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7.4.7(화)
* 산행 코스 * 해리마을(10:50)_ 청룡산(11:20)_ 배맨바위(11:33)_ 낙조대,간식(11:54_ 12:45)_ 갈림길(12:55)_ 용문굴(1:07)_ 마애석불(1:26)_ 선운사(2:45)_ 주차장(3:10)
* 산행 시간 * 4시간 20분
서울에서 7시 출발, 해리마을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40분경.큰길을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지금까지 선운산에 두 번 왔었는데 모두 선운사 주차장에서 시작했지 오늘처럼 선운산 뒤쪽에서부터 오르기는 처음이다.안내 산악회의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출발점과 도착점이 달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내가 잘 모르는 코스를 선택해 산을 오를 수 있다.
산행로 옆의 진달래들이 연붕홍 자태를 뽐내고 있다.완만한 산행로.10여 분 오르자 왼쪽으로 시야가 확보되면서 가슴을 트이게 한다.그리고 배맨바위가 또렷이 눈에 들어온다.바닷가에 매어 있는 배처럼 생겼다 하여 배맨바위.이 바위의 멋을 알려면 바다가 잘 보여야 하는데 이 날 안개가 많이 끼어 바다 구경을 할 수 없었다.
선운사 뒷마당의 동백은 아름답게 피었겠지.지난 주 선운산에 다녀왔던 사람이 벚꽃도 한창이라고 한다.아름답게 피었을 꽃들을 생각하는 내 발걸음이 가볍다.산행을 시작한지 30여 분 만에 힘들이지 않고 청룡산에 도착했다.왼쪽으로 선운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이제 저 길을 따라 갈 것이다.선운산은 300 정도의 봉우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산맥 같은 곳이다.
능선길이 무척 아름답고 편안하다.길 양쪽으로 진달래가 한창이고 아기자기한 숲길이 걷는 기쁨을 더해 준다.이거야 원, 오늘 산행은 너무 편한 것 같다.이제 특별히 힘들게 올라야 하는 곳도 없는 것 같다.즐거움 속에 걷다보니 금세 배맨바위 옆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철계단을 내려 낙조대에 섰다.선운산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다.두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 아름답다는 낙조대.산행로는 이 곳을 지나 계속 가게 되어 있다.그렇지만 오른쪽에 있는 천마봉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천마봉으로 가 사방을 둘러보니 가히 절경이다.
[천마봉에서 내려다 본 도솔암]
[왼쪽은 걸어온 길이고 오른쪽은 낙조대다.왼쪽 봉우리에 철계단이 보인다.]
[천마봉에서 본 온 길...저 멀리 배맨바위가 보인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었다.그리고 다시 낙조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능선길을 따라 정상까지 가고 싶건만 ,일행들의 발걸음이 너무 느리다.함께 서울서 내려온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어림없다.하는 수 없이 능선길 중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왔다.용문굴 표시가 되어 있는 길이다.
용문굴로 가기 전, 용문굴 바위 위로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뭔가 있을 듯 싶다.풀쩍 뛰어 올라보았다.기가 막힌 경치가 펼쳐졌다.우리 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경관이다.특별하다 싶었지만 사진으로 찍고 보니 내가 느낀 것 만큼 특별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바위에서 내려와 가던 길로 다시 접어든다.바로 용문굴이 나온다.대장금에 나왔던 장소란다.그러나 그 드라마를 본 일이 없으니 무슨 연고로 나왔는지를 모르겠다.단지 굴 안에 '장금이 모친 무덤'이란 팻말과 함께 조그만 돌무덤이 있는 것을 보고,나름대로 막연하게나마 추측할 수는 있었다.이 굴에 이무기가 살았다하여 전부터 유명했으나, 대장금 촬영 이후 그 이름을 세상에 크게 알렸다.
선운산... 5년 전인가.산맛을 처음 알고 난 후, 집 근처의 대모산에 오르락내리락거리며 연습을 하다 먼 길 산행으로 처음 갔던 곳이 강화도 마니산이고 다음 찾은 곳이 바로 이 산이다.그 때 얼마나 힘이 들고 어려웠던지.그 때의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오늘은 완전히 산책 코스다.
선운산...참 묘한 곳이다.산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눈에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이, 이 곳 저 곳에 널려 있다.호기심 반 포근함 반이다.
서울서 함께 온 사람들과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꽤 남았다.이왕 시간이 남은 것......이제는 가능한 많은 것을 즐기며 산행을 하기로 했다.어슬렁어슬렁거리며 신기한 것들을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카메라 셔터도 편안하게 눌렀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마애석불 옆을 지난다.도솔암이 있는 곳이다.그 앞에는 도솔계곡이 흐른다.원래 이 산의 이름도 도솔산이었다고 한다.그러나 나중에 선운사가 유명해지면서 선운산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도솔이란, 미륵불이 살고 있는 '도솔천궁'을 의미한다.그리고 '선운'이란 구름 속에서의 '참선'을 의미한다.어찌되었든 산 전체에 짙은 불교의 냄새가 흐른다.산세도 그 이름에 맞게 범상치 않은 느낌을 준다.
선운사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갈래다. 계곡을 끼고, 한 쪽은 넓직한 차도고 다른 한 쪽은 산책로다.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내려갔다.뭔가 모르게 우리가 승려가 된 느낌이다.그렇다.선운산은 그런 향기가 있다.잠시 후 차밭도 지난다.
선운사......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란다.그 후 고려,조선을 거치면서 몇 차례 중주하였으나 정유재란 때 본당만 제외하고 모두 소실되었다 한다.한때 89 암자에 189 채의 건물, 24 개의 수행처 그리고 3000여 승려가 있었다 하니 이 사찰이 얼마나 컸던지를 알 수 있다.그러나 우리 같은 중생들에게는 이 사찰의 대웅전 뒤에 있는 동백에 더 관심이 간다.
선운사 대웅전 뒤뜰 5천여평에, 나이가 5,6백년이나 된 동백꽃 3000여 그루가 있다.막 피기 시작한 꽃.한창인 꽃,피었다 시들은 꽃이 지천에 널렸다.이 꽃들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빽빽하다.모두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쁘다.
흔히들 동백꽃은 서럽다고 한다.왜 서러운가? 나른대로 동백꽃을 서러움의 대상으로 해석하겠지......내게도 동백은 서러움이다.숲을 못 보고 나무만을 보느 사람들 때문에.......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이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_ 서정주, 선운사 동구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다.동백꽇에 마냥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서울에서 함께 온 사람들이 모두 모일 시간이다.발걸음을 옮긴다.주차장으로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답고 향기로운 풍경이 끝까지 내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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