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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비박산행

방태산 아침가리골(조경동계곡) 비박 산행 2일

 

 

2010.8.5(목)

 

 

지금까지 비박을 다니며 내가 맨 먼저 일어나 두리번거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숲속에서 낭랑하게 퍼져오는 새소리와 한켠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일어났는데 후배녀석들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다. 다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10시. 짐을 정리했다.

 

 

오늘 아침 화두는 어젯밤 들었던 동물의 울음소리였다. 밤 11시경부터 들렸던 늑대 울음소리(?) 이야기로 아침을 맞이했는데, 먼저 잠이 들어 그 소리를 못 들은 후배 하나는 무척 억울한 표정이다. 그러나 그 울음소리의 정체는 실제 윗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개 소리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우리는 그만 이번 비박 때, 버너와 가스통을 차량에 놓고 와, 아침을 매점에서 먹어야 했는데, 매점에 있는 처자들이 그 울음소리의 정체를 설명해 주었다.

 

 

매점에서 농가의 털보를 만났다.

-몇 시간에 걸쳐 내려갈 생각이요?

-한 세 시간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지 마소.올 기회도 별로 없을 텐데, 걷다 쉬다 한 다섯 시간 놀면서 가슈.

원래 우리 계획이 그러했다. 걷다 쉬고, 걷다 놀고, 걷다 눕고, 걷다 멱감고....... 우리가 다리를 떠난 시각은 12시,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5시. 놀랍게도 딱 5시간이 걸렸다.

 

 

 

 

 

 

 

 

 후배들은 아직 늘어지게 자고 있다. 서울에 돌아온 후, 지난 밤이 금년 들어 가장 심한 열대야였음을 알았다.

 

 

 

 

 

 

 

 

 계곡에 들어가 아침 샤워를 하다. 물이 시원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내가 하나됨이 시원하다.

 

 

 

 

 

 

 

 

 우리가 비박지를 막 출발하려 할 때,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등장했다. 서울에서 단체로 출발할 경우, 방동 약수에 10시 30분이 조금 넘어 도착, 그리고 이곳까지 오면 12시, 점심을 먹고 계곡 트레킹을 시작한다. 이날 우리는 단체 등산객 두 팀과 개인적으로 온 몇 사람을 만나다.

 

 

 

 

 

 

 

 

 

 

 

 

 

 

 

 

 

 

 

 

 

 

 

 

 우리가 비박을 했던 곳에 쓰레기 몇이 눈에 띄였다. 그리고 트레킹을 하며 몇몇 곳에서도 사람의 흔적을 보았다. 가능한 치우면서 내려왔다. 첩첩산중이라던 이곳 아침가리골까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계곡 트레킹 딱 중간 지점에, 마치 사자와 같은 모습을 한 바위 옆으로 떨어지는 작은 폭포가 있다. 여기서 땀을 식히고 있는데, 단체 등산객들이 도착해 왁자지껄.

 

 

 

 

 

 

 

 

 남자 가운데 한 사람이 다이빙을 했다. 검은 옷을 입은 등산객이 지금 다이빙 중, 그러나 사진엔 바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나왔다. 몇 사람의 남자 등산객이 더 뛰어들었고.......

 

 

 

 

 

 

 

 

                       이에 질세라, 여자 등산객 하나도 뛰어 든다. 그 이후 후배들도 뛰었는데,

                       후배의 카메라로 찍어 주느라 내 카메라엔 기록이 없다.

 

 

 

 

 

 

 

 

 

 

 

 

 

 

 

 

 트레킹 도중 등산복을 입은 채 물에 텀벙한 것이 서너 번, 그래도 조금 지나면 자연 건조가 된다.

 

 

 

 

 

 

 

 

 

 

 

 

 

 

 

 

 

 

 

 

 

 

 

 

 

 

 

 

 

 

 

 

 아침가리골을 트레킹하려면 10회 이상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야 한다. 작년에 왔을 때, 어떤 물길은 허리까지 왔고 물힘도 셌다. 그래서 배낭 안의 물건들을 방수 주머니에 넣어 트레킹했는데, 과한 준비였다. 무릎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서울에 올라온 후, 금년 영동지방 가뭄이 40여 년만에 가장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가뭄에도 이 정도의 물이 흐르는 곳, 아침가리골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침가리골, 핸드폰이 전혀 터지지 않는다. 우리는 서울로 돌아오면서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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