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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지리산 종주(3/4), 세석대피소_ 천왕봉

 

*산행일* 2007.10.14(일)

 

*산행코스* 세석대피소(6:00)_ 연하봉(7:35)_ 장터목대피소,휴식(7:55_8:20)_ 제석봉(8:42)_ 천왕봉(9:33_10:05)_ 천왕샘(10:19)_ 로타리대피소(11:11)_ 법계사입구(12:42)_ 중산리 지킴터(1:25)

 

*산행시간* 7시간 25분

 

 

잠에서 깼다.새벽 1시.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옆에서 4시 50분을 알리는 알람시계가 울린다.정작 주인은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내가 먼저 깼다.주위를 둘러보니 일행들이 모두 코를 골고 있다.그들을 깨운 후 서둘러 밖으로 나와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누룽지탕이다.휴대용 물휴지로 세수를 대신하고 6시 정각에 세석대피소를 떠났다.지리산 종주 둘째 날이다.

 

 

 

 

 

 

세석대피소에서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폭 2미터 정도로 잘 다듬어진 길이다.야생화와 철쭉이 군락을 이루는 목가적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운 길이다.때로는 꿩의 울음소리도 들린다는 이 길이 지금은 칠흑같은 어둠에 잠겨 있다.얼마 걷지 않아 촛대봉이 바로 나온다.바위들의 형상이 마치 촛똥이 흘러내린 것 같다하여 촛대봉.뜨는 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려 나와 있다.천왕봉 일출을 볼 시간이 안 되는 사람들은 여기서 일출 감상을 대신한다.붉은 해의 파장이 서서히 구름 속으로 번지고 있었다.산봉우리와 산봉우리를 넘나드는 구름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마냥 촛대봉 위에 서 있을 수가 없다.갈 길이 멀다.촛대봉에서 잠시 계단길을 내려서 연하봉으로 향한다.촛대봉에서 연하봉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특정 야생식물 보호 구역'으로 각종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고 그 향기가 코를 진동하게 만드는 곳이다.게다가 기암과 고목이 어우러져 있다.그러나 지금은 야생화 계절이 아니다.나는 두달 전 모습을 그리며 걸었다.그 때는 여름이었지만 기온이 낮은 탓에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아기자기한 이 암릉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지리산의 아침은 영화나 사진 속에서만 보던 그런 모습이다.이른바 '연하선경'.특히 연하봉 직전에 있는 높은 바위 지대에서 바라보는 아래 세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세석대피소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이 길이 지리산 종주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첫날 열세 시간 이상을 걸어온 나그네에게, 둘째날 지리산은 자신의 아름다운 속살을 보여준다.물론 이 아름다운 길만 골라 짧게 산행을 할 수도 있다.그러나 그러한 코스를 택한다면 열세 시간을 걸으며, 선경같은 이 길을 마음에 그리는 행복은 얻지 못할 것이다.

 

 

 

 

 

 

 

 

 

 

 

 

 

 

 

 

 

 

 장터목대피소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과수원길과 같은 정겨움이 있다.사람의 감정은 다같은 모양이다.우리 일행이 그런 말을 하며 걷고 있을 때, 뒤에서 대학생들이 과수원길 노래를 부르며 따라오고 있었다.

 

 

 

 장터목대피소.옛날 산청군 시천면 주민들과 함양군 미천면 주민들이 물물 교역을 하기 위해 장이 있던 곳이라 한다.그 옛날엔 상인들로 북적거렸겠지만 지금은 천왕봉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여기서 우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늘 아래 첫 우체통.그러나 옛날에는 이 곳이 하늘 아래 첫 장터였을 것이다.해발 1653이다.

 

 

 

장터목에서 제석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소 경사가 있는 돌밭길이다.넓은 고원지대에 고사목이 여기저기 서 있다.이 고사목들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화재에 의해 생긴 것이라 씁쓸하다.자유당 말기 농림부장관의 친척이 이 근처에 간이 제재소까지 세워놓고 불법적인 도벌을 했다고 한다.그런데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가 되자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한다.그래서 제석봉의 고사목은 아름답다기보다 처참하다.

 

 

 

 

 

 

 제석봉 1808.설악산 대청봉보다 높은 곳.

 

 

 

참을성이 많은 봉우리다 있는 듯 없는 듯
넓게 펑퍼짐하게 저를 받들고 있다.
아래로는 뼈다귀처럼 드러난 영혼들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솟아올라
내 발걸음 자꾸 멈춰서 돌아보게 한다
덕을 쌓고 넓히고 베풀어
스스로를 즐겁게 하고
무엇 하나 미워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잠잠하여 마르기만 할 뿐이다
힘겨워하는 산 사람들 등을 밀어
위로 위로 올려보내고
구름과 바람은 장터목으로 내려보낸다
제 몸을 스쳐가는 것들
저를 때려도
그냥 그대로 앉아 있음이여

                                                                                                ------이성부,제석봉

 

 

 

 

 

 

 천왕봉이 다가올 수록 산행길은 점점 더 긴장감이 감돈다.

 

 

 

 대부분의 산이 그러하듯 정상이 다가오면서 가파른 바윗길들이 나타난다.그리고 여기저기 고산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통천문.하늘로 오르는 문이다.

 

 

 

 

 

 

 ㅎㅎ 몸에 힘을 너무 주었는지 좀 과격해 보인다.

 

 

 

 저 구름 속의 산봉우리들도 이미 내 발 아래 세상에 있다.

 

 

 

 저 바위 위가 천왕봉 표지석이 있는 곳이다.열일곱 시간을 걸어 찾아 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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