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7.3.17(토)
* 산행 코스 * 월출산 주차장(12:10)_ 갈림길(12:26)_ 천황사지(12:28)_ 구름다리(1;08)_ 점심(1:30_ 2;10)_ 사자봉(2;30)_ 경포대삼거리(2;48)_ 통천문(3"00)_ 천황봉(3:05)_ 통천문 삼거리(3;24)_ 바람폭포(4;00)_ 바람계곡 삼거리(4;09)_ 천황교(4:25)_ 월출산 주차장(4;42)
* 산행 시간 * 4시간 32분
고대하고 고대하던 월출산 산행. 동네 산악회를 따라 나섰다.서울 대치동에서 7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월출산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12시.입구에 도착하기 직전,평지 위에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월출산의 위용이 우리를 압도한다. 너무 늦은 탓에 산행 계획이 변경되었다.원래는 바람재를 거쳐 경포대쪽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천황봉을 중심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기로 했다.서울로 올라갈 시간 탓이다.아무래도 서울에서 7기 전에는 출발했어야 했는데.......
월출산......우리나라 16개의 산악 국립공원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은 곳이다.그러나 산세의 웅장함은 그 어느 산에 못지 않다.산행 들머리는 이 산이 과연 바위산으로 그 이름을 떨치는 곳인지 모를 정도로 완만한 등산로다.산행로 좌우에 대나무들이 도열해 서서 산행객들을 맞이해 준다.
선운산 선운사보다야 못하겠지만 월출산도 동백꽃이 유명하다.산행로 입구 곳곳에 있는 동백꽃들이 이제 막 봉오리들을 피우려 하고 있다.앞으로 일주일이나 십여 일 지나면 붉게 물들 것 같다.동백꽃들을 보며 선운산을 그려본다.
처음 만나는 갈림길에서 구름다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바람폭포쪽으로 올라도 정상에 오르지만 구름다리 방면이 아무래도 경관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흔히 이 곳을 오르는 기점으로 삼는다. 우리는 하산을 바람폭포쪽으로 잡았다. 잠시 후 천황사 절터에 닿는다.천황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작은 사찰이다.그런데 이 사찰이 2001년 3월에 화재로 소실되었는데 현재 복원을 위해 공사 중이다.천황사는 유달리 화재사고가 많았다고 한다.하늘을 향해 활활 타오르는 돌 불꽃들이 천황사를 태우는 것이 아닐까. 그 절터 뒤로 월출산의 웅장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마치 인수봉 같은 느낌이다.
천황사지를 지나면서 길은 다소 거칠어지기 시작한다.바위산 본래의 산행길이 이어진다.산행객들이 월출산 바위를 보며 앞뒤에서 감탄을 한다.그러나 아직 감탄할 때가 아니다.더욱 장관을 이루는 모습은 잠시 후 만나게 될 구름다리부터 나올 테니까.
월출산의 암봉들은 화강암이 식어 굳을 때 수직과 수평으로 잘 조화를 이루며 그 모양새를 갖추었다.설악산의 바위들이 주로 날카롭게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반면 이 곳은 여러 형상들이 조화를 이루어 설악산보다 더 다양한 형상을 지닌 바위 덩어리들이 진열되어 있다.
구름다리에 섰다.120여 미터 낭떠러지 위에 걸려있는 길이 52미터의 다리.매봉 중턱과 475봉을 연결한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다리는 출렁다리였다.그래서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너며 오금이 저렸으나 지금은 흔들림이 없어 건너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구름다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월출산의 모습이 장관이다.여기서 바라보는 사자봉 천황봉의 모습이 월출산 제 1경이라 했든가.이 곳까지만 찾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보인다.다른 산에 비해 커다란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월출산은 마치 거대한 수석의 전시장과도 같다.두 개의 돌기둥 위에 올라선 고인돌과 같은 놈, 거대한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탄 놈, 하늘을 찌를듯이 삐쭉하니 날을 세운 놈, 거대한 암벽 밖으로 삐져나와 낮잠을 자고 있는 놈......
