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
산허리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
혹은 거칠게 , 혹은 맑게 ,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 부는 날이면 된다 .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
떠돌이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
들새가 가는 길 , 표범이 가는 길을 나는 가야겠다 .
껄껄대는 산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벼랑길을 다 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동이 트면서
저기 장미빛 노을이 손짓한다.
배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2009년 7월, 백두산에서
2009년 11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전망대에서
2011년 1월, 한라산 남벽분기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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