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15(토)
비박지 출발(11:30)_ 삼거리(1;40)_ 국망봉 자연휴양림(4:00)
어젯밤 새벽 1시,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가 황홀한 광경을 본다.
대보름달, 달빛, 설국, 능선, 고요, 침묵, 화악산 정상 불빛.......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으로 온세상이 포장되어 있다.
다시 한번 카메라를 만지지만, 역시나 엘시디 화면이 작동되지 않아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게다가 미니삼각대도 빠뜨린 채 왔으니......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담은 채 텐트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눈을 떠 텐트 문을 연다.
화악산 정상 너머에서 해가 뜨기 직전이다.
감으로 적당히 구도를 잡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오랫만에 보는 일출이다.
불행은 겹쳐서 오는가.
가끔씩 험한 잠버릇 때문에 허리를 펴지 못할 만큼 허리가 눌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이 그러하다.
세상은 아름다운데 나는 불편하다.
무거운 비박배낭을 메려니 죽을맛이지만, 그래도 걸으면 오히려 한결 나았다.
꿈길같은 한북정맥의 하얀 능선을 걸어 신로령으로 향하다,
그 고개 직전 삼거리에서 하산한다. 이 코스 역시 엄청 가파르다.
자꾸만 벗겨지는 아이젠을 내팽긴 채, 엉덩이썰매로 하산한다.
4시간 이상의 고군분투 끝에
각별한 아름다움과 특별한 불편함이 공존했던 비박산행을 마무리한다.
금년 겨울 들어 처음으로 맞는 비박산행다운 비박산행이었다.
해가 뜬다.
화악산 정상 너머에서.
엘시디 화면이 죽어, 감으로 찍었는데,
대부분의 사진이 그럭저럭 구도가 잡혀 나왔다.
고라이트의 샹그리아3.
거의 2년만에 설치하는 것 같다.
이번 비박산행에서 식당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우리가 처음 만난 산행객은 이동면 부면장을 하시는 분으로,
새벽 5시에 출발해 올라오셨는데 커피 한 잔 같이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주말 이 근처(강씨봉인지 청계산인지 확실하지 않다)에서
골절상을 입은 등산객 한 사람이 소방대에 연락한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안전산행.
명성산.
이렇게 떨어져서 보니 더 아름답다.
억새밭 지역도 뚜렷하다.
의외로 산에 일찍 올라오는 산행객이 적다.
천하의 아름다움에 취해 철수가 자꾸만 늦어진다.
11시 30분 쯔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이때 기쁨과 좌절이 동시에 잠깐 일어난다.
카메라 엘시디 화면이 들어와 얼쑤하지만, 몇 컷 찍고 나니 다시 적막강산이다.
게다가 그때 찍은 사진들 몇 장엔 먼지가 끼였다. 차암.......
눈부신 설산의 능선을 타고 행복한 걸음으로 하산을 한다.
바람 한 점 없어 날씨는 포근하고, 밝은 태양빛을 받은 눈은 눈부시다.
하산길에선 제법 많은 산행객을 만난다.
가평에서 올라온 장교들을 만나 커피 한 잔씩 얻어 먹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늦어진다.
신로령에서 하산하면 편안한 길이지만,
그 고개 직전의 이 삼거리에서 그냥 하산한다.
코스 입구엔 위험구간이란 표시가 있는 경사가 심한 길이다.
몇 걸음 하다 아이젠을 내팽개진 채, 엉덩이썰매로 내려간다.
아이젠을 착용한 자유새님도 쩔쩔매며 내려온다.
장암저수지에 다다랐을 때 택시를 부른다.
쏜살같이 달려온 택시, 터미널까지 육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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