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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살아가는 이야기

이병용 사진전, 1비르의 훈장

 

며칠 전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사진가 이병용씨였다.5,6년 전인가? 사진전 때 만나고 그 후로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그 날 전화를 해 사진전을 연다고 했다.

 

 

 

아주 오래 전, 한때 흑백 사진에 미쳤던 적이 있다.이병용씨는 그 때 나의 스승이다. 약 6개월 간 흑백 사진에 관한 이론과 실기를 배웠다.일본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온 분으로 흑백 사진만을 고집했으며, 당시 독특한 피사체를 찍고 계셨다. 골목길......이게 주테마였다. 같은 고향 출신이기에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다.

 

 

 

오늘 인사동으로 나갔다. 장소는 토포 갤러리. 그는 현재 10년 계획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유엔군을 주제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이번 사진전은 그 프로젝트 가운데 첫 번째로 이디오피아. 그들은 참전 이후 고국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살림 터전도 하사 받는다. 그러나 74년 쿠테타로 국가 체제가 바뀌면서 생활 터전을 잃게 되고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훈장이 1비르(1천원 정도)에 거래되기도 한단다. 그게 이 사진전의 이름이다.

 

 

 

 

 

 

 

 

 

 

 

 

 

 

 

 

이들은 두 가지 비극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다. 국가의 욕망에 의해 일어난 전쟁, 그리고 소수 그룹의 욕망에 의해 일어난 쿠데타가 그것이다.사회의 가장 큰 가치는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에 있다. 국가의 그 어떤 정책이나 이념도 이것을 앞설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개인적 욕망에 사로잡힌 지도자를 잘못 만나 최소한의 인간적 삶마저 빼앗기고 있다.

 

 

 

 

 

 

 

 

갤러리 지하층에는 참전 용사나 그 가족 중심의 사진들이 있었고, 1층에는 이디오피아 일반 어린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어린이들 역시 잘못된 지도자에 의해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벌어지는 정치 현상들을 보며, 구역질난다고 얼굴을 돌리지만, 정치적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을 둘러보고 난 다음, 이병용씨와 이런저런 과거 일들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을 배우던 그 시절, 그 분 집에는 빼곡하게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집이 쌓여 있었다.당시 나는 인물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나중에 그 분과 함께 했던 시절을 되새길 때, 그 작품집들 속에 있던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날 때가 많았다.아마 이 사진 속 인물들도 오래 기억에 남으리라. 흑백 사진들 앞에서 행복했던 그 시절로 잠시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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