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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터키

터키여행 10일(3), 안탈리아의 둘째날 밤

 

 

 

2012.6.10(일)

 

 

 

 

 

휴식을 갖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바쁘게 움직였던 터키여행 10일, 오늘은 조금 편하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그러나 이렇게 머나 먼 타지에 와서 누워 있는 것이 억울하다.

다시 길을 나섰다.

 

 

 

 

 

 

 

 

 

하드리아누스 문 앞, 벤치에 앉아 오고가는 사람 구경하기.

어제 차이 두 잔을 사먹었는데, 오늘도 한 잔.

어제까지만 해도 이 아줌마 쑥스러워했는데 오늘은 환한 미소로 차를 건넨다.

 

 

 

 

 

 

 

 

 

하드리아누스 문 건너편에도 조그만 상가가 있다.

전혀 관광객들이 가지 않는 곳, 현지인들만 거닐고 있다.

별 특색이 없는 시장터, 다시 걸어나오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발길을 시계탑 방향으로 잡아 지중해를 바라보며 안탈리아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안탈리아에 도착하던 날 새벽도 이곳이었는데

떠나기 전날 밤도 이곳이구나.

 

 

 

 

 

 

 

 

 

 

 

 

 

 

 

 

 

 

 

 

 

 

 

 

 

 

 

 

 

 

 

 

 

 

 

 

 

 

 

 

 

 

 

 

 

 

 

 

 

 

 

 

 

 

 

 

 

저녁식사를 해야 할 시간.

시계탑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그게 내가 안탈리아에 도착해 아침을 먹었던 바로 그 식당이다.

그날은 노천에서 먹었지만 오늘은 전망이 좋은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제는 진짜 집에 가서 일찍 자자.

내일 파묵칼레로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도 뭐가 아쉬운지 하드리아누스 문 앞 벤치에 다시 주저앉았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스페인 그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도 있었다.

만일 그가 오늘 고대 도시 투어를 했다면 지금 이 시간쯤 돌아올 때인데.......

이메일 주소라도 서로 교환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때 한 사나이가 다가왔다. 행색이 초라한 친구. 슬그머니 내 옆에 앉는다.

_ 어디서 왔어?

_ 한국

_ 오! 좋은 나라! 아미고 아미고.......

이 친구 계속 아미고를 외치며 내 눈치를 살핀다. 아미고? 그게 뭐야. 프랑스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

그런데 그 아미고가 단순한 말이 아니라 리듬을 탄다.

 

내가 계속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하자 이 친구 월드컵 이야기를 꺼낸다.

_ (아아.......대~한~민~국을 이 친구가 그렇게 발음하는구나.)

그제서야 나는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이 친구,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묻는다.

_ 저녁 먹었어?

_ (으흐......네 목적이 그거였구나)

_ 맛있는 집 있는데.

_ 나 먹었어.

 

잠시 머뭇거리던 이 친구.

_ 맥주 한 잔 같이 할래?

_ 나 술 못 먹어.

실망한 눈치를 보이던 이 친구.

_ 담배 있어?

_ 없어. 나 담배 안 피워.

절망의 눈초리가 보인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그 친구 손에 집어 주었다.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부리나케 식당가 쪽으로 달려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각, 슬슬 일어서려는데 저 멀리에 그 아미고 친구가 보인다.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후다닥 방향을 바꾸어 달아난다. 아니 내가 뭐랬나?

 

 

 

 

 

 

 

 

 

그래, 이젠 진짜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 안탈리아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드리아누스 문을 통과해 가려는데, 한 녀석이 문 위에 올라서 있고, 여자 친구인 듯한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럴 듯한 폼에 나도 사진 한 장 찍자고 제스처를 취하니 오 케이.

 

내려선 이 녀석.

_ 너 한국인이지?

터키를 여행하며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뭐 다른 외국도 그러하지만) 중국인 일본인 소리다.

가끔 한국인임을 처음부터 알아 맞춘 사람도 있지만 극소수다. 그런데 이 녀석은 금세 알아본다.

_ 어떻게 알았어? 다른 사람들은 잘 구별 못하던데.

_ 나는 한국인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어.

물론 이 대답은 정확한 영어가 아니라 낱말 몇 개에 체스처로 알려 준 내용이다. 이 친구 영어를 잘 못한다.

 

그의 할아버지가 육이오 참전 용사다. 게다가 이 친구 핸드폰 AS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들고 있는 스마트 폰이 갤럭시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맥주 한 잔 하기로 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노천 카페로 갔다.

결국 맥주를 먹는구나.

 

 

 

 

 

 

 

 

 

 

 

 

 

 

 

 

 

카페에 있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그의 친구가 합석하게 되었다. 내 왼쪽에 있는 녀석이다.

그 친구는 렌터 카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차량이 대부분 일제다.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이 친구는 일본 찬양론자였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잘 모르는 듯, 내 앞에서 계속 일본 찬양을 했는데,

스마트 폰 친구는 자신의 인연 때문인지 한국을 찬양했다.

때 아닌 대리 한일전이 벌어졌다.

 

 

 

 

 

 

 

 

 

이때 강력한 놈이 나타났다.

이 친구 역시 렌터 카 사무실을 운영하는 친구인데, 이 녀석 사무실은 주로 현대와 기아차.

 

두 렌터 카 업체는 터키어로 치열한 한일전을 치루었는데 결국은 한국이 승리!

일본업체 친구가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확연했다.

 

내 추측은 이렇다.

카파도키아에서 코롤라를 렌트했을 때 식겁했다.

조그만 언덕에서도 악셀을 밟지 않으면 밀리고, 운전석 주위의 모든 버튼들이 촌스러웠다.

아마도 일제차들은 오래 전부터 진출하여 구식이 많고,

현대 기아는 최근 들어오면서 신형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결국 2:1 한국 승

 

일제차를 찬양하던 저 친구, 자신의 특기는 여자 사냥꾼이라고 하더니

온 지구상에 숱한 여자들과 페친을 맺고 있었다.

현재는 위 셋 모두 페이스 북 친구가 된 상태.

 

 

 

 

 

 

 

 

 

12시가 다 된 시각,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행의 즐거움을 어찌 자연과 유적에서만 찾으리오.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구를 맺는 것 또한 큰 기쁨이다.

그나저나 그 스페인 친구를 다시 만나지 못한 것에 계속 미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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