구름다리를 건너면 길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돌계단 철계단이 나타나고 길이 가파르다.그러나 위험하지는 않다.워낙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갈 길은 멀고 배는 고프다.적당한 곳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월출산 정상은 809다.그러나 들머리의 표고가 50 밖에 안된다.강원도 산은 대부분 800 이상에서 시작하니까, 강원도의 1500급 산에 버금가는 산행으로 보아야 한다.
사자봉을 지난 후, 깊이 내려갔다가 다시 치고 올라간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계단 철계단을 오르내린다.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들도 꽤나 된다. 이제 점점 천황봉이 다가온다.따스한 날씨였고 조금 먼 거리는 흐릿하게 보이는 그런 환경이었다.그래도 다행이다.황사라도 만났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월출산이지만 무슨 사진을 찍으리오.
날씨가 좋은 탓에 등산객들이 많았다.어떤 길은 좁은 외길이기 때문에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이런 산행이 짜증날 듯도 하지만 등산객보다 더 많은 월출산 바위 탓에 즐거운 마음을 지닌 채 산행할 수 있었다.누군가 월출산을 설악산에 견주어 이야기한 글을 본 적이 있다.설악산의 바위 지대만 따로 떼어 놓은 듯한 월출산.만일 다른 산에 있었더라면 신선봉이라 불리울 만한 봉우리가 즐비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산이 바로 월출산이다.
하늘로 통하는 문...통천문이다.이제 천황봉까지 150여 미터. 철계단을 올라 이 문을 통과해 오른쪽으로 가면 천황봉이다.이렇게 월출산 정상은 지상이 아닌 하늘에 있다.
마침내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에 섰다.거대한 암반지대로 수백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어느 곳을 보나 절경이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바위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암봉과 암봉이 어깨를 함께 해 줄지어 서 있다.천상에 온 기분이다.
[길게 늘어선 주능선길]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기 10여 분.이제는 하산이다.종주를 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무래도 울출산 종주를 하려면 무박 산행을 하던지 아니면 영암에서 하루를 자고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가을에 이런 산행을 하고 싶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그러나 원점회귀라도 온 길을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다행이다.통천문을 다시 지나온 후, 통천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든다.
[월출산은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오를 때는 오르고 내려가는 구간이 종종 나타났으나 하산할 때는 계속 내리막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내려온다.
대부분의 산행은 오를 때 또는 내려올 때, 둘 중 하나만 매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러나 월출산행은 다르다.눈길을 주는 곳마다 절경이기 때문에 오를 때나 내려올 때나 빼어난 풍광을 즐길 수가 있다.그리고 산행을 시작한 지 불과 몇 십 분만에 절경과 맞닥뜨리고, 하산 마지막까지 절경과 함께 걷는 것이 월출산행의 매력이다.
[저 멀리 오를 때 지나온 구름다리가 보인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둥근 달이 뜬다
_영암 아리랑 중에서-
몇 해 전 일이다.검단산 용마산을 혼자 종주하려다 그만 늦어 해가 진 적이 있다.헤드 랜턴을 준비하지 않아 쩔쩔매며 산을 내려왔다.그 날이 바로 보름이었는데 위엉청 검단산 바위 위에 걸친 달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바위 위에 고요히 흐르는 달빛도 너무나 아름다웠다.월출산의 숱한 바위 봉우리와 어우러진 둥근 달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영암읍 개암리의 보리밭도 멋진 풍광에 일조하고 있다]
앞을 보면 사자가 있고 뒤를 돌아다 보면 기린이 있다.몇 걸음 걷다 다시 돌아다보면 종이 매달려 있고 머리를 돌리면 병풍이 펼쳐져 있다.월출산은 동물원이고 만물상이다.
[바람폭포...무더운 여름엔 산행객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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