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7.3.10 (토)
* 산행 코스 * 산림문화휴양관 주차장 (11:10)_ 갈림길 (?)_ 3km지점 팻말(12:44)_ 주능선삼거리(1:15)_ 구룡덕봉(1:37)_ 점심(1:55_ 2:14)_ 갈림길(2:25)_주억봉(2:40)_ 갈림길((2:50)_ 깔딱고개 끝(3:40)_ 하산완료(4:30)
* 산행 시간 * 5시간 20분
날씨가 뒤숭숭하다.겨울답지 않게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요 며칠 사이 다시 추워졌다.서울에서 출발하기 전, 방태산 자연 휴양림에 전화하니 기왕에 내렸던 눈이 아직 녹지 않은데다가. 며칠 전 눈이 더 와서 충분히 눈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아마 이번 겨울 마지막 눈산행이 될 것 같은 생각을 한 채 서울을 출발했다.
현재 방태산은 5월 15일까지 산불 때문에 입산이 통제된 상태다.그러나 자연휴양림쪽 탐방로는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입산했다.산행 출발점은 매표소를 통과해 차량으로 10여 분 더 들어간 산림문화휴양관 주차장이었다.
방태산은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로 유명하다.게다가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찾는 이가 별로 없어 자연이 잘 보호되고 있는 지역이다.원시림이 빽빽하다.방태산의 '방'은 꽃다울 '방'이다.봄이면 야생화가 천국을 이루는 곳이다.그러나 겨울 심설 산행으로도 유명하다.바람이 거칠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두꺼운 얼음 밑에 봄은 오고 있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아마 20여 분 지났을 때다.갈림길이 나온다.왼쪽으로 가면 구룡덕봉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주억봉이다.방태산 주능선에 있는 두 봉우리다.우리는 왼쪽으로 꺾어져 구룡덕봉으로 향했다.그 곳에서 주억봉을 거쳐 다시 이 곳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주능선에 올라서기 직전 다소 가파른 산행로가 나왔다.매서운 바람도 아랑곳없이 땀방울이 머리를 적시고 온몸이 홍건히 젓는다.그런데 점점 바람이 심해진다.아뿔싸! 안면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았다.겨울 산행 때는 장비를 잘 챙겨야 하거늘.......아이젠이나 두꺼운 장갑 그리고 이어밴드는 갖고 왔지만 마스크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바람이 더 거세지고 눈발까지 날린다.금년 겨울 산행 중 가장 악천후 속에서 산행을 하게 되었다.꽃 피는 춘삼월이 아니라 눈보라 휘날리는 동삼월이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적설량이 상당했다.아차하는 순간 허벅지까지 잡아먹는 눈밭에 빠질 수가 있었다.스패츠를 갖고 오지 않은 탓에 조심조심 걷는다.게다가 오늘 산행하는 사람들이 우리 일행 밖에 없어 거의 길을 내며 걸어야 했다.일행 가운데 먼저 간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발자국 위에 금세 눈이 덮여 새 길을 걷는 기분이다.
주능선에 올라섰다.코끝을 할퀴는 바람이 더욱 매섭다.게다가 눈발까지 점점 거세지고 있다.스포츠 타올을 꺼내 얼굴을 가렸다.어느 정도 안면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모자도 제자리에 있지를 못한다.옷과 모자를 연결해 주는 도구가 오랫만에 제구실을 해 준다.
[구룡덕봉 정상...1338]
[구룡덕봉에서 바라본 걸어온 주능선길]
구룡덕봉에서 주억봉으로 가는 길 중간에서 점심을 먹었다.알맞은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나서의 일이다.눈과 바람 때문에 적절한 점심 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하는 수 없이 두 봉우리 사이 산행로에 서서 점심을 먹었다.앉을 만한 장소도 없었던 탓에.마치 러시아 전쟁터에 나선 나폴레옹의 병사처럼.
[주억봉 직전에 있는 삼거리.방태산의 실질적인 정상인 주억봉에 올랐다가 다시 이 곳으로 내려와 하산할 예정이다]
[주억봉 팻말...쓸쓸하다.이 곳에서의 조망이 빼어나거늘 오늘은 전혀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사방 둘러보아도 볼 것이 없었다]
원래 계획은 주억봉을 지나 '배달은석'까지 갔다올 예정이었다.그러나 쌓인 눈 때문에 전혀 길을 낼 수가 없었다.하산을 결정한다.삼거리로 다시 내려온 후 방동리 방향으로 하산한다.원점회귀다.방태산은 휴양림이 있는 탓에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만일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다면 오늘 같은 악천후 속에서 길을 잃기 딱 알맞은 산이다.
[삼거리에서 방동리 방면으로 하산했다.원점회귀다]
주억봉에서 하산하는 코스 2,30여 분 동안의 하산로는 상당히 경사가 심하다.아이젠도 소용없다.게다가 쌓인 눈도 많아 어렵게어렵게 내려왔다.하산 도중 오르는 몇 사람들을 만났다.힘겨워하며 오르고 있었다.
겨울 산행은 크게 둘로 나누어 '아름다운 눈꽃 감상'과 '매서운 바람과의 전쟁'이다.나는 전자보다는 후자를 더 즐기는 유형이다.그런 탓에 소백산을 좋아한다.그러나 이번 방태산 산행은 지난 번 소백산 산행 떼보다 더 소백산 산행다운 산행을 했다.장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탓에 조금은 고생을 했지만, 칼바람,눈보라 그리고 악천후 탓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산행을 했다.어쩌면 금년 겨울 산행 중 가장 추억에 남을 산행이었다.브라보! 방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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