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28(금)
영실휴게소 앞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를 잡아 탔다.
2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부르지만 버스 막차를 놓쳤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휴양림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타고 가는 동안 기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고,
이것이 나중에 커다란 기쁨으로 돌아온다.
데크 야영장은 예약제이며 예약 후 3일자 되는 날까지 입금해야 한다.
난 바로 3일 전에 예약했기 때문에 오늘 접수처에서 확인하며 비용을 지불한다.
(입장료 1천 원, 야영비 6천 원)
4시 30분 서귀포자연휴양림
인터넷 예약을 확인하고 접수하는데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쳐다본다.
오늘 밤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텐트를 짊어지고 온 내가 신기한가 보다.
휴양림 안의 길은 크게 세 종류다.
차로 휴양림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순환도로,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그러나 차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지한 건강산책로,
순환도로나 건강산책로에서 파생되어 있는 작은 산책로들이다.
야영장은 건강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그 끝에 있다.
상당히 넓고 숲이 잘 조성된 곳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날 내가 본 입장객은 대여섯 명에 지나지 않았다.
간간히 숲에 평상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휴양림 입장객들의 휴식을 위해 만든 것이고,
야영은 오로지 지정된 장소의 데크에서만 가능하다.
제 3야영장_ 편백나무숲.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2야영장도 있지만 실제 야영은 3야영장만 가능하다.
데크에는 이처럼 자리 번호표가 붙어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했을 때와 판단이 달라 예약한 곳이 아닌 다른 곳의 데크에 자리를 잡는다.
사무실에서 접수할 때, 오늘 야영객이 없으니 아무 자리나 잡으라는 언질도 있었다.
야영장에 도착하니 대형 텐트가 대여섯 동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은 예약을 할 때 이미 눈치를 챘다.
몇몇 데크는 지속적인 예약 불가로 표시되어 있어 장기 야영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짐작은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몇몇 사람이 힐끔거리며 쳐다 보는 것이
마치 은밀한 마을에 우연히 찾아온 이방인을 대하는 느낌이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밤 9시 경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곧 쏟아질 분위기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돕는다.
_ 아내가 몸이 아파 3년째 이곳에 있다. 직장도 옮겼다.
오늘밤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이곳에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 다 내려갔는데 당신은 신기하다._
이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텐트를 단단히 데크 위에 세운다.
텐트를 세울 때 이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예보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데.......
주변에 정찰을 나간다. 바로 옆에 식수터가 있고.......
현대식 화장실은 바로 옆에 붙어 있고.......
휴게소에서 사 온 고깃국으로 저녁을 먹고......
아내와 통화하려고 스마트 폰을 찾는데 없다없다없다!
시간을 되돌려본다.
윗세오름에서 사진을 찍어 아내에게 카톡으로 보낸 것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 후는 만진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해 집 전화 번호와 아내 전화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니
회사가 문을 여는 월요일까지 기다려야만 가족들과 통화가 가능하다.
그나저나 그 많은 전화 번호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피씨에 옮긴다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또 내일 제주로 날아 와 합류하겠다는 친구들과는 어떻게 연락할 것인가.......
착잡하다. 오늘밤을 위해 그리고 비가 하루 종일 오는 내일을 위해
소주 두 병을 사 왔는데 홀짝홀짝 다 마셔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인기척이 들리더니 불빛이 보인다.
_ *** 씨죠?
화들짝 놀란다. 휴양림 직원이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단다. 연락이 안 된다면서.
아니, 아내는 내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줄 알았지?
전화기를 주운 사람과 통화를 했나? 통화를 한다고 아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면 나를 이곳에 태워다 준 택시 기사가 주운 것은 아닌가?
그런데 스마트 폰은 왜 되돌려 주지 않는 거야?
이 정도까지 생각하고 빗소리 들으며 잠이 든다.
그나마 다행이다. 전화기를 찾을 확률이 높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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