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3(일)
통도사(6:00)_ 극락암(8:25)_ 백운암(10:06)_ 함백재,점심(11:33-12:00)_ 영축산(1:30)_신불재_
신불산(3:35)_ 간월재(4:40)
영남알프스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했지만,이런저런 이유로 차질이 생기면
서 결국 단독 산행이 되었습니다. 통도사에서 시작해 표충사에서 끝내는 산행으로, 6산(영축산 신
불산 간월산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 1봉(배내봉)을 오르내리는 코스입니다.
2일밤 11시 30분, 동서울을 출발해 새벽 4시 10분 언양에 도착, 아침 식사를 하고 통도사행 첫 버
스를 5시에 탔습니다. 5시 25분경 도착해 몇 가지 준비를 하고 통도사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6시.
일기예보에 따르면 9시 전까지 비가 오는 것은 확실하나 그 이후엔 30%의 확률이라고 했는데, 실
제는 6시부터 12시까지 비가 오락가락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피하고, 비가 그치면 걸었는데 다행
이었던 것은 비를 피할 곳이 도처에 있었고, 출발 시각에 비해 오늘 비박지가 그리 멀지 않다는 점
이었습니다.
통도사에 들어서면 극락암 가는 길이라 하여 왼쪽 차도를 지시하는 팻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하고 계곡과 통도사 사이의 길로 계속 가면 편안하면서 짧게
가는 길이 있다. 이날 통도사 스님이 가르쳐 준 길이다.
통도사 근처에는 금강송이 널려 있다.
극락암 직전, 비가 와 가건물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아침 산책을 나오셨던 통도사 스님이 주워 온 밤을 두
웅큼 건네 주신다. 산행 중 만난 몇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몇 개는 남겨 오다.
극락암
백운암에 오르는 너덜지대. 돌계단으로 되어 있다.
백운암
함백재. 언양에서 준비해 온 홍콩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다.
영축산
신불산으로 향하다. 영축산과 신불산 사이에 있는 신불평원. 아쉽게도 해님이 구름 속에 숨어 있어 은빛물결
의 장관을 구경 못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하다.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송수권,산문(山門)에 기대어
그러나 가끔씩 해님이 얼굴을 내밀어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시 숨었다. 삿대도 아니 달고 돗대도 없이 건넌다
는 신불의 은빛바다를 마음 속으로 그리며 걸어야만 했다.
신불재와 신불산. 신불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샘터와 매점이 있다.이
곳도 비박지로서 적절한 곳이다. 실제 다음날 산행 중 이곳에서 비박을 했다는 대
학생 한 팀을 만났다.
신불공룡릉
간월재. 오늘 내가 비박할 곳이다. 간월재까지는 차량이 진입을 한다. 그곳까지 차를 타고 와 신불평원을 걷
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왼쪽에 대피소와 화장실 건물이 보이고, 그 옆 도로에 차량들이 빼곡하다.
신불평원에 비해서는 적은 면적이지만 간월재 근처의 억새밭도 장관을 이룬다.
오늘의 비박지였던 간월재. 모두 6동의 텐트가 쳐졌다. 나와 다른 한 팀은 산행 중 텐트를 쳤고 나머지 팀들
은 간월재로 바로 올라와 텐트를 쳤다. 이날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텐트를 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저녁을
먹으려니 난감하다. 마침 한국의 산하에서 활동 중이신 울산의 푸른 청솔님 부부가 함께 하잔다. 그 덕분에
저녁을 짓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내가 들고 간 양주 한 병을 나누어 마시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
는데, 아침 6시부터 부산을 떤 몸이라 그러한지 힘없이 취해 쓰러져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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