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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길/산행

지리산, 성삼재_ 노고단_ 세석산장_ 천왕봉_ 중산리 (4_3)

 

*산행일* 2007.8.20(월)

 

*산행코스* 세석대피소(6:10)_ 촛대봉(6:30)_ 연하봉(7:34)_ 장터목대피소(7:50)_ 제석봉(8:45)_ 통천문(9:13)_ 천왕봉,휴식(9:40_10:30)_천왕샘(10:40)_ 로타리대피소(11:48)_ 망바위(12:32)_ 칼바위(1:32)_ 중산리통제소(2:00)

 

*산행시간* 7시간 50분

 

 

함께 한 산행 후배가 벌써 4시가 넘었다며 깨운다.서둘러 일어났다.배낭을 만지작거리고 있어야 할 산행객들이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들 있다.대피소 밑에 있는 샘터로 가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준비한 누룽지로 아침을 대신한다.이렇게 서둘렀건만 6시가 지난 시각에 대피소를 출발했다.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철쭉군락과 야생화밭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다.아침해를 받아 황금빛을 띠고 있는 목가적 분위기의 길을 따라 쉽게 촛대봉 위에 오른다. 

 

 

 

 

 촛농이 흘러내린 듯한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모여 있는 촛대봉

 

 

촛대봉 위에 올라서면 연하봉 제석봉 그리고 그 끝에 천왕봉이 떡 버티고 있다.뒤를 돌아다보면 내가 어제 지나온 길들이 용트림을 하고 있다.주능선 코스에서 볼 때,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를 발단이라고 한다면,노고단에서 세석까지가 전개이고, 이제부터 천왕봉까지가 절정이다.어제와는 사뭇 다른 절경이 펼쳐진다.덩달아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끝봉우리가 천왕봉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도중,연하봉 근처 높은 바위지대에서 멋진 하늘을 보았다.열 두세 시간 걸었던 어제의 피로를 한 순간에 날려보내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그 바람따라 흘러가는 아름다운 구름의 물결을 보았다.하늘을 날 듯하다.구름과 하늘 그리고 천왕봉만이 내 머리 위에 있고 모든 것이 내 발 아래 있다.가슴을 크게 열고 세상을 내려다본다.

 

 

 

 

 

 

  

 

촛대봉에서 연하봉에 이르는 길에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특히 금강제비꽃과 땃드릅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환경처가 지정한 '특정 야생식물 보호구역'이다.목가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늘이 가까운 탓인가.유난히 하늘이 푸르고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하다. 적절하게 나타나는 기암과 괴석 그리고 괴목들...가슴을 설레게 한다.게다가 넓게 펼쳐진 고산 식물들의 군락...늦게나마 나를 산에 빠져들게 했던 고산지대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어느 한적한 교외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가는 길과 같은 계단과 마주친다.장터목대피소로 들어가는 길이다.

 

 

장터목대피소로 내려가는 길 

 

 

 장터목대피소...경남 산청군 사천면 주민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모여 장을 이루었다 해서 장터

목이다.삶을 위해 그들은 이 높은 곳을 넘나들었다.그러나 지금은 천왕봉 일출을 꼭 보려는 사람들이 묵는 곳으로,종주하는 사람들이 천왕봉에 오르기 직전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이 날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나는 여기서 30여 분 쉬고 제석봉으로 출발했다.

 

 

제석봉으로 오르는 길은 황량하고 쓸쓸하다.여기저기 고사목이 힘겹게 서 있다.만일 그 고사목들이 천수를 다하고 그렇게 서 있다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이다.과거 이 근처의 숲은 하늘을 가릴 만큼 원시림이 우거진 곳이었단다.그러나 자유당 시절,농림부 장관의 친척이, 이 곳 근처에 간이 제재소를 짓고, 불법적인 도벌을 했다.그런데 이런 행위가 여론의 비난을 받자,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고,그 결과가 오늘의 모습으로 남은 것이다.그 사연을 알기 때문에 이 곳의 풍경은 슬프게 아름답다.

 

 

  

 

 

 

 

 

 

 그래도 그들은 힘겹게 팔을 벌려 이 곳을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다.

 

 

 

 

 

 

 

 

 

 

 

山으로 간다는것은
우리는 우리가 한때 나무였고
한때 물이였기 때문입니다.
 
山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풀과 바람과 돌과 함께
그 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山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그 곳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山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훗날 그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_ 하성목, 山으로 간다는 것은

 

 

 

 

                                                                                                  [이후 산행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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