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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터키

터키여행 7일(1), 카파도키아 벌룬 투어

 

 

 

2012.6.7(목)

 

 

 

 

 

 

 

새벽 5시, 숙소 출발

 

 

오늘은 벌룬 투어(열기구 투어)를 하는 날이다. 터키여행에서 맞는 특별한 경험.

터키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벌룬 투어.

그래도 너무 비싼 가격에 망설였던 투어다.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 아니라, 준비해 간 휴대용 자명종 시계를 이용해 아침 일찍 기상해 대기!

카파도키아 괴뢰메에는 벌룬 투어를 하는 회사들이 여럿 있는데 내가 선택한 곳은 아나톨리아.

회사마다 조금씩 가격이 달라 100유로에서 160유로까지 한다.

숙소에서 예약을 할 때 차이점을 물으니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내가 선택한 아나톨리아는 110유로짜리 투어.

중심가에 나가면 벌룬 투어 회사들 간판이 보이는데 직접하면 좀 쌀라나?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타 보면 어떤 점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투어를 하면서 보니 모두 엇비슷하게 움직인다.

패키지하는 사람들은 보통 200유로까지 받는다고 한다.

투어 회사 버스가 숙소까지 오며 회사별로 출발 시각이 다 다르다.

 

 

 

 

 

 

 

5시 15분, 투어 이륙 장소 도착

 

 

 

 

 

 

 

 

 

 

투어 장소에 도착하니 열기구 작업이 한창이다.

터키여행을 유혹하는 광고에 종종 등장하는 그 벌룬이 내 눈 앞에서 하늘을 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켠엔 탁자가 놓여 있고, 간식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비스킷에 음료수 조금.

좀더 가까이 가서 찍으려 했지만 접근금지!

그런데 저 벤츠는 무엇인가? 아마 광고판인 듯. 대부분 자기 회사 이름을 적어 놓았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그 역사가 길다.

이 순간 광활한 들판을 달리기 전의 말처럼 벌룬이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달님도 벌룬 투어를 하려는 듯 아직 퇴근을 안 하셨다.

 

 

 

 

 

 

 

 

 

_ 내 이름은 산쵸. 스페인에서 왔고......&^%&^&*^^(*&^%%

이제 여러분은 터키여행에서 잊지못할 추억을 남길 것이다......*&^%&*^&&*&*

벌룬이 착지할 땐 몸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도록 자세를 낮추고...... 위의 손잡이를 붙잡고.........

자아 날아갈까 보나.

 

경쾌하게 리듬을 타는 산쵸의 스페인식 영어와 함께 두둥실 벌룬이 오른다.

하늘을 날아 오르고 싶은 인간의 꿈.

 

 

 

 

 

 

 

 

 

이날 이 회사 탑승객은 100여 명? 그런데 한국인은 나와 젊은 커플 한 쌍 셋 뿐이다.

한 바구니에 20여 명씩 담는데, 몇몇 숙소를 묶어 팀을 분류한다.

우리 셋은 숙소가 같아 한 바구니에 담겨졌다.

서양인들이 모두 탄 후 늦게 올랐는데, 나중에 보니 그것이 갑이었다.

바구니 코너에 서야 시야 확보가 잘 된다. 우리가 잡은 자리가 바로 그곳.

비좁기는 하지만 사진을 못 찍을 정도는 아니었다.

 

머리가 보이는 서양 할머니, 이분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잡쳤다.

빽빽히 사람이 들어 섰기 때문에 이리저리 움직일 때 몸이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나에게 부딪힐 땐 아무렇지도 않다가, 내가 부딪히면 짜증을 낸다.

해외 여행시, 가끔 느낄 수 있는 상황......자신들 기준만 옳고 동양인은 뭔가 낮다는 우월 의식.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가끔 보이는 인종 차별적인 서양인들의 행태.

처음엔 힘을 써가며 몸의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

에헤라 디여.

 

 

 

 

 

 

 

 

 

 

먼저 떠오르는 자, 먼저 내려앉으리라.

우리도 슬슬 이륙 준비. 그리고 오른쪽 밑에서 기아 광고판을 단 벌룬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민다.

벤츠야 한번 붙어보자.

