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여행 1일(2) 국립 중정기념당- 국립 고궁박물원

2017.11.25(토)

4시 50분 국립 중정기념당

타이베이 시내의 관광 명소들은 대부분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다.

중정기념당 역시 그러하다,

동명의 지하철역을 나서면 바로 나온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중정기념당으로 가며 뒤돌아 본 모습.

자유광장 현판이 붙은 건축물이 정문이다.

중정기념당.

1975년 사망한 타이완 초대총통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건축물로,

중정은 그의 본명이다.

89개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데,

이는 그의 생애가 89년이었음을 의미한다.

오른쪽은 국가음악청, 왼쪽은 국가희극원, 맞은편은 정문, 내가 선 곳은 중정기념당.

어린 시절, 장제스는 내 마음속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있었다.

그러나 동양정치사를 공부하면서 그 존경심은 점차 사라졌다.

경직된 사고, 변화에의 거부, 재능보다 단지 충성심으로 부하들을 재단,

부하들의 부패에 대한 관용, 권력욕, 인권에 대한 무관심......

이러한 장제스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여행 마지막날 228평화공원을 다녀와서 더욱 확실해졌다.

국립고궁박물원 버스를 탈 수 있는 스린역에 내리니

박물원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 안내판들이 자세하게 걸려 있다.

여러 정류장 중 어느 한 곳에 서니 버스가 다가오는데,

행선지가 한글로도 표기가 되어 있어 수월하게 승차한다.

6시 10분 국립고궁박물원

세계 5대 박물관의 하나로 손꼽히는 타이완 국립고궁박물원.

평상시에는 6.30에 문을 닫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은 9시가 종료 시간이다.

스린역에서 버스를 타면 10여 분만에 도착한다.

약 70만점의 유물을 소유한 박물원으로

그 수가 너무 많아 몇 개월 주기로 유물을 교체하는데,

이곳의 모든 유물을 보려면 족히 20년은 걸린다고 한다.

물론 이곳의 유물은 장제스가 본토에서 철수할 때 본토에서 갖고 온 것들이다.

일단 배낭은 보관소에 맡기고 음성안내기를 대여했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기로 한다.

3층 한복판에 특별한 전시유물 두 개가 한 방에 있다.

박물관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두 작품은 꼭 보고 싶었다.

먼저 취옥백채, 이른바 옥배추 조각품.

청나라 말기 광서황제의 왕비인 서비가 결혼예물로 갖고 온 것으로,

배추는 신부의 순결함을, 배추에 있는 여치는 자손 번창을 의미한다.

작품의 높이가 18센티미터에 지나지 않는 아주 작은 것이지만,

보면 볼수록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날 3층의 전시물들을 보며 돌다가 가끔 다시 와 이 작품을 보곤 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 육형석.

껍질 비계 고기로 구분된 동파육(삼겹살)과 비슷한 불투명 갈색 천연색을 가공했다.

장인이 맨 위의 껍질 부분만 적갈색으로 염색하고,

표면에 땀구멍을 내어 좀더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이 작품 역시 높이가 5.73센티미터로 상당히 작아 가까이서 감상을 해야 했다.

3층에 있는 옥작품의 대부분이 이처럼 작은 것들이라

그것들을 감상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3층의 방대한 유물들을 보다 지쳐 2층과 1층의 유물은 대강 훑는 수준에서 머물었다.

처음엔 음성안내기를 열심히 들었으나

전시물이 너무 많아 그것도 지친다.

후엔 유물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아내기 보다는

그냥 아름다움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