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1(토)
구대관령휴게소(9:35)_ kt송신중계소(9:52)_ 선자령, 휴식(10:54-11:15)_ 새봉(11:58)_ 원점(12:35)
선자령에 다녀왔다. 산에 처음 다니던 시절, 겨울 눈산행의 대표적인 코스를 가 본다 하며 떠나기 전
날 가슴 설레던 추억이 엊그제 같다.
코스는 간단하다. 영동고속국도가 뚫리기 전, 옛 국도의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해 315미터 정도의
고도를 완만히 올라가는 길이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새봉을 거쳐 가고 왼쪽
으로 가면 평탄한 길로 간다. 나는 오늘 왼쪽길로 올랐다 오른쪽길로 내려왔다.
선자령은 특별난 조망은 없지만, 풍부한 적설량과 강한 바람으로 겨울 산행객들을 유혹한다. 동쪽바
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서쪽 내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마주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눈구
경은 오늘 아쉽게도 못했으나 바람만은 무척 강했다. 한때 그 얼얼한 겨울바람이 좋다며 소백산과
덕유산을 들락날락거린 적이 있었는데, 오늘만큼 강한 바람은 여태껏 맞아 본 적이 없었다. 바람으
로 몇 걸음씩 밀려가는 것은 기본이었고, 정상 부근에선 바람이 뒷무릎을 쳐 주저앉기도 했다. 오늘
기온은 영하 2,3도라 했는데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를 훨씬 밑돌았을 것이다.
kt송신중계소 앞. 산악회 리본들이 강한 바람에 힘겨워 하며 쇠기둥에 매달려 있다.
힘겹기는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세월 동안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바람에 견딘 이 나무들이 대단하다.
선자령 코스 도중 강원도 바우길과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오르는 사람들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다. 풍속 4,5미터는 대충 감으로 느낌이 온다. 그러나 오늘 풍속은 제대로 감이 오지 않는다. 엄청난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마스크를 했는데도 입 근처가 얼얼하고, 하산을 할 때는 맞바람을 맞아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오늘 처음 브린제 고소내의를 입고 갔는데 상당히 만족한다. 좀더 착용해 보고 사용 후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할 생각이다.
일단 산행길에 나서면 바람때문에 엉덩이 한번 붙일 마땅한 곳도 없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이곳을 무작정 걸어 올라갈 뿐이다. 그 모진 겨울바람을 맞으면서도 이런 곳을 찾게 되는 욕망의 근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선자령은 백두대간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사방의 완만한 능선따라 쌓여 있는 눈들을 보는 것이 이 산행의 묘미다. 그러나 오늘은 아쉽게도 적설량이 기대에 못미친다.
새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릉지역. 바다가 보인다.
뒤돌아본 새봉 전망대.
왼쪽이 kt통신중계소이고 오른쪽 큰 것은 아마 군 통신시설인 듯하다.
구대관령휴게소에서.
이번 산행은 동네 라푸마 지점에서 주관한 것으로, 선자령을 걸은 후 자리를 경포대로 옮겨 식사를 했
다. 선자령에 눈이 별로 없어 서운하기는 했지만, 내 생애 가장 강한 겨울바람 맞은 것과 동해 겨울바
다 본 것으로 만족하련다.
경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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