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28(금)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컵라면을 사 들고 나와 중앙 데크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다행히 추운 날씨가 아니라서 별 어려움 없이 식사를 하는데,
까마귀들이 먹을거리를 찾아 떼를 지어 주위를 맴돈다.
2시 10분 대피소 출발
영실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대피소를 떠나면 오른쪽에 누운오름과 족은오름이 있고
뒤로는 한라산 남벽 앞에 붉은오름이 있다.
그래서 윗[세]오름이다.
선작지왓, 돌이 서 있는 밭이란 뜻이다.
봄에는 돌들 사이에 철쭉과 털진달래가 피고
여름에는 푸른 초원과 뭉게구름이 함께 놀고
가을이면 붉은 세상, 겨울이면 흰 세상이 되는 곳이다.
지금은? 어정쩡한 세상이다.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지역이다.
바로 앞에 노루샘이 있다
3m 정도 되어 보이는 저 붉은 기 달린 장대는 겨울에 적설 속에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오면 저 깃발조차 잠기는 경우가 있으니,
3년 전 그날 산행도 그러했다. 당시의 사진.......
선작지왓을 지나면 감성을 자극하는 또 한 곳을 만나게 된다.
마치 숲속의 정령이 살아 있을 것 같은 곳......적어도 내게는 그런 이미지가 있는 곳이다.
기이한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계단을 보니 3년 전 그때 일이 생각나 오싹했다.
눈이 너무 쌓여 계단과 계단 옆의 빈 공간의 구별이 사라져
잘못하면 벼랑 밑으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충 감으로, 때로는 가끔씩 보이는 깃발이나 줄을 보고,
엉금엉금 기어 내려왔던 그날의 무모함.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하늘이 묘하다.
오늘 밤 비가 온다고 했는데.......
기이한 숲지대를 벗어나면 이제는 기이한 바위지대와 광활한 아랫세상이 나타난다
왼쪽이 병풍바위
오른쪽 밑에 폭포가 보인다.
3시 50분 영실지킴터
동절기(3월 말까지)에 영실에서 중문으로 나가는 막차는 3시 50분에 있다.
그런데 그 버스, 영실지킴터 근처에서 타는 것이 아니라,
2,30분 더 걸어나가야 있는 주차장에서 타야 한다.
다시말해 막차를 놓쳤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영실지킴터 옆에 식당 겸 가게가 있었다.
그곳에서 라면과 꽁치통조림을 살 생각이었는데,
동네 슈퍼 분위기의 그 가게는 사라지고, 근처 사찰이 운영하는 격조 높은 마켓이 새로 들어서 있다.
라면? 없다. 통조림? 없다. 제길슨!
내일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데.......
택시를 타고 중문까지 나가서 장을 보고 들어올까도 생각했지만 포기하고,
포장 소고기국밥과 한라산 두 병을 사서 들고 나왔다.
이제 택시를 타고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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