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9(일)
상당히 잘 차려진 아침 식사, 부페식이다.
계란을 붙이던 이 친구, 한국어에 관심이 많다.
양파, 파, 계란 등을 가리키며 한국어로 무엇인지 확인하고 복창한다.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는 다음날 아침 식사 때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9시 15분 담마야지카 파야
어제 운전했던 코뎃이 자기 대신 운전할 새로운 친구를 데리고 왔다.
서른 살의 윌랴.
코뎃은 안정적인데 이 녀석은 좀 덜렁거린다.
종일 투어 25000짯.
미얀마 파고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사원의 역할을 했던 곳 그리고 사리나 유물 따위를 모셔두는 역할을 했던 곳.
그런데 이 곳은 두 역할을 모두 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파고다가 사각형 기단 위에 세워져 있고 출입문이 네 개인데,
이 파고다는 오각형 기단 위에 세워졌고 다섯 개의 출입문을 갖고 있다.
저 멀리서 지나가고 있었다.
뛰어가니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기다린다.
동행하던 두 사람은 자리를 비킨다.
- 원 포토 원 달러(그런데 음성을 들으니 여자였다!)
카메라를 거두니 씨익 웃으며 찍으란다.
조금 떨어져 비켜섰던 이들도 오라하니 멈칫거리며 다가온다.
달러 대신 홍삼 캔디가 모델료였다.
이름 모를 파야
알면 뭐하겠나.
그냥 즐긴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
무슨 파야인지 영어로 앞에 적혀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표지판 뒤에 있었다.
윌랴 이 녀석도 모르는 사실을 내가 알아냈다.
미얀마에 와서 찍은 첫 개인 사진.
사실 이번 여행에서 찍은 개인 사진은 몇 장 안 된다.
10시 25분 레미엣나 사원군
바간 후기 건축물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사원이다.
이 건축물을 중심으로 주변에 폐허가 된 여러 작은 파고다들을 함께 묶어 사원군(complex)이라 부른다.
내부에 아름다운 벽화들이 이어지고,
벽 주위에 수많은 보석과 금으로 치장된 것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흔적만 남았다.
10시 40분 민난뚜 마을
레미엣나 사원군 근처에 있는 전통 마을.
윌랴 이 녀석이 허락도 없이 이 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마을 가이드가 나타나 마을 이곳저곳을 안내한다.
아웅산 장군과 그의 딸 수지 여사.
이곳 미얀마에 와서 보니 두 사람에 대한 지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웅산 장군은 미얀마의 독립을 이끈 사람이었으나
불행하게도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암살당한다.
그리고 그의 딸 수지는
미얀마의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를 이끈 인물로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한다.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며 다녔는데,
서양인들은 호기심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네 눈엔 별다른 것이 없다.
나를 가이드한 아가씨.........는 아니고 두 아이의 엄마다.
몇몇 기념품 가게에 들리기도 했지만 구매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가이드비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끝나고 나서 1달러를 주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다녔는데
카메라만 들면 경직되곤 했다.
11시 30분 쉐지곤 파야
이 사원은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라타 왕이 따톤 정복 기념으로 세웠는데,
바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규모도 크고 아름답기도 하다.
건축 시 측량하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 만두피만하다.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하고 있오 물어 보니
저 조그만 물웅덩이에 사원 지붕이 비친단다.
배를 깔고 누워 겨우겨우 찍은 사진.......
12시 30분 점심
윌랴에게 점심으로 미얀마 정통식을 먹고 싶다 했더니
데려간 곳이 너무 허름하고 현지인들만 가득하다.
이 녀석 자기가 아는 집으로 데려가 바가지 씌우는 것이 아닌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통상 드라이버는 손님과 같이 앉아 식사하지 않는데,
이 녀석은 넉살 좋게 묻지도 않고 앉는다.
위 음식은 미얀마 전통 커리로,
밥 위 오른쪽에 있는 노란 것이 치킨 커리다
(커리는 여러 종류로 본인이 선택한다).
커리를 밥에 얹고 함께 나온 여러 반찬을 섞어 비빔밥으로 먹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하다.
후식으로 나온 삼총사.
다른 현지인들을 보니 수박과 오른쪽 팜 설탕만 주는데,
나는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왼쪽 것도 준다.
나중에 계산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둘이 합쳐서 6400짯.
물론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조금 비싸지만,
염려했던 바가지는 아니다.
그제서야 여주인의 친절한 웃음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의 이 쫀쫀함이여.......
사실 이번 미얀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
동남아인들 대부분 선량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미얀마인들의 선함은 가장 두드러진다.
가난할수록 마음은 풍요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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