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14(금)
이동터미널(12:35)_ 등산로 입구(1:30)_ 대피소(4:00)_ 정상(5:25)
국망봉으로 비박산행을 간다.
회사 업무로 인해 산행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루 전날 결정해 달려간다.
동서울터미널을 출발, 포천 이동에서 점심을 먹고,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간다.
강원도 선자령으로 비박산행을 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눈은 많으나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아 산행을 고민하고 있단다.
그러나 이곳은 날씨가 무척 좋다.
그런데 그 친구들, 어제 간다더니 왜 오늘 갔지?
오늘 내 비박산행의 동행인은 자유새님이다.
아뿔싸, 아이젠을 갖고 오지 않았다.
지난 일요일 동기들과 산행 시, 당일 배낭에 넣어 놓고는 그냥 왔다.
군용품을 판매하는 가게에 가니, 완전 구식의 아이젠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구매했는데 이 아이젠이 산행 내내 나를 괴롭힌다.
카메라도 나를 괴롭혔다.
정상 직전 엘시디 화면이 꺼지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구도를 감으로 잡아 사진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가파른 제2산행로로 힘들게 올랐는데, 정상에 서니 역시 그 보상을 한다.
일망무제의 조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바람 한 점 없으니 이 또한 기쁨이었다.
보름달 밑에서 오랫만에 산행을 함께 한 자유새님과 술잔을 기울인다.
가운데 뾰족 높은 봉우리가 국망봉 정상이다.
제2등산로 입구.
국망봉 산행할 때마다 하산 코스로 잡았던 길인데, 이번에는 등로로 택한다.
해발 100미터 지점에서 1168고지의 정상까지 거의 직선 등로다.
앞 부분에 쇠발이 없어 불편한데다,
아이젠 끈에 신축성이 없어 자꾸 흘러내려 산행을 더디게 만든다.
상당히 가파른 코스다.
엘시디 화면을 보고 찍은 사진은 이것으로 끝이다.
온도가 낮아서 그런가 생각하고 품에도 넣어 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맥이 탁 풀린다.
산행하며 찍는 사진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적당히 구도를 잡아 찍는다.
정상
경기 제일의 화악산.
내일 아침이면 저 너머에서 해가 뜰 것이다.
텐트 문을 화악산 방향으로 잡는다.
밤에는 저 정상 군 사이트에서 불빛들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 장면 역시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철원에 본거지를 둔 궁예가 폭정을 일삼자, 그의 부인 강씨가 간언하였는데,
궁예는 귀를 닫고, 강씨를 오히려 이 근처로 강제 이주시킨다(강씨봉).
후일 왕건에게 쫓긴 궁예가 그곳으로 부인을 찾아갔지만 부인은 이미 죽었고,
궁예는 이 봉우리에 서서 철원 지방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국망봉이란 이름의 유래다.
광덕고개에서부터 이어져오는 한북정맥.
내일 저 길을 조금 걷다가 포천 이동으로 원점 회귀할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전혀 바람이 없다.
보름달은 휘엉청 떴고, 온 천지는 하얀색을 뒤집어 썼고, 사방은 고요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름다운 이 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마음만은 그것을 담아두고자 활짝 열고 세상을 바라본다.
'산과 길 > 비박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백산 비박산행 1일 (0) | 2014.02.27 |
---|---|
국망봉 비박산행 2일 (0) | 2014.02.21 |
태기산 비박산행 2일 (0) | 2014.02.13 |
태기산 비박산행 1일 (0) | 2014.02.11 |
덕유산 비박산행 2일 (0) | 2014.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