셀블라드  (0) 2008.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