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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지리산 종주(2/4), 벽소령대피소_세석대피소

*산행일* 2007.10.13(토)

 

*산행코스* 성삼재휴게소(3:50)_ 노고단언덕(4:40)_ 피아골삼거리(5:40)_ 임걸령(5:59)_ 노루목(6;41)_ 삼도봉(7:21)_ 화개재(7:40)_ 연하천대피소, 점심(10:15_11:00)_ 벽소령대피소(1:56)_ 선비샘(2:16)_ 칠선봉(3:28)_ 세석대피소(5:10)

 

*산행시간* 13시간 20분

 

 

벽소령대피소에서 백두대간 종주 중 지리산 코스로 온 대안학교 중학생들을 만났다.산이 주는 기쁨을 나는 왜 저 나이에 몰랐을까. 달콤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길로 나섰다.이제 선비샘과 칠선봉을 거쳐 오늘 저녁 머무를  세석대피소로 향한다.대피소를 떠나 선비샘으로 가는 길은 편안한 길이다.중간에 구벽소령을 지난다.

 

 

 

 

 

 선비샘.옛날 선비샘 아래 상덕평마을에 천대받던 노인이 살고 있었다.그 노인은 죽으면서 아들에게 죽어서만이라도 사람대접을 받고 싶다고 했다.그래서 아들은 이 샘 근처에 아버지 무덤을 만들었다.지리산을 지나던 사람들은 이 샘에서 물을 먹을 때, 무릎을 꿇어 그 노인 무덤에 절을 해야 했다.그러나 지금은 그 무덤이 사라지고 없다.이처럼 지리산은 곳곳에 삶과 관련된 일화들이 묻어 있다.설악산과 비교되는 점이다.

 

 

 

선비샘에서 목을 추겼으니 이제 세석대피소로 향한다.앞으로 5키로미터의 구간이 일반적으로 지리산종주길 가운데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하는 곳이다.이 곳까지 오느라 지쳤는데다가 올망졸망  곳곳에 우뚝 솟은 암봉들이 발걸음을 힘겹게 한다.그러나 그 바위들의 모습을 감상하고 탁 트인 골짜기들을 내려다보며 걸으면 그 힘겨움이 훨씬 덜하다.

 

 

 

 

 

 

 

 

 

 능선길 끝 뾰족한 봉우리가 지리산 정상 천왕봉이다.

 

 

 

 

 금년 단풍은 꽝이라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색깔을 내고 있었다.

 

 

 

 

 

 

 

 

 

 칠선봉.일곱 개의 아름다운 봉우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이 봉우리 사이로 안개가 넘실거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것을 볼 기회는 없을 듯하다.언제나 이 곳을 지나는 시각은 오후 늦은 시각이기 때문이다.설악산은 기암괴석의 전시장이지만 지리산은 그렇지 않다.그렇기에 이 지역은 지리산 종주자들에게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벌써 서쪽 하늘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산행이 늦은 것이 아닌데도 자꾸만 시계를 보게 된다.

 

 

 

 산행 내내 구름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칠선봉을 지나 영신봉에 섰다.눈앞에 드넓은 세석평전이 나타났다.열세 시간 가까이 걸어온 지친 나그네의 마음을 달래주는 시원한 경관과 마주 섰다.세석고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고 그 한가운데 대피소가 있고, 고원 끝에 내일 해 뜨는 모습을 보여 줄 촛대봉이 있고, 그 능선길을 따라 맨 끝에 우뚝 솟은 천왕봉이 보인다.바위 위에 올라 준비해 온 사과를 까 먹으며 콧노래를 부른다.

 

 

 

 세석평전.왼쪽 끝에 천왕봉이 보이고 오른쪽 경사면에 세석대피소의 지붕 흰색이 희미하게 보인다.이 곳에 신라 화랑의 수련장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5월말에서 6월초가 되면 이 곳에 수십만 그루의 철쭉이 핀다.요즈음은 지리산 철쭉의 대명사로 비래봉을 꼽는데, 비래봉의 철쭉은 인공적으러 형성한 것인데 비해 이 곳의 철쭉은 자연적인 것이다.세석철쭉 역시 지리산 10경 가운데 하나다.

 

 

 

 

 

 

 

 

 

 

 세석평전 또는 세석고원이라 불리우는 곳.그 주변 둘레가 12키로미터,약 30만평에 달하는 드넓은 고원지대다.이 목가적인 풍경의 한 가운데 세석대피소가 있다.일명 '남녘의 개마고원'.

 

 

 

 세석대피소로 들어가는 길.세석대피소는 지상 3개 층이 산행객용이고 지하는 직원용이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세석대피소에 들어갔다.안내 산악회 총무가 반긴다.모포 두 장과 함께 잠 잘 자리를 배정 받은 후,마당으로 나왔다.돼지고기와 김치로 저녁을 먹은 후, 다시 찌개를 끓여 술을 몇 잔씩 먹었다.마당 곳곳에는 산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지난 번과는 달리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비박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어젯밤 이 곳 지리산으로 오는 버스에서 사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지난번에 올 때는 그래도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잤는데 이번에는 한 잠도 자질 못했다.잠을 못자는 두려움이 또다른 두려움을 낳아 결국 한잠도 못 잔 것이다.다른 일행도 그랬다고 한다.술이 몇 잔 들어가자 피곤이 밀려왔다.산 중에서 이 멋진 밤에 이렇게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7시경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하자, 곧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다.잠자리로 들어가기 직전 이 밤을 아쉬워하며 별을 찍었다.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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