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8.15(일)
[5시 20분]
요란하게 내리던 비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시계를 보니 5시 20분, 밤을 꼬박 새웠다. 몸을 뒤척이며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다. 잠을 자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잠이 멀리 도망갔다.
[6시]
다시 비가 내린다. 그러나 지난밤의 비가 아니다. 부드럽다. 자장가 삼아 자 보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헛수고다. 이제 잠은 포기한 상태다.
[7시 30분]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타프에서 기어나와 비박지 근처를 배회하다. 아쉽게도 안개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다. 그러나 어쩌랴. 훤하게 트였어도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마음을 지니지 못했으니.......선지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산책, 그리고 철수 준비.
어젯밤 무지 고생한 우리집 지붕
비박지 근처에 있던 초가집. 폐가가 아니라 세트장이란다.
[11시]
일행 가운데 일부는 배너미 고개에 주차한 차량을 이용해 그냥 귀가한다. 나머지 다섯은 비박 배낭을 메고 유명산 정상으로 향한다. 100리터에 가까운 배낭에 동행인들은 힘들어 하지만 50리터에 패킹한 나의 발걸음은 가볍다.
고랭지 채소밭. 안개가 잔뜩 끼어 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고산준령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원래 이 산의 이름이 마유산(馬遊山)이 아니었던가?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 들리고 어디선가 조랑말이 풀을 뜯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12시 15분]
유명산 정상에 서다. 정상 근처에 꽤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들어 점심을 먹는다. 우리는 정상 근처에서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키고 유명산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어제 내린 비로 계곡이 아닌 일반 산행로도 물바다를 이루다. 종착점까지 계속 너덜지대다.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귀 귀울이지 않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의 속삭임을 듣지 않는다면 상당히 지루할 수 있는 코스다.
[1시 25분]
계곡 옆 적당한 곳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다.
점심을 먹었던 곳
어제 내린 비로 유명산계곡의 물이 흘러 넘쳤다. 그렇지만 앉아서 쉴 곳은 적당한 곳이 몇 군데 없었다.
[3시 25분]
유명산 입구에 도착하다. 휴양림도 걸쳐 지나갔다. 우리가 묵었던 비박지에 비해 너무나 황량하다. 여기서 20여 분 더 걸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다. 청평으로 나가는 버스의 시간차가 두 시간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해서인지 버스 시간차가 너무 길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막걸리로 달래다 5시 20분 차를 타고, 청평역발 6시 39분 경춘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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