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6(수)
새벽 1시 30분에 차를 탔으니 오르자마자 곯아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종점에 다다르자 나도 모르게 눈을 떴고 가벼운 설레임이 일었다.
이번 터키 여행에서 자연 경관만을 생각한다면 가장 하이라이트가 될 카파도키아 여행.
카파도키아는 아나톨리아 고원 중동부의 넓은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300만년 전 에르시예스 산(3916)이 격렬한 화산 폭발을 하고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화산재들이 잿빛 응회암을 만들고, 그 바위들이 풍화작용을 일으켜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하는 곳.
그리고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숨어 들어와 살면서
기이한 자연에 인간의 수고가 더해져 찾는 이들 모두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다.
성경에 나오는 갑바도기아가 바로 이곳인데
기독교 신자들에겐 초기 신도들의 꺼질줄 모르는 신앙심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토갈은 네브쉐히르에 있지만 여행의 중심지는 괴뢰메다.
오전 5시 35분, 카파도키아 오토갈 도착(네브쉐히르)
그가 나타났다. 세계적 명성의 그. 특히 한국인에게 짝퉁 장동건으로 알려진 유명한 그분.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나와 눈이 부딪혔다. 내게로 다가온다.
_ 괴뢰메까지 가나?
_ 그렇다.
_ 이 버스는 괴뢰메까지 안 간다. 돌무쉬를 타야 하니까 내려야 한다.
_ 그렇지 않다. 간다고 들었다.
_ 뭔 소린가? 확신하나?
_ 그렇다.
이후 몇 번 더 권유하더니 씨익 웃고 앞에 앉아 있던 일본인 부부에게로 간다. *&^%^&^^&&*(^&&^%.
그들과 서양인 여자 한 명이 따라내린다.
이때까지만 해도 현지인들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두 슬금슬금 내리더니 버스가 텅텅 비어진다. 운전수와 안내군은 보이지도 않고.
창 밖을 보니 세르비스가 와 있었다.
_ 도대체 안내군 녀석은 뭐 하는 거야?
다급하게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안내군이 짐칸에서 내 배낭을 꺼내 버스에 오르면서 저 버스를 타라고 한다.
괴뢰메로 가는 세르비스다.
앞에 나타났던 그분은 누구신가? 여행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곳 오토갈에서 락 타운이라는 여행 대행사를 운영하는 녀석이다.
여행객을 끌어내린 후(특히 영어에 미숙한 동양인들이 표적)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괴뢰메에서 있을 투어 상품을 판매한다.
그렇다고 여행객에게 결정적인 해를 끼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투어 상품을 살 경우, 문제 발생 시 이곳과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괴뢰메의 대부분 숙소가 투어 상품과 연계되어 있어,
이미 표를 끊고 갈 경우 주인 눈치 좀 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미 예약 숙소를 할 때 투어 상품에 대해 숙소 측과 조율한 상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 친구가 버스에 올라탈 때, 버스 기사나 안내군이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지인들은 그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듯, 끝까지 버스에 남아 있는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어쨌건 내가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언에 속아 돈을 지불하는 것은 기분 나쁜 일.
오전 6시 10분, 괴뢰메 메이단 도착
괴뢰메 메이단에 도착한 세르비스는 나만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현지인들은 아직 차에 모두 타고 있었다. 다음 행선지인 카이세르까지 가는 모양이다.
아마 이곳에 잠시 들리는 것이 귀찮아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터키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곳의 풍광 사진을 많이 보았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니 신기신기할 뿐이다.
메이단엔 투어 또는 버스 대행사들이 여럿 있다.
숙소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버스에서 내리면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 사무실을 찾으라 했다.
그러나 직원과 몇 마디 나누어 보니 직접 운영하는 곳은 아니고 밀어주는 곳.
전화를 거니 숙소에서 픽업 차량이 달려온다.
오전 6시 25분,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 도착
숙소인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에서 바라본 전망.
도착해 사무실 문을 두드리니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던 직원 하나가 눈을 부비며 문을 연다.
예약 현황판에 내 이름이 적혀 있지만, 아직 실무자가 출근하지 않은 상황.
배낭을 맡기고 주변 경관을 감상했다.
한국에서 이곳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땐, 오늘 새벽 도착하자마자 벌룬 투어를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앙카라에서 버스표를 끊고 이곳과 전화 통화해 보니 시간이 맞지를 않는다.
결국 내일 아침에 하기로 했다.
저 벌룬 투어는 해가 뜨기 전 시작해 일출을 감상하면서 끝을 맺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그때가 가장 구경하기 좋은 시간이라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내가 메이단에 내려 히로 투어 사무실에 갔을 때,
일본인 하나가 혹시 오늘 벌룬 투어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주인은 여기저기 전화를 걸더니 오케이.
나도 순간 오늘 투어로 바꿀까 하다 그냥 내일 투어로 미루었다.
아무래도 일출과 시간을 맞추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의 마크격인 야외 휴게실.
저 위의 소파에 누워 있으면 시원한 바람에 잠이 도둑놈처럼 찾아온다.
아침 식사를 하고 저곳에 누워 도둑잠 자는 서양인들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그들만큼 여행의 여유가 없는 나는 부러울 뿐이었다.
괴뢰메의 숙소들은 이처럼 응회암을 파 동굴 숙소로 만든 곳도 있고,
그냥 일반적인 숙소도 있다.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의 방은 오두 동굴 숙소다.
이곳 트레블러스 케이브 호텔은
높은 지대, 거의 마을 꼭대기에 위치해 있어 상당히 전망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는 시내 중심가에서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 20여 분 거리.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의 아침 식사는 뷔페식.
뭐 뷔페식이 다 그러하지만, 차린 것은 많고 먹을 것은 별로다.
인기 없는 몇몇 음식은 며칠 지난 것 같은 폼새다.
나는 이번 터키여행에서 숙박 예약을 할 때,
한국인이 즐겨 찾는 곳은 딱 두 곳만 선택했다.
이스탄불의 야카모즈 게스트하우스는 여행 첫날이라 당황할 수 있어서,
이곳 트래블러스 케이브 호텔은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다.
터키 여행 중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이곳 한국인 직원과 상의해야겠다는 점을 고려했는데,
실제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보통 동굴 숙소는 그 특징상 쾌쾌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모든 시설이 한국인 정서에 맞게 만들어 놓아 편하다.
한국인 스태프(다른 투숙인들이 진언니라고 불렀다)가 무척 친절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내 생각엔 좀 다르다. 그것이 상업적인 친절이라.
조금 어설퍼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 난 더 좋다.
오전 8시 20분, 아침 식사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열기구를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했다.
아마 내가 히로 투어에서 보았던 그 일본인이 탄 열기구인 모양이다.
아직 실무자인 한국인 직원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곳의 팁 하나_ 숙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아직 체크 인을 하지 않았지만 아침 식사를 무료로 할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날 즈음, 나타난 한국인 직원.
괴뢰메의 전반적인 안내와 내가 하게 될 투어에 대해 설명해 준다.
아직 내 방의 투숙자가 체크 아웃하지 않아 상황이라
짐을 맡기고 괴뢰메 야외 박물관에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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