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1(토)
태기산으로 향한다.
몇 주째 산에 가지 못하다가 이번 주말엔 시간적 여유를 갖는다.
그런데 그게 16년 마지막 날과 17년 첫날이다.
아내 눈치를 보다 겨우 허락을 받고,
후배와 함께 차량을 이용해 양구두미재에서부터 걷는다.
후배는 먼저 차량을 몰고 숙영지로 향하고
나는 고개에서부터 걸었는데 그래 보았자 3,40분 거리다.
몇 년 전 신대리마을에서 출발하는 비박산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와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산행객은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숙영지까지 오는 가족 캠핑족이 줄을 잇는다.
물론 사륜구동이 아니고서는 통행이 불가능한 곳이다.
태기산은 풍력발전소가 있는 곳으로
곳곳에서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전기 밑 평평한 곳에 텐트를 쳤는데,
사실 상당히 위험한 곳이다.
대형 고드름이 낙하할 수가 있다.
끄응......또 실수를 한다.
텐트 폴을 갖고 오지 않았다.
결국 후배 차량에 있던 우나로 대체한다.
정상.
텐트를 설치한 후, 차량을 이용해 정상까지 가면서 풍광을 즐긴다.
눈밭에 빠진 차량을 구하기 위해 견인차가 서너 번 출동하는 모습을 본다.
좁은 길에서 피하려다 옆 구렁텅이로 빠진 차량들이다.
풍력발전소 사무소가 있는 근처에 잣나무숲이 있고,
텐트를 세울 공간도 많다.
전에 등산했을 때 보지 못했던 태기산 정상석이,
정상 약 2-300미터 아래 공터에 세워져 있다.
정상석 있는 곳에서 실제 정상까지는 긴 거리가 아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
사륜구동이라도 조심조심 올라갔고,
사방이 노출되어 바람 영향을 받아 눈들이 파릇파릇 살아 있다.
군부대가 있어 정상 바로 아래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진한의 태기왕은 신라에 패배한 후,
이 산에 자리를 트고 재기를 노렸다 한다.
그도 이 정상에 올라 아래 세상을 내려다 보았을 것이다.
몇 년 전 비박산행을 왔을 때 텐트를 쳤던 곳.
물론 오늘도 몇몇 텐트가 세워져 있었다.
날씨 변덕이 심해,
고개를 돌릴 때마다 풍광이 변했다.
가스가 자욱하다.
산속에서의 겨울밤은 일찍 찾아 온다.
후배가 준비해 온 수육이 오늘의 주요리다.
오늘은 겨울바람이 잔잔해 포근한 느낌으로 눈밭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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