 

 

 

 

 

 

 

 

 

 

 

 

 

 

 

 

새벽 5시 40분, 이륙

 

 

난다 난다 큰 풍선

 

 

 

 

 

 

 

 

 

해는 뜨고 우리는 날고

 

 

 

 

 

 

 

 

 

바위산 봉우리가 많나 풍선이 많나 내기해 보세

 

 

 

 

 

 

 

 

 

떠오르는 태양과 벌룬의 아름다운 색깔을 함께 찍고 싶었지만

해가 뜨는 쪽의 벌룬은 실루엣만 남기고

 

 

 

 

 

 

 

 

 

미묘한 바위산의 색깔 차이가 햇살을 받아 드러나고

 

 

 

 

 

 

 

 

 

 

 

 

 

 

 

 

 

 

 

 

 

 

 

 

 

광각 렌즈 탓에 어떤 것은 짱구가 되기도 하고

 

 

 

 

 

 

 

 

 

난다난다 큰 풍선

 

 

 

 

 

 

 

 

 

역시나 먼저 떠올랐던 자, 먼저 내려앉고

 

 

 

 

 

 

 

 

 

 

 

 

 

 

 

 

 

계곡 사이를 빠져나가기도 하고

 

 

 

 

 

 

 

 

 

태양을 등진 자도 있고

 

 

 

 

 

 

 

 

 

아래 세상도 아름답고

 

 

 

 

 

 

 

 

 

난다난다 큰 풍선

 

 

 

 

 

 

 

 

 

외로우니까 풍선이다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자도 있고

 

 

 

 

 

 

 

 

 

 

 

 

 

 

 

 

 

덤벼드는 자도 있고

 

 

 

 

 

 

 

 

 

우리를 쳐다보는 자도 있고

 

 

 

 

 

 

 

 

 

바위산과 동색인 자도 있고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바구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마치 커다란 선물 바구니에 담겨진 인간일 뿐이고.

 

 

 

 

 

 

 

 

 

고고한 자도 있고

 

 

 

 

 

 

 

 

 

상아와 같은 풍경도 있고

 

 

 

 

 

 

 

 

 

핑크빛 사랑도 있고

 

 

 

 

 

 

 

 

 

그랜드 캐년도 있고

 

 

 

 

 

 

 

 

 

때로는 바구니가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새벽 6시 40분, 착륙

 

 

우리가 지상에 내려앉을 시간이 되자, 지상팀들이 바쁘게 움직여 쫓아온다.

차량 뒤에 착륙지를 달고 왔는데, 웬일인지 그냥 맨땅 위에 앉았다. 커다란 위험 없이.

 

어떤 이는 터키여행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이 벌룬 투어를 꼽는다.

나중에 셀축에서 만난 일본 여자도 이 경험을 최고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80점 정도?

최고의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 하고 왔다면 그리웠을 투어.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느릿하기 때문에 놀이기구 타는 것의 짜릿함과는 전혀 상관없다.

비싼 투어는 시간도 좀더 길고 기술적으로 움직인다 하나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사실 110유로도 무척 비싼 편이다. 터키여행에서 이틀 정도의 비용이니까.

 

같은 풍경이 연출되어 후반부는 조금 지루한 편이다.

더 적은 가격에 3,40분 정도가 알맞은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변경될 일은 없겠지.

 

 

 

 

 

 

 

 

 

_ 자자, 이리들 모이세요

싸구려 샴페인을 준비해 놓고 탑승객들을 기다린다.

_ 자자 한 잔씩 하세요. 그리고.......

이들이 진짜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사진.  탑승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한켠에 전시해 놓고 있었다.

물론 유료. 기억을 해낼 수는 없지만 꽤 비싼 편이었다. 나는 그냥 무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돈벌이 방법은 비슷하다.

 

 

 

 

 

 

 

 

 

_ 자자, 여러분 즐거웠지요? 또 오시면 저희 아나톨리아를 찾아주세요.

괴뢰메가 그립긴 하지만 또다른 곳이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이런 점을 생각하면 벌룬 투어를 한 것에 후회는 없다.

 

 

 

 

 

 

 

 

 

터키여행을 하며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좋은 추억을 함께 나눈 사람들도 있었지만,

때로는 서운한 사람도 있었고, 때로는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사람도 있었다.

이날 만난 커플은 인상도 좋은데다 실제 행동도 명랑 쾌할하고 상대방 배려를 많이 했던 분들.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샴페인 잔 든 내 사진도 한 장 찰칵.

내가 터키여행하는 기간은 무척 더운 시기라 대부분 한여름 옷을 준비해 갔지만,

이 순간만을 위해 특별히 갖고 갔던 간절기 옷을 오늘 꺼내 입었다.

그나저나 옆의 서양녀, 나한테 관심 있었나? 그때 말을 걸지 그랬어.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를 것 없는 또 하나의 프로모션.

벌룬 투어를 무사히 했다는 일종의 증명서 수여! 무슨 대단한 자격증이나 되는 것처럼.

돈 벌기 위한 몸부림, 한국이나 이곳이나 똑같다.

이건 뭐 어린아이들 데려다 놓고 웅변 대회 미술 대회 상장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런데

우리 한국인 셋은 이름을 적기 힘들다며 성명란을 비운 채 주었다. 미리 영어로 써 주었는데도. 제길슨.

 증명서를 받아 내 손으로 직접 이름을 적어 넣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을 접다

 

 

 

 

 

 

 

 

 

투어를 하기 위해 탑승했던 차량을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굿바이 벌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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