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내리는 폭설이다
바람마저 잠든 깊은 산속
자꾸만 쌓이는 눈의 무게를
이를 악물고 견디던 소나무 가지 하나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며
끝내, 자결한다
적막강산이 두 동강 나는 소리
나를 후려치는 죽비소리
솔잎처럼 퍼렇게 멍든
내 안에 깃들던 잔 시름들
화들짝, 산새처럼 놀라 깨어
일제히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2011년 1월, 한라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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