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6.12.09 (토)
* 산행 코스 * 유일사 매표소(1:30)_ 유일사 갈림길(1:42)_ 유일사 쉼터(2:33)_ 주목지대 입구, 점심(3:15_ 4:00)_ 망경사 갈림길(4:06)_ 장군봉(4:25)_ 천제단(4:35)_ 단종비각(4:45)_ 망경사(4:50)_ 반재(5:25)_ 반재 밑(5:36)_ 당골 매표소(6;12)
* 산행 시간 * 4시간 42분
드디어 태백산이다.어젯밤에 태백산에 내린 눈이 상당하다는 소식은 마음을 더 들뜨게 했다.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원주에서 제천 영월을 거쳐 태백산으로 향해야 하는데, 그만 강를 동해 삼척을 통해 접근하는 바람에 산행 출발이 무척 늦어졌다.11시에 올라갈 수 있는 산행이 1시 30분에야 시작되었다.굳은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는데, 유일사 매표소 입구부터 밟히는 눈은 금세 내 마음을 풀어 주었다.
태백산 온천지가 은빛으로 물들었다.마음은 마냥 어린아이처럼 들뜬다.첫 이정표인 유일사 갈림길까지 콧노래를 부르며 오른다.여기서 잠시 망설였다.원래는 오른쪽으로 가려했다. 몇 번 있었던 태백산행 때마다 왼쪽길을 택해 올랐다. 그러나 오른쪽길이 더 운치있다 하여 서울에서 떠날 때는 오른쪽 코스로 계획을 잡았으나 워낙 늦은 시각이라 아쉽게도 왼쪽길을 택했다. 오른쪽길이 좀 더 길기 때문이다.
[유일사 갈림길]
태백산...이름도 거창하다.그러나 산행이란 관점에서 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 산이다.유일사 매표소의 고도가 880이고 완만한 경사의 연속이다.태백산은 높은 산이지만 가파르지 않고, 크되 험하지 않다. 유일사 쉼터까지도 별로 어려움이 없다.게다가 온세상이 눈으로 덮여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걷다 보면 어느 덧 이 쉼터에 다다른다. 매표소에서 이 곳까지는 넓은 차도와 같은 길이다.
[산행 들머리인 유일사 매표소의 표고는 880.정상은 1566.날머리인 당골매표소는 900.따라서 청계산 오르는 것보다 약간 더 걷는 등산이다.표고차도 별로 없지만 산행로에 암릉이나 깔딱고개가 없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이 날 정상에 갔다오는 주인 잘 만난 행복한 애완견도 보았다.]
태백산에 오면서 아침에 관리소 직원과 통화를 했다.눈이 얼마나 왔는지 궁금했었다.눈소식을 알려 주는 직원의 음성이 약간은 상기되어 있었다. 오시면 더할나위 없는 눈산행을 할 것이라 했다. 그 소식이 현실로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유일사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태백산 정상으로 향한다.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제법 산행로다운 길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길의 폭이 좁아진다.
[유일사 쉼터 앞의 표지판과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크게 밝은 산'이란 뜻의 태백산. 물론 영적인 의미이겠지만 눈이 오는 겨울이 되면 시각적으로도 그런 산이 된다.
드디어 주목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펼쳐질 장관을 생각하니 가벼운 설렘으로 들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1시에 산행을 시작했다면, 망경사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딱인데, 여기서 점심을 해결해야만 했다. 평탄한 곳을 골라 식사를 했다. 태백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일사 매표소에서 두 시간 정도 산행을 해 천제단에 오른 후, 망경사에서 점심을 먹는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순백의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마치 산호처럼 뻗어 있다. 겨울 태백산에는 사람들로 들끓는다.그러나 갑작스럽게 오늘 새벽에 눈이 왔고, 우리가 늦은 시각에 올라서인지 눈에 보이는 사람의 숫자는 손라락으로 꼽을 정도다.호젓한 눈길 산행은 내 마음을 더욱 황홀하게 했다.
망경사 갈림길에 섰다.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망경사로 직접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가면 장군봉과 천제단을 거쳐 망경사로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꺾어졌다.주목 지대가 태백산 1차 감격 지대라면 여기부터는 2차 감격 지대다.주목 지대와는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밋밋한 정상 부분이 온통 눈으로 모든 것을 감싸고 있다.
[망경사 갈림길]
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_ 조정권의 '산정묘지1'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태백산 장군봉의 제단이 보였다. 우연하게도 작년에 이어 그 곳에서 제를 지내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이 제단 왼쪽으로 가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멋진 장소가 있다.남들이 잘 모르는 곳이다.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이 없어 오늘은 그냥 지나쳤다.
이 곳에서 바라보면 저 만치에 천제단이 있어야 했다.그러나 워낙 눈보라가 강해 보이질 않는다.정상 부근에 있는 사람은 모두 10여 명. 하얀 눈과 함께 적막이 주위를 감싼다. 백두산에서 뻗어내려온 산줄기가 금강산과 설악산을 지나 다시 솟구쳐 오르며 빚어낸 백두대간의 등골이 바로 태백산이다.
드디어 천제단 앞에 서게 되었다. 장엄한 태백산의 모습은 천제단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우는 태백산.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를 올렸단는 천제단. 이 곳 천제단에서 제사를 올렸다는 기록은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나라의 역사와 함께 숨쉬어 온 그 맥박의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다.태백산에 오르면 뭔가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겨울은 더욱 그러하다.
천제단에서 망경사로 내려가는 길목에 단종비각이 있다.해발 1500이나 되는 곳에 비각이라니.태백산은 이래저래 신비스러운 것들이 많다. 영월에서 죽은 단종의 혼이 백마를 타고 와서 태백산의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에 따라 지은 비각이다. 비각을 지나면 바로 망경사가 나온다.월정사의 말사로 신라 진덕여왕 때 지은 절이다.그러나 육이오 때 불에 타고 그 이후에 중건한 절이다.마당에 '용정'이란 우물이 있다.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이리라.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이 곳의 물을 이용했다 한다.
[망경사]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서둘러 내려가야 한다. 저만치에 있는 문수봉도 보이지 않는다. 흔히들 이 곳에서 하산하며 썰매를 탄다고 하나 실제로 타 보면 무척 위험하다.경사가 심하고, 돌부리가 심심치 않게 있고, 급커브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하산을 할 때는 '당골'팻말을 보고 하산했다.
늦은 시각이기 때문에 하산할 때는 별로 눈의 멋을 볼 수가 없었다. 1월 중 태백산 산행을 약속한 친구들이 있다. 그 때 다시오면 하산 코스의 모습도 담아가리라.
늦은 시각인데 이제서야 태백산을 오르는 범상치 않은 차림의 사람 서넛을 만났다.천제단에 제를 올리기 위해 오른다고 한다.
아뿔싸! 오늘도 반성을 하며 하산한다.헤드 랜턴을 배낭에 넣지 않고 왔다.당골매표소에 도달했을 때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다른 코스의 태백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tapeo/8819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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