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8(토)
양곤 윌리스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사람이 있었다.
혼자 여행 온 사람으로 어젯밤 버스로 나보다 먼저 이곳에 왔다.
함께 택시 투어를 하기로 약속해 전화를 했는데,
내 전화를 기다리다 다른 사람과 연결이 되어 지금 투어를 진행 중이란다.
나홀로 투어를 하기로 하고,
공항에서 만났던 Ko Thet에게 전화하니,
2만 짯을 요구한다.
그러나 약속한 시각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아 호텔에 문의하니
반나절 택시 투어비 2만 5천 짯을 요구한다.
5천 짯을 깎으려고 협상하고 있는 사이에,
그 녀석이 허겁지겁 나타났다.
늦은 대신 5천 짯을 깎아 1만 5천 짯에 하기로 한다.
모레 만달레이로 가야 하기 때문에 버스표 끊는 곳에 가자고 했더니,
코뎃이 여행사가 아닌 길거리 매표소로 데려간다.
저 소녀가 버스 회사 몇 곳에 전화하더니,
내가 원하는 시각의 버스표를 확정해 준다(9천 짯).
언어 소통이 잘 안 되어 글씨로 적어 주려는데,
가게의 볼펜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내가 몇 자루 갖고 간 모나미 볼펜 하나를 건네주었다.
입이 귀에 걸린다.
3시 나가욘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깊은 명상에 잠겼을 때,
나가(아주 큰 코브라)가 나타나 자신의 몸으로 부처를 감싸고
머리를 들어 비를 피하게 해 주었다는 설화가 있다.
본당의 큰 불상은 나가 위에 올려져 있고, 그 위로 나가의 머리들이 덮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원 자체로 보아서는 큰 임팩트가 없다.
바간의 유적들이 사실은 다 그러하다.
소소한 재미는 있지만 커다란 감동은 주지 못한다.
이곳에 도시국가가 최초 건설된 시기는 기원전 2세기,
불교 문화가 싹 트기 시작한 것은 11세기 중반,
그후 13세기 말 몽골에 의해 함락될 때까지 이들은 왕성하게 사원을 건설한다.
그런데 대부분 작은 사원으로(앙코르 왓이나 앙코르 톰에 비했을 때)
이 지역에 무려 5000여 개 정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다.
현재 확인 가능한 것은 2300여 개.
따라서 이 지역의 사원들은
개별적인 감상보다 거대한 사원군을 하나로 묶어 보아야 가슴에 남는다.
아베야다나 파토
이 사원 내부엔 바간의 사원 벽화 중 가장 보존이 잘 된 그림들이 여백 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부 사진 촬영 금지.
3시 40분 마누하 파야
공간을 생각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 수많은 부처들을 배치하여,
부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이 사원의 특징이다.
11세기 중엽 바간 왕조는 불교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마땅한 경전이 없어
따톤 왕국의 마누하 왕에게 경전 필사본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결국 두 나라는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데,
패전한 마누하 왕은 포로로 잡혀 와 감옥 생활을 하다 풀려나
이 지역에서 거주하게 되는데
그가 세운 사원이 바로 이것이다.
그가 불편했던 마음을 표현하고자
부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사원으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미얀마 사원의 특징 가운데 하나-
누구나 아무때라도사원의 종을 칠 수 있다.
4시 30분 거더팔린 파야
높이 55로 바간에서 둘째로 높은 사원이다.
나라파티시투 왕은 종종 자신이 바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라고 호언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시력을 잃자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치며 이 사원을 지었다 한다.
5시 쉐산도 파야
1057년 따톤 왕국을 물리친 아노라타 왕은
따톤 왕국에서 가져온 부처의 머리카락을 안치시킬 이 사원을 건설하면서
화려한 바간 왕국의 시작을 알린다.
'쉐산도'는 '황금의 부처 머리카락'이란 뜻이다.
거대한 외벽 계단을 타고 5층까지 오를 수 있는데,
그곳에 오르면 드넓은 바간 지역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은 선셋 시간,
수많은 파야에 흩어져 있던 관광객들이,
일몰을 즐기기 위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마 내가 가장 늦게까지 남아 아쉬움을 곱씹은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8시 30분 숙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숙소 내 식당을 이용해 저녁을 먹는다.
동남아의 스테이크는 정말 맛이 없다.
가져간 노트 북은 무용지물이었다.
사진 한 장 올리는데 5분이나 걸렸고 그것도 운이 좋아야 중간에 끊어지지 않았다.
'아시아 여행 > 미얀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얀마 여행 4일(2) 틸로민로 파야- 아난다 파야- 술라마니 구파야- 803파고다 (0) | 2015.12.22 |
---|---|
미얀마 여행 4일(1) 담마야지카 파야- 레미엣나 사원군- 민난뚜 마을- 쉐지곤 파야 (0) | 2015.12.21 |
미얀마 여행 3일(1) 양곤에서 바간으로 그리고 숙소 Hotel Yadanarbon Bagan (0) | 2015.12.17 |
미얀마 여행 2일(2) 차욱타지 파야- 쉐다곤 파야- 세꼬랑 (0) | 2015.12.15 |
미얀마 여행 2일(1) 술레파고다- 보족 아웅산 마켓- 양곤순환열차 (0) | 201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