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29(토)
눈을 뜨니 빗소리가 들린다.
텐트 위에서 일정한 리듬으로 노래하며 내 심장과 교류하는 그 빗소리에
나는 행복했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악토의 협소함이다.
삼계절 비 오는 날에 대비해, 또는 장기 배낭여행을 위해 얼마 전 준비한 악토.......
설치의 편리함, 완벽한 방수, 유용한 전실 등 이점들이 있지만
어쩐지 내 마음속에 그리던 그런 텐트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적막강산이다.
장기 거주자들도 모두 시내로 나가고 한 가족만 남아 있었다.
심호흡을 하며 야영장 주위를 산책한다.
휴양림 직원이 어제 내가 분실했던 가방을 들고 와 아내와 통화를 한다.
어제 윗세오름에서 내가 문자를 보냈는데, 아내가 나중에 답장을 하면서 주운 사람과 연락이 되었고,
그 사람이 오늘 아침 휴양림 사무실에 갖다 놓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사례비 5만 원을 아내가 송금하기로 하고.......
어제 내가 탔던 그 택시 기사가 주운 것은 아닌지 추측을 한다.
어떻든 돌아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번 여행을 위해 준비한 보조 배터리 볼츠 VO15600.
어제 식당에서 고깃국을 푸짐하게 주어 아침에도 고깃국을 끓여 먹는다.
한 잠 자고 점심은 스프로
오후에 제주로 올 친구들의 전화를 기다리며 산책에 나선다.
넓고 깊은 휴양림에서 나 혼자만이 걷고 있다.
텐트 안으로 들어와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는 축구 경기를 본다.
보조 배터리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고 켠다.
그런데.......포항 진짜 세네. 빠져나간 선수만 있고 보강된 선수도 없는데......
드디어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마음애 잔' 그리고 '킹'......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한다.
마치 위문공연을 오는 사람들 같다.
야영지에서는 후문이 더 가까워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다.
렌트한 차를 몰고 올 그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랑데부.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중문에 나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헤어졌다 내일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주시내로 함께 가 식사를 하고 그곳 호텔에 묵자고 한다. 텐트는 내팽개치고.
결국 비가 내리고 안개가 낀 한라산 기슭을 뚫고 제주로 향한다.
제주의 명물인 흑돼지로 유명한 늘봄식당.
국내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제주의 흑돼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렇듯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다.
눈이 커질만큼 맛 있다.
이러니 사람들이 맛집을 찾아다니지.
정말 맛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어느 국수집에서 먹은 아강발.
이 모든 과정은 비박 셰프 '킹'이 주도했는데, 거 참.......내 입맛에 모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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