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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비박산행

운탄고도 비박산행 1일

 

 

2012.12.22(토)

 

 

만항재(12:30)_ 혜선사 300(1:36)_ 임반 53/53(2:12)_ 마운틴콘도 9.3(3:30)_ 비박지(5:10)

 

 

 

 

 

 

 

 

운탄고도로 비박산행 길을 나섰다. 그러나 원래 계획했던 코스를 다 밟아 보지 못한 산행이 되고 만다.

어긋남은 출발할 때부터 벌어졌다.

긴 코스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나서려 했지만, 예약한 버스를 놓치고,

8시 30분 차를 이용해 신고한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때가 11시 30분.

부랴부랴 식사를 하고 택시를 이용해(1만 5천원) 출발점인 만항재에 도착하니 시계가 12시 30분을 가리킨다.

 

 

 

 

 

 

 

 

 

 

오늘 산행은 친구와 함께 둘이서.

정말 오랫만의 비박산행이다.

금년 연말엔 왜 이리도 경조사가 많은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주말만 되면 상큼한 바깥 바람이 그리웠지만, 몸은 도회지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다.

그리고 오랫만에 찾아온 달콤한 주말,

꿈에 그리던 운탄고도를 걷는다.

 

 

 

 

 

 

 

 

 

 

만항재에 도착했을 때, 그 입구에 피어 있는 눈꽃을 보니 날아갈 듯 싶은 심정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함백산으로 향한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편.

이번 겨울에 오늘과 같은 분위기에서 얼마나 더 걸어볼 수 있을까?

높낮이가 그리 큰 편이 아닌 코스이기 때문에 마음도 편하다.

 

 

 

 

 

 

 

 

 

 

 

 

 

 

 

 

 

 

 

 

 

 

 

 

 

 

 

임반은 국유림에 대한 일종의 지번으로 약 1km 거리를 두고 구획이 된다고 한다.

 

 

 

 

 

 

 

 

 

 

 

 

 

 

 

 

 

 

 

운탄길 또는 운탄고도를 찾는 이들이 많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이정표가 없다.

일단 만항재에서 혜선사 표지판을 따라 걸으면 된다.

 

 

 

 

 

 

 

 

 

 

 

 

 

 

 

 

 

 

 

 

 

 

 

 

 

 

 

 

 

 

 

 

 

 

 

 

 

여기서 길이 갈린다. 오른쪽에 있는 차단기를 넘어 걷는다.

 

 

 

 

 

 

 

 

 

 

 

 

 

 

 

 

 

 

 

혜선사까지는 눈이 치워져 있었지만 그후로는 다르다.

어느 정도 걸었을 때, 차량 흔적과 만나는데, 그곳까지는 동물 발자국만이 동행한다.

혜선사까지 이르는 동안 몇 분의 불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후로는 우리 둘만이 이 길고 긴 길을 외롭게 걷는다.

눈이 오고 난 다음날 산행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하늘은 흐렸지만, 포근했던 날씨.

그러나 저녁부터 추워진다고 했는데.......

 

 

 

 

 

 

 

 

 

 

오른쪽으론 백운산이 서 있고 왼쪽으론 낭떠러지다.

그 길이 그 길인 듯한 임도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 걷는 운탄길.

여름이나 가을에 걸었던 사람들은 태양빛 때문에 고생을 했다고 하는데,

겨울은 낭만 어린 설국의 도로다.

 

 

 

 

 

 

 

 

 

 

 

 

 

 

 

 

 

 

 

 

 

 

 

 

 

 

 

저 멀리에 혜선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앉아 있다.

 

 

 

 

 

 

 

 

 

 

머리를 들어 백운산 줄기를 보기도 하고

 

 

 

 

 

 

 

 

 

 

 

 

 

 

 

 

 

 

 

 

 

 

 

 

 

 

 

 

 

 

 

 

 

 

 

 

 

 

 

 

 

 

 

 

 

 

 

 

 

 

 

 

 

 

 

 

 

 

 

 

 

 

 

 

 

 

 

 

 

 

 

 

 

 

 

 

 

 

 

 

 

 

마운틴콘도 방향으로

 

 

 

 

 

 

 

 

 

 

지금까지는 평탄한 임도였으나 이곳부터 가파른 약 1km의 길을 오른다.

그러나 오른쪽으로 돌아 차도를 이용해도 된다.

 

 

 

 

 

 

 

 

 

 

 

 

 

 

 

 

 

 

 

서쪽 하늘에 서서히 노을이 물들고 있다.

오늘은 일년 중 해가 가장 짧다는 동지, 발걸음을 재촉한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

 

 

 

 

 

 

 

 

 

걷는 이 길이 한때 석탄과 관련이 있음을 증거해 주는 모습을 중간중간에서 볼 수 있다.

하얀 눈과 이 검은 빛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길을 걸으며 낭만을 찾고 있지만,

저 석탄을 손에 묻혔던 사람들은 한겨울에 추위와 싸우며 슬픈 삶을 살았을 것이다.

 

 

 

 

 

 

 

 

 

 

운탄고도.

만항재(1330)_ 화절령(960)_ 새비재(850)를 연결해 1000미터 높이의 길을

약 40km에 걸쳐 걷는 길이다.

 

 

옛날 이 지역에서 생산했던 석탄들이 이 길을 통해 운반이 되었다.

차와 말을 교역했던 중국의 차마고도에서 이름을 따와

이른바 운탄고도(運炭高道)라 불리운다.

백운산과 두위봉을 연결하는 둘레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이원스키장과 마운틴콘도를 연결하는 하늘길이 그 중간에 있기도 하다.

 

 

 

 

 

 

 

 

 

 

전나무 삼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산죽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무들과 눈만이 함께 한다.

조망이 트여 있는 길이지만 걷는 이 아무도 없으니 그 외로움이 더하다.

그래서 그 외로움의 크기만큼 걷는 자의 행복이 더 크다.

 

 

 

 

 

 

 

 

 

 

 

 

 

 

 

 

 

 

 

오늘 원래 계획은 화절령까지였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지면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화절령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텐트를 친다.

 

 

 

 

 

 

 

 

 

 

텐트를 서둘러 치고 언 몸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달랜다.

 

 

 

 

 

 

 

 

 

 

텐트 안 온도 영하 13도.

오늘 밤부터 강추위가 몰려올 것이란 긴급 메시지가 문자로 날아온다.

백운산 산등성이에서 강한 바람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나무들이 추위에 울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비박지는 전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꽁치찌개를 안주 삼아 친구와 술잔을 기울인다.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오늘 화절령까지 못 가기도 했지만, 내일 새벽 일찍 움직이기엔 날씨가 너무 춥다.

게다가 화절령 이후부터 눈 위에 길이 나져 있는지 확신이 안 선다.

내일 푹 자고 화절령에서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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