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7.5.5 (토)
* 산행 코스 * 경북 상주 화북면 시어동 산행들머리(11:10)_ 문장대, 점심(12:50_ 1:50)_ 신선대(2:20)_ 삼거리 갈림길(3:10)_ 법주사(4:20)_ 법주사 공영 버스 주차장(5:00)
* 산행 시간 * 5시간 50분
서울에서 7시에 출발한 버스가 경북 상주 화북면 시어동에 도착한 시각은 11시.정확하게 3시간 30분이 걸렸다.서울을 떠날 때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어린이날이 낀 탓인지 서울을 빠져나오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그러나 영동 고속도로부터는 막힘이 없어 다행히 30여 분만 늦은 것 같다.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산행에 나섰다.
[시어동에서 바라본 속리산]
속리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법주사를 중심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그러나 오늘 우리는 경북 상주에서 충북 보은으로 넘어가는 산행이다.대절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힘든 산행이다.
속리산......세상과 담을 쌓은 산.그래서 그런지 예비 모습도 없이 처음부터 깊은 산의 향기를 뿜어낸다.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따갑게 때리고, 햇빝을 받은 나뭇잎은 눈을 시리게 하고, 발에 밟히는 돌부리는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여기저기 들리는 새소리는 가슴을 울린다.법주사 방면이 아닌 탓에 산행객이 적어 그 고요함과 깊음이 더하다.그러나 산행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탓인지 산 전체의 산행로를 완벽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이런 산을 걸을 때는 때로 정상적인 길을 벗어나야 산의 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는 길 옆의 넓직한 바위 위에 올라 내려다 보아야 한다.
[클릭하면 확대 사진]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40분...문장대에 섰다.먼저 매점이 눈에 들어온다.그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문장대 표지석이 있다.그리고 그 표지석 뒤에 실제적인 문장대가 있다.속리산의 정상은 1058의 천황봉이나, 속리산 하면 천황봉보다 1033의 문장대를 먼저 떠올릴만큼 유명한 곳이다.한창 절에는 문장대로 오르는 계단이 혼잡하지만 오늘은 비교적 한가롭다.문장대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네 방면 모두 절경을 뽐낸다.
[파란 지붕이 매점]
암봉에 암봉이 이어지며 그 수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서울을 떠날 때, 안개가 짙게 깔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염려했는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깊게 패여 수많은 골짜기를 이루고 그 골짜기로 맑은 물이 흐른다.예로부터 문장대에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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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대에 내려와 매점에서 식사를 했다.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탓에 매점에는 충분한 먹을거리들을 팔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서울에서 준비해온 점심을 먹었다.식사 후 천황봉으로 향하는데 좀 걱정이 앞섰다.워낙 느긋하게 식사를 한 탓에 하산 시각을 못 맞출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천황봉으로 향하는 길은 문장대 부근과는 확연히 구분될 만큼 만나는 사람들이 적었다.문장대만 보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리라.
[천황봉으로 가는 도중 되돌아 본 문장대]
산행들머리부터 수많은 산죽들이 반겨주었는데, 이런 모습은 산행 내내 계속 되었다.문장대에서 천황봉에 이르는 주능선 산행로 옆에 산죽들이 도열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장이 아니다.가슴께까지 오는 산죽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고 그 갈라진 틈을 나는 걷는다.
바르고 참된 도는
사람을 멀리 하지 않는데
사람은 그 도를 멀리 하려 들고,
산은 속과 떨어지지 않는데
속이 산과 떨어졌다.
신라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 산을 찾아 왔다가 지은 시다.이 시에서 '속이 산과 떨어졌다'(俗離山)의 귀절에서 이 산의 이름인 속리산이 탄생했다.그러나 나에게 있어 속리산은 '속세와 떨어진 산'이다.그렇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데도 산은 깊은 맛을 잃지 않고 고요히 가라앉아 있다.단지 몇 곳, 문장대,신선대,세심정에서 인간이 이 산의 향기를 막고 있는 듯하다.매점이 너무 요란하다.
문장대에서 천황봉으로 가는 도중 법주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몇 개 있다.이제 마지막 갈림길.천황봉까지 왕복 30여 분 거리다.여기서 정상까지의 산행은 포기해야 했다.약속한 하산 시각에 아무래도 맞추기가 힘들 것 같다.문장대에서 너무 오랫동안 쉬었고,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번 산행로를 벗어난 탓이다.속리산은 전체적으로 바위산이지만 천황봉은 육산이다.게다가 뛰어난 경관이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도 포기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산도 마찬가지다.싱그러운 햇살,새들의 노랫소리,계곡의 속삭임, 산죽들의 향연......변함없는 모습을 본다.
하산을 시작한 지 40여 분 지났나.세심정에 이르렀다.세심정 입구에 '절구터'가 있다.12,13세기 경 이 속리산에는 암자나 토굴이 300여 개가 넘었다 한다.숱한 고승,도인, 학자들이 찾아와 명상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나라의 고관들이 이 지역에 찾아와 그들에게서 지혜를 얻곤 했다 한다.그 탓에 이 곳에서 음식이나 곡차를 찧기 위해 사용된 곡류는 모두 국가에서 제공했다 한다.
법이 머무는 곳,법주사.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이 절에는 팔상전이나 쌍사자석등과 같은 널리 알려진 유물들이 많다.그러나 시간에 쫓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냥 스쳐 지나간다.
법주사를 지나고, 매표소를 지나, 소형 승용차 주차장을 거치고, 상가 지역을 통과한 후, 시외버스 터미날 옆에 공영 버스 주차장이 있다.법주사에서 무려 30분.산행보다 더 힘들다.
속리산을 벗어날 즈음, 정이품송을 본다.조선 세조가 법주사에 갈 때다.임금이 탄 연이 이 소나무 가지에 걸릴 듯 하자, 신하가 '연 걸린다' 소리치니 나무가 자신의 가지를 들어 임금이 갈 수 있도록 길을 텄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에게 정이품 벼슬이 내려졌다.마치 우산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그러나 이제 이 소나무도 600년 세월의 무게를 힘들어